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다큐멘터리.

지극히 개인적인 3편 추천

by 보통인

간혹 누가 좋은 앱이나 사이트를 추천해 주면 우선 거절하고 보는 이상한 아집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은 대체적으로 다수가 이용하기 시작할 때 마지못해 그 흐름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넷플릭스였다. TV만으로도 아직은 충분한 시간을 흘리는 게 가능했지만 내 친구는 넷플릭스에 볼만한 콘텐츠가 다양하게 있다며 강력하게 추천하길래 나는 고심하다, 결국 남동생의 계정을 처음에 공유하면서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후회했다 - 더 일찍 시작할걸!

넷플릭스는 다양하게 콘텐츠를 그때그때 가져와서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도 워낙 괜찮은 게 많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인 취향으로는 주로 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 아니면 코미디 드라마만 보는데 추천 피드 또한 내가 봤던 콘텐츠를 감안하여 계속 새로 추천해 주니 가히 중독적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넷플릭스를 하루 반나절 이상씩 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이젠 그런가...), 서서히 스며들게 만든 다큐멘터리가 몇 가지 있어 오늘은 그걸 몇 개 끄적여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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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접하게 되었던 넷플릭스 콘텐츠는 바로 Chef’s Table이다. 6개의 시리즈가 있으며 그 이후의 스핀오프 콘텐츠도 몇 개 나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오리지널이 최고인 것 같다. 사실 이 시리즈를 내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했던 것으로 기억하기도 했지만, 보다 보니 생각보다 더더욱 취향저격이라 놀랐던 첫 기억이 있다.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봐야지 봐야지 되새기다 진짜 보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리즈 3에 정관스님이 나오기 때문이었는데, 셰프들 나온다는 건데 웬 스님이 나오지 하겠지만 이 콘텐츠가 요리, 그리고 ‘요리사’들을 접근하는 방식을 바라본다면 스님도 충분히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생각된다. 단순하게 어떤 요리를 하고 어떻게 하느냐가 아닌, 오히려 개개인의 요리 철학, 그리고 인생; 그들의 삶을 멋스럽게 그려주는 그 시선에 매료되어 하나하나 깊이 있게 보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몇몇 요리사들의 식당을 가보고 싶긴 하다; 원테이블 식당으로 낯선 사람들과 앉아서 식사를 한다든지, 아주 외딴 도시에 집 하나를 지어 거기서 요리를 하는 식당이라든지. 하지만 그 요리보다 나는 그 ‘요리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특히 이 콘텐츠를 본다면). 그들에게 요리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치열함이 무엇인지.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끔 선선한 자극을 주는 콘텐츠를 만나기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리즈가 나에겐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내일은 어떤 모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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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색다르지만 깊이 있게, 그리고 그 위트에 감동했던 ‘음식’ 시리즈가 있다면 바로 Taco Chronicles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추천하는 콘텐츠이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라도 타코를 미친 듯이 찾아 먹게끔 식욕을 자극해 버린 마의 시리즈다. 오리지널 시리가 시즌 1-2로 나오고 미국 버전도 따로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추천하는데 딱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타코가 이렇게 종류가 많고 지역적 특색이 강하고 다양할 거라고는 사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기의 조리 비법부터 어떤 살사를 쓰느냐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다르도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감싸안는 재료는 무엇으로 할 것이냐! 나름의 비교를 하자면 - 개인적인 소견임을 고려해서 - 우리나라의 김밥 종류가 어느 정도 지역적 (?) 특색을 가져가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특색을 가져가는 데 그만큼이나 매력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결국엔 나를 타코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도 꽤 매력 있는 타코집이 많다는 것을 나날이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그 나레이션이 탁월했다. 스페인어를 야금야금 공부하고 있어 아직 한 단어씩 알아들을 때마다 쾌감을 가지는 단계이지만 에피소드마다 대체적으로 나레이션 하는 사람이 다른데 소개하는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말투나 표현을 많이 쓴다고 친구가 얘기해 줬다. 사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도 에피소드마다 표현과 음색이 제각각이라 즐거웠는데 지역적인 매력을 다양하게 뽐내는 방식이라니! 음식과 문화로써 남미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는 것을 흘려 표현해 주었던 시리즈로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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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이켜보면 내가 잘 보는 다큐 스타일이 두 가지가 있다면 그건 범죄심리와 음식인데 그중, The Game Changers 같은 경우는 음식이 관련되면서도 어쩌면 심리 그리고 사람의 일생과 접목이 되는 콘텐츠라 내 기록 창고에 나름의 교집합을 이루어 만들어낸 듯하다. 내용을 얘기하자면 채식에 대한 얘기이면서 채식을 하는 운동선수들, 그리고 이 다이어트가 그들의 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얘기해주는데, 전반적으로 ‘육식’을 강요하는 체육계에 대해 나름의 소박한 펀치를 때려 선입견을 바꾸어 주는 접근법이기도 했다. 플렉시테리언으로써 채식에 대한 내용과 레시피를 나름 반기는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레 관련된 내용을 찾게 되는 것도 분명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을 보면 좀 즐겁기고 하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것에 대한 - 채식? - 인지를 하여 나 스스로도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나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야채를 열심히 먹고 미식 축수 선수로써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다니! 오늘따라 식탁 위에 놓인 브로콜리가 달리 보일 것이다.


이렇게 끄적여보니… 다 먹을 거다. 하하. 그래도 의식주만큼 우리의 일상을 뒤흔드는 것은 없으며 의냐, 식이냐, 주냐에 따라 취향이 갈리는 것 아닐까? 사실 범죄심리 콘텐츠들 - Conversations with a Killer - 또는 사회 이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 The Social Dilemma - 도 꽤 보는 편인데, 하나둘씩 보다 보면 비슷한 부류의 시리즈들이 추천으로 뜨면 시간을 갉아먹는 것만큼 마음 또한 한 움큼 앗아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음식이 좋다 - 마음의 양식이나 영혼의 안식과도 같은 평온함, 그리고 다채로운 색깔과 상상해 볼 수 있는 오감자극의 즐거움으로 인해 보고 나면 배가 찬 느낌이 퍽 행복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삼삼할 때는 음식 다큐멘터리를 찾아본다.

허상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마음에 양식을 제공해 주며.


오늘도 普通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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