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변해가는 아버지와 친구 관계

by 보스턴임박사

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정말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웠다.


진영이네는 어릴 때, 월세에서 전세로 이사를 자주 했고, 진영이의 학교도 옮겨야 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진영이 아버지는 친구같은 아버지였다. 초등학교 땐, 집에서 가까운 개척교회를 다녔는데, 비닐하우스 교회였다. 진영이가 중학교 때, 아버지는 그동안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받아서, 마침내 선릉역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 아파트 앞에 여고가 있고, 개발 중인 주변으로 강북의 명문고등학교들이 속속 이전해 들어오는 중이었기 때문에, 진영이와 동생들을 위해 이 아파트를 구입하신 것이었다.


새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압구정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고2 진영이가 이 교회에 다닌지도 5년이 되었다. 이 정도면 좋아질 법도 한데, 진영이 마음에 교회는 없었다. 진영이는 부자교회인 압구정 교회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교회에서 어떤 쉼이나 여유도 느낀 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 교회는 의무감으로 가는 일종의 군대나 학교 같은 곳이었다. 이렇게 먼 압구정 교회까지 매번 걸어 다녀야 하는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유일한 장점은 걸으면서 혼자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압구정 교회에 나오면서, 아버지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어떤 여자경리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꽤 규모가 커져서, 직원도 많았고, 아버지의 운전기사도 있었다. 아버지는 진영이를 가끔씩 자기 회사로 데려가, 회사에 관한 걸 보여주고 가르쳤다. 사업초기, 친구같은 아버지는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시간을 내서 함께 여행다니기를 좋아하셨다. 진영이는 아버지의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안 좋게 변하기 시작한 건, 진영이 중3때 즈음이었다.


친구같던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턴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번쩍거리는 골프클럽을 사왔는데,

골프채는 당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진영이에게 있어 그 골프채는

친구같던 아버지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상징같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새아버지처럼 느껴졌다.


진영이에게 있어 변한 아버지는, 그다지 본받고 싶지 않은, 아니 오히려 아버지와는 정반대로 살고싶은 의미에서의 롤모델이 되었다.


'아버지가 추구하는 성공, ‘거기에 가족은 포함이 될까?’


진영이는 그런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족 여행은 더이상 없었고,

아버지의 출장과 외박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며칠만에 집에 올때면,

만취상태로,

집기를 던지거나

가구를 부수기 시작했다.

골프채를 풀스윙했고,

어머니까지 때리기 시작했다.


진영이는 아버지가 집에 오지 않기를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제발 데려가 주세요. 그런 아버지 필요없어요.’

교회에서도 기도해 봤지만,

그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는 졸업할 수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진영이를 판매대금 수금하는데 동행했는데,

돈을 받는 게 아니라

그 사장의 집앞에서 소위 뻗치기를 하는 것이었다.

돈을 못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뻗치기를 해도 만나야 할 사장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됐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친구들에 대해, 항상 얘기하며 자랑스러워 하셨다.


그러나, 진영이에게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들은...글쎄…별로였다.


‘고등학교 친구들, 무슨 의미일까?’


이런 생각이 교회를 오고가며 걸으면서, 진영이가 늘 하던 생각이었다.


복사중창단을 시작하고나서, 진영이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래를 하는 순간, 그 순간 만큼은

마치 다른 세상

천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무언가 모를 평안을 느끼며

온전히 쉴 수 있었다.


남자고등학생 몇명이 모여 이런 화음을 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진영이에겐 꿈이자 카타르시스였다.

만약 할수만 있다면

노래만 계속 주구장창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원한 건 있을 수 없었다. 헤어질 시간은 오기 마련이고, 노래를 마치면 또다시 고뇌하는 자신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 주면, 다시 화음을 경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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