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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둬

by 나의신디

또르르르르륵!

딱따구리다.


고개를 들어 딱따구리를 찾는다.


상림숲 산책길 바로옆 고목나무에

딱따구리 한마리가 나무를 쪼아대다

잠시 쉬고있다.


딱따구리야.

그렇게 쪼아대니 머리 아프겠다.

늙은 니무 파봐야 워 나올게 있다고

그렇게 힘들게 사니?


딱따구리가 말했다.

냅둬!


대중 목욕탕에서 샤워 중인데

한 중년여성이 탕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참이다.


때마침 계단에는 목욕바구니들이 즐비하게 놓여 밭디딜 곳이 없다.


저 사이로 발을 비집고 넣어

밬으로 나오려나보다.

위험신호가 머리속에서 깜박인다.


"할머니, 거기 말고 저 옆으로해서 돌아나오셔요."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과잉된 사랑으로 포장된 참견을한다.

할머니는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넵.!!!


나는 곧장 나에게로 돌아온다.


바이런케이티는 말했다.

이 세상에는 단 세가지 일만 있다고.

나의일 남의 일 신의일


방금 나는 신의 일인. 죽음을 걱정하며

남의 일에 참견했다.


냅둬라.

냅두는 일이 참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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