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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Aug 05. 2020

먹보

이것저것 먹었다. 

청국장, 탕수육, 돈가스. 

불거진 아랫배 보소!


이것저것 읽었다. 

심리학, 생물학, 문학. 

멍해진 머릿속 보소!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생각 외에 별생각 없고, 책 읽으면 복잡하다는 생각 외에 별생각 없다. 

그리고 나이 먹으니 행동거지가 단순해진다. 상황이 단순한 건 아닌데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처리한다.


이성문제에 대해 푸념하는 친구의 넋두리? 

길거리에서 주운 지갑은 어떻게?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난 누구지?


단지 단순하다. 정해진 몇 개 틀에 맞춰 블록 쌓듯 정한다. 쉽게 사는 방법이다. 

밀림에서 두 맹수가 만났을 때 약한 맹수가 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배)을 상대에게 내보이 아양 떠는 것이다. 상사 말에, 선배 말에, 아내 말에, 후배 말에,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에 즉석식품처럼 고민없이 바로 답을 단다. 


세상이 내는 문제는 얽히고설킨 주관식인데, 우리는 세월에 익숙해진 객관식 답을 단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

아이는 어른에게 ‘왜 그래요?’라고 묻는데, 어른은 아이에게 ‘왜 그딴 질문 하냐!’라며 핀잔준다.

'왜?'는 '왜!'에게 먹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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