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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르다가 10분 다 가겠네

by 보싸

그렇다. 벌써 5분이나 지났다.

오늘은 그래서 5분짜리 일기를 쓸 예정이다.

글쓰기 플랫폼이면 글만 쓰게 할 것이지, 왜 이미지는 넣게 만들어가지고

5분이나 까먹게 하는 걸까. 아, 3분 남았다.


한동안 나에게 글쓰기는 현실도피였다.

갑작스러운 실직과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현실의 도피이자 막연한 미래에의 투자라는 생각으로

글쓰기라는 숨구멍을 겨우 뚫어놓고 짧은 소설들도 쓰고

챗지피티와 재밌는(적어도 나는) 수다도 떨고 기록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 편 한 편 글을 완성해 나가면서 쌓아온 작은 성취감들과

브런치 북으로 묶일 만큼의 분량을 쌓아온 것에 대한 조금 더 큰 성취감이

나에게 큰 선물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성취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이런저런 일들에 도전했고

몇 가지 열매들도 맺게 되었다.

감사한 제안으로 지자체에서 했던 짧은 굿즈 강의는 브랜드에 대한 수업으로 확대되어

수업 기획부터 강의까지 맡아 한달간 진행되어 이제 이번 주에 종강을 앞두고 있고,

그다음 주에는 지방에 있는 한 대학교에 관련 내용으로 특강도 가게 되었다.

이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재창업을 진행 중인 한 소상공인에게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도

해주었고(내건 못해도 남의 건 잘 떠들어줄 수 있는 것이 이 세계의 이치),

디자인 외주일도 꾸준히 들어와서 인쇄, 상세페이지, 애니메이션 등 그동안 배우고 해왔던 거

뽕을 뽑고 있다.


갑자기 많은 일들이 잘 풀리니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교만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너무 확신하지 않고 최대한 조심조심 더듬더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감사한 일들이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선물처럼 나타난 행운에 감사와 노력을 더해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더듬더듬 나아보려 한다.


내가 잘해서 된 것이 아님을 항상 잊지 않기를.


언젠가 또 일이 잘 안 풀려서 청승맞게 죽상을 하고 예전글들을 들여다보다가 이 글을 발견할 '언젠가 닥칠지도 모르는 그날의 나'를 위해 오늘의 이 글을 남긴다.


"처음부터 네가 잘해서 잘 된 건 아무것도 없었어.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그때부터 시작되는 일들이 분명히 있었어. 지금 이 글이 그 증거야."


아 5분만 쓰고 말려고 그랬는데, 너무 오래 썼네.

어쨌든 오늘도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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