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
누가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칭얼거리며 보채는 젖먹이처럼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그 하늘을
2.
하늘이 파랗다지만 하늘은 제 색깔이 없고 단지 쪽빛을 머금을 뿐
구름이 하얗다지만 구름은 제 때깔이 없고 단지 햇빛을 내비칠 뿐
태양이 뜨거운 건 제 몸을 사르는 까닭이요, 뭇별이 자잘한 건 까마득히 먼 까닭이다
하루에도 하늘은 수천의 표정을 짓는다
때론 깜찍하고 앳된 귀염둥이
가끔은 샛눈으로 흘겨보는 능청이
이따금은 낄낄거리며 덜렁대는 까불이
어느 땐 문뱃내 풀풀 풍기며 비틀거리는 고주망태
더러는 오두방정을 떨며 거드름을 피우는 능청이
짬짬이 해말갛고 그지없는 갓난아이
언뜻 아리땁고 함초롬한 아가씨
느닷없이 앙칼지고 까탈스러운 샘바리이다가
이내 무춤하여 고분고분한 애송이의 얼굴이 된다
흰 배때기를 드러내고 물에 뜬 죽은 붕어처럼
물 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양 볼엔 물결이 찰랑찰랑 간지럽히고
눈망울엔 하늘이 그렁그렁 가득하다
끝 모를 그윽한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몸은 물 위에 떠있건만 자꾸만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아득한 파란 하늘과 눈부신 하얀 구름
뭉게구름이 켜켜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해를 가린 구름 더미는 물박달나무의 보굿처럼 덕지덕지 끼어 잿빛이지
변두리 구름에는 햇빛이 어려서 희뜩번뜩하다
아직 한 번도 빨지 아니한 새것 그대로의 진솔옷 면티처럼 비할 데 없이 새하얀 솜구름
그 구름을 실눈 뜨고 치어다본다.
자작나무 초리가 건들바람에 휘청거리자
매지구름이 어스렁어스렁 한 공중에 모여든다
겹겹이 가린 먹장구름에 쨍쨍하던 해는 맥을 못 추고
스르르 깔리는 어스름에 누리는 술렁인다
언뜻 비친 구름의 틈
그 틈바구니로 햇살이 내리쬔다
손끝에 침 묻혀 창호문에 구멍 내듯
해님은 불꽃으로 구름을 뚫어나 보다
빗금 그으며 구름과 둔덕을 맞댄 햇살은 빛의 사닥다리
구름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동녘 하늘에서 두두둑 웃비 내리자
서녘 하늘에서 머쓱한 해가 덩달아 기어 나와 해사하게 웃는다
한소끔 여우비가 지나가자 까끄라기 뙤약볕에 살갗이 따끔거리고
이러구러 지날결에 하늘은 가면을 바꿔 쓰듯
뭉게구름 대신 새털구름이 바람결 따라 흐른다
엄지 검지로 코 막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살랑거리는 물결 따라 하늘도 찰랑거리고
물 위에 어른거리는 하늘은 얼음 속에 갇힌 양 깨끔하다
3.
누가 이 천방지축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우리! 우리?
그래, 너와 나!
어떻게?
눈 감고, 마음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