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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어 Mar 17. 2017

마라하바 할아버지

잔지바르, 탄자니아

 길을 걸으면 눈길을 사로잡는, 그렇기에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마주쳤으며 내일도 마주치게 될 사람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한쪽 손을 나에게로 내민 채 슬픔이 깊게 어린 엄마의 시선은 나의 눈동자를 향했고,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은 나의 손과 옷을 잡아끌었다. 도로 가로수 아래에 힘없이 누인 육체는 목발을 짚고 다가와 손을 내밀었고, 걷지 못하는 아저씨는 바닥에 최대한으로 엎드린 채 고개마저 푹 숙여 하늘을 향하는 건 두 손바닥뿐이었다.


 커피 집 앞 그 골목에는 항상 그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다. 다리를 잃으셔서 걸어 다닐 수 없으나 두 바퀴가 달린 기구는 매일 할아버지를 그 골목으로 데려다준다. 찢겨진 정방형의 돗자리 위가 그분의 일터이다. 걸인이라는 직업.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 곳은 내가 매일 지나는 곳이다. 할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구걸하지 않는다. 여유로운 얼굴빛에 슬며시 번져 있는 미소로 골목의 시간들을 감상하시는 듯하여 그의 주변은 왠지 더 따뜻해 보인다.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시카모)

- 응, 안녕(마르하바). 오늘 하루는 어땠니?

:- 좋았어요. 근데 너무 덥네요.

- 아이구 어쩐다. 얼른 들어가 쉬렴.


- 시장 다녀왔니? 오늘은 맛있는 걸 해 먹으려나 보구나.

- 오늘은 늦었네, 힘들지?

- 요즘은 안 보이던데 별 일 없니?


 활짝 핀 할아버지의 웃음은 지쳐 깊숙이 숨어 들어간 행복을 조근조근 간질여 불러내는 듯했다. 대화가 끝나면 나는 언제나 할아버지처럼 활짝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사람의 감정을 만지는 건 순수함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잊지 못하는 건 또 그리워하는 건, 그 무언가가 혹은 그 무언가를 경험했던 마음이 순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모퉁이만 돌면 할아버지가 보인다.

:- 시카모!

- 마라하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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