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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싸

날씨가 많이 풀렸다. 오늘 아침에 딸아이와 함께 하는 등굣길은 참 포근하고 따뜻했다.

비록 한쪽 눈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불편하긴 했지만, 걸음은 가벼웠다.

오늘도 딸아이는 버스 타고 가고 싶은데… 하며 입을 삐쭉거렸지만, 나는 버스 기다렸다 가는 것보다 우리가 걸어가는 게 더 빠르다며 딸아이를 다독였다.


채 30분이 안 걸리는 거리. 항상 차로 데려다줄 때는 몰랐던 딸아이의 성장이 새삼 놀라웠다.

어느덧 키는 내 어깨만큼 자라 있었고, 딸아이의 손은 내 손안에 꽉 차게 자라 있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딸아이의 손이 이렇게 커진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비록 백수가 되어 불안한 시간들이지만, 그 불안감을 살짝만 거둬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시간들이 선물처럼 흐르고 있다.

기왕 마주한 벽 앞에서 이제는 그만 일어나서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특히 가족들을 많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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