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마지막 겨울수련회
고등부 때 진영이는 많은 수련회와 부흥회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어떤 때에는 계곡에서 여름수련회를 한 적도 있었고 어떤 때에는 바닷가에서 여름수련회를 한 적도 있었다.
농촌교회 봉사활동도 수련회의 일종이었다.
고3 대입시험을 막 마치고 했던 마지막 겨울 수련회는 그러나 정말 최악이었다.
어떤 깡패같이 생긴 우락부락한 선생님이 있었는데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선생님이 자기가 천마산에 잘 아는 좋은 장소가 있는데, 값도 싸다고 해서 1박 2일로 고3 남녀학생들만 대동하고 목사나 전도사도 없이 겨울수련회를 무작정 간 적이 있었다.
이 날 우리 모두는 진짜로 죽을 뻔했다.
새하얀 눈으로 온통 뒤덮인 천마산 산속에 어떤 함석지붕 건물이 마치 군대 막사처럼 뜬금없이 덩그러니 있었는데, 그곳에서 1박을 하며 압구정 교회 고3 학생들이 겨울 수련회를 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하듯이 기타를 메고, 열심히 겨울 수련회 책자를 만들어서, 버스 한 대를 빌려서 거기로 갔다. 한 가지 달랐던 점은 버너, 브루스타, 코펠과 온갖 식기도구 그리고 라면이랑 음식, 모기향까지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간 것이었다. 겨울에 모기가 있을 리 없었지만, 그 깡패 같은 선생님이 꼭 가져가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가져갔다.
그런데 이게 우리를 살렸다.
그 추운 겨울,
그날 정말 추웠다.
영하 10도 정도였던 날씨에 천마산 속의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이하였던 것 같다.
1박 2일이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하늘이 도운 게 아니라 버너와 브루스타, 코펠 그리고 모기향이 우리를 도왔다.
그 함석지붕건물에는
난방시설이 전혀 없었다.
그냥 천연 냉방 상태였다.
야외에서 자는 거와 별다를 게 없었다.
아니 어쩌면 밖에서 자는 게 더 나았을지도....
함석지붕은 실외보다 실내를 더 춥게 만들었다.
그날 저녁 9시가 넘어가자....
우리 모두는 너무나 갑자기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고,
기도고 노래고 수련이고 뭐고든 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입이 얼어붙어서 말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무언가 모를 공포가 우리를 갑자기 엄습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아직 천국에 갈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모두들 가장 두꺼운 잠바와 바지, 내복 등, 여러 겹을 껴입고 버너와 브루스타, 모기향을 최대로 켜고 코펠과 주전자에 물을 올린 채, 그 온기에 기대어, 혹은 37.5도의 서로의 살갗의 온기에 의지한 채,
그 추운 겨울밤과 새벽을 견디어 냈다.
그날 그곳엔 남녀가 따로 없었다.
따뜻한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덮어주며 1박을 견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겨울수련회 이후, 감기에 걸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정말 신기했다.
결국, 깡패 같은 그 선생님은 이 수련회를 마지막으로 몇 주 후 영영 자취를 감추었다.
어쩌면 실패한 저승사자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교회에 다니면서 그날처럼 가까이 천국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아니, 저승이니까 지옥이었을지도....
어쨌든 살아 있음에 감사가 넘치게 된 것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