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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에게 듣다

by 나의신디


새싹들아

너는 작년 초겨울에 떨어진 그 잎이니?

아니면

그 잎의 환생이니?


뽀얀 새싹들이 깨어나는 봄


애기 단풍잎

애기 느티나무

애기 모과나뭇잎

애기 은행나뭇잎


한여름 은행잎처럼

갖출것 다 갖춘 애기 은행잎.


크든 작든

얼만큼의 세월을 살았든

상관없이

우리의 본래 모습은 그대로임을

말없이 깨우쳐주는 어린 은행잎.


밤과 낮을 지나고

천둥번개에 화들짝 거리는 밤이

있었더라도

우리 본래 모습은

그대로임을


바람에 뜯기고

병마에 상처받아도

상처받고 좌절하여

불면의 밤이 지속되더라도

본래 나는 상처받은 적이 없음을


한여름 무성한 초록이 푸르르고

노오란 단풍들어 바람에 흩날리다가

뚝! 떨어져

나무의 거름이 되더라도

본래 나는 그대로임을


새봄이 되자마자

온생명을 쑥 내밀며


너는 상처받을 수없는

변함없는 생명 자체라고

일깨워주는 어린 은행잎


생명은 다함이 없음을

나의 본래 모습은 바뀐적이 없음을

버려질 수도 방치될 수도 무시될 수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랑임을


깨우쳐주는

위대한 어린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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