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는 새롭게
한 해가 시작할 때의 마음 상태가 나의 365일 앞날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시작이 의욕적이면서도 불안이 가득했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 올해는 의욕은 적지만 그만큼 불안도 적게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하고 싶은 게 다시 생긴 것 같은 상태에 고용 불안과 불투명한 미래를 뒤로 하고 조금은 위안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했다고 하기엔 이미 지나버린 두 달이지만 새해를 핑계 삼아 새로이 시작한다고 다시 마음가짐을 가져본다.
감정기복이 평소보다 심했던 작년을 뒤로하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사람들을 제법 만났다. 자주 만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몇 년 만에 만나는 지인까지 - 아직도 만나고 싶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한가득이지만 첫 발을 내디뎠던 거에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었을 때 신기했던 것처럼 나 스스로가 달리 보이고 대견한 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일상적인 얘기들도 많이 했지만 이젠 나이를 한 세월 머금었더니 안 나올 수 없는 주제가 두 가지 있다면 그건 건강과 은퇴다. 새삼스러운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해 나의 올 한 해 다짐도 적어나가볼 겸, 몇 자 적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만났을 때 ‘다들 건강하지?’와 같은 질문과 ‘건강 잘 챙기고 지내’라는 헤어짐의 인사말은 어제와 오늘 괜히 체감이 다른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적당한 인사말이 없어서 던졌던 문구라고 한다면 오늘은 진실되게 어디 아프지 말고, 아무런 불편함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간절함이 묻어나게 되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병원에 몇 번 갔다 왔거나, 정기적으로 먹는 약이 하나둘씩 생기는 시기이다 보니 더더욱이 염려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와중에 어디 아프지 않고 식욕과 수면욕이 늘어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참 대견하기 그지없다.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비결과 한 때 건강한 식단으로 속과 겉이 아름다워졌던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건강에 대해 고민하고 얘기를 나누어보니,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말만 반복될 뿐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 하하. 그래도 지금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 다른 건강 문제를 다 떠나서 나는 다이어트! 열심히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어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보다 결혼반지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라고나 할까. 우리 모두 건강에 이상이 있고, 나는 비만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올해는 다르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다시 건강해지고 나의 결혼반지가 편안하게 다루어지는 모습을 꼭 보여줄 것이다.
건강에 대한 주제는 지나가는 것이고, 열변을 토하며 대화하는 뜨거운 감자와 같은 우리들의 주제는 은퇴이다. 가속페달을 밟은 듯 점점 더 낮아지는 은퇴의 나이와 그와 정반대로 노래방 시간이 연장되듯 길어져만 가는 인간의 수명으로 인해 어쩌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돈으로 연명해야 된다는 두려움은 지금의 30-40대를 가장 두렵게 하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올해는 마음가짐을 조금 달리 먹기로 했다. 젊은 날의 치기로는 회사가 날 평생 데리고 있어 줄 것이라는 근본 없는 믿음이 있었다면 오늘은 비교적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은퇴를 준비하기로 했다. 파이어족을 생각했으나 그건 또 나의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5년에서 10년 안에는 제2의 전성기를 즐길 수 있는 일을 시작하거나 자리 잡고자 한다. 그래서 만약 내가 몇 년 뒤에 되돌아봤을 때 오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으며 미래의 나는 이 문구를 보고 얼마나 이뤘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나의 미래는 부업으로 CS 기획이나 데이터 분석을 의뢰받아 건건이 하고 싶다. 강원도에서 남편은 농사를 짓고 술을 빚으며 난 그 옆에서 가맥상회를 운영하며 마음대로 오마카세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게 새롭거나 낡은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찾아와 나름 북적북적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많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많은 시간을 사업 기획안과 땅과 집과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본을 끌어 모으는 데 바쁠 것 같다. 그 많은 것들을 조금은 부지런한 마음으로 기록해 나가려는 다짐을 조용히 적어본다. 6월에는 마무리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으니 당분간은 우선 체력을 기르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자 올해는 시작의 해다!
오늘도 普通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