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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12. 2020

촌뜨기도 글을 쓸 수 있기에

글을 쓰는 이유

난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여전히 시골 사는 촌놈이다. 어릴 적에는 촌뜨기인 게 창피하여 슬며시 숨기려고 했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시골뜨기인 게 오히려 자랑스러워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에서 생활할 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내기 후배가 내게 말했다. 시골내기인 내가 부럽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자기에게는 없는 추억을 나는 가지고 있다는 거다.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뒷산에서 머루 따먹고 들녘에서 삘기 뽑던 추억이 자기에게는 없었다는 거다. 아파트의 놀이터가 전부인 그는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부러워했다.


어릴 적에 내가 그렇게도 부러워했던 서울살이가 막상 서울내기에게는 시큰둥한 일상일 뿐 환상적인 추억은 못되었다. 내가 지긋하게 여긴 시골살이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에 놀라면서 나의 시골살이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돌이켜보니 나쁜 면이 좋게 보였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것은 이런 이유다. 

내가 하찮게 여겼던 것들도 나름 가치가 있다는 생각. 어린 나는 시골 출신을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겼었다. 주눅이 들었었나 보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도시 세상의 도시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다 나름의 모양과 색깔이 있으며 그것들은 각자 가치가 있고 드러낼만한 것이라는 거다.


서른 즈음부터 머뭇머뭇 글을 썼다. 그 전에는 글쓰기는 딴 나라 사람들의 일이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나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내 생각과 바람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내 글은 촌스럽다. 예전에는 감추기에 급급했던 그 촌스러움을 이제는 떳떳하기에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도시보다는 시골이 자연과 더 가깝다. 촌뜨기인 네게 작물은 그림처럼 예쁘고 가축은 장난감처럼 친근하다. 산과 호수는 생활의 바탕이고 하늘과 바람은 삶의 배경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한 생명체로서 자연스러운 환경을 누리며 사는 것은 소소한 축복임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쉰 고개를 넘으며 내 글들을 엮어서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 바람은 나의 늦깎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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