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이어진 예비 창업자를 위한 브랜딩 수업-'브랜드 메이커스'수업이 끝났다.
기획단계부터 참여해서 애착도 많이 갔고, 그만큼 애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일이었다.
수강생들의 결과물을 보고 마지막 발표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나에게는 참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수업에 참여한 분들에게도 부디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고 그분들의 삶을 응원했다.
그리고 쉴 틈도 없이 그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런 일정의 반복이었다. 작년 말~올해 초를 거치면서 평생 놀 거 다 노나 싶은 정도로
탱자탱자 놀며 불안감에 시달렸는데, 최근 몇 개월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 듯이 바빴다.
하루도 쉴 틈이 없이. 그렇게 달려만 왔다.
그리고 오늘 띵하고 머리를 얻어맞는 일이 있었다.
큰 일을 하나 끝내서인지 어쩐지 뭔가 헛헛하고 진이 빠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너무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았나 싶어,
나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아빠는 그동안 수고한 아빠에게 수고했다고 선물을 주고 싶어. 뭐가 좋을까?"
뭔가 물질적인 보상이 있으면 이 헛헛한 마음이 채워질까 싶었던, 하지만 그걸 내가 정하면
너무 속물 같아 보여서 아이들의 선택으로 떠넘기고 픈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부디 나에게 유익한 것을 말해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뭐 이런 아빠 놈이 다 있담.
어쨌든, 나의 이 우문에 현명한 아이들이 대답했다.
이체 8살인 둘째 아들은 "아빠는 이미 다 있는 것 같은데?" 라며 맥시멀리스트인 아빠의 현주소를 꼬집어 주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성격은 나를 꼭 닮아서 나의 흑심을 확실하게 꿰뚫고 있을 11살 큰딸에게 재차 물었다. 그러자 큰딸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투로 툭 대답했다.
"일."
"뭐?"
나는 귀를 위심했다.
일? 이렇게 일에 치여서 보상을 좀 주고 싶다는데 일을 더 하라고? 당황한 표정의 나에게 큰 딸이 해석을 덧붙였다.
"아빠 맨날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그다음에 할 새로운 일이 또 들어오면 좋겠다고 기도하잖아. 아빠한테 필요한 건 새로운 일이잖아."
내일이 불안한 프리랜서의 삶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이의 속 깊은 대답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앞만 보고 달려왔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점점 줄이고 일 속에만 파묻혀 살아온 건 아닐까.
직장생활을 쉬게 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고 다짐하고서는 퇴근 없는 삶을 살아오면서
더 아이들과 벽을 쌓고 살아온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빨래를 개겠다며 텔레비전 리모컨을 접수한 큰 딸을 두고 둘째 아이와 함께 뒷산을 올랐다.
새소리와 함께 재잘거리는 아이의 수다를 들으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쌓인 일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풍년의 때가 있으면 흉년의 때가 있는 법.
흉년의 때를 견딜 수 있는 힘은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이라는 것을 이미 한번 겪어보았으니
앞으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흉년을 대비해, 가족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
너무 발밑만 보지 말고, 허리도 펴고, 옆의 가족들도 안아주면서.
불안해하지 말고 기도하며 뚜벅뚜벅 걸어가야지.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갖고 싶었던 건 가족들과의 따뜻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