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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일탈] 01-다르니까 경영이고 재밌으니 경영이다

*[방구석 5분혁신-안병민TV] 저자가 직접 하는 <경영일탈> 해부 영상

https://youtu.be/5GGSI2qnKXk


전작 <마케팅리스타트>(bit.ly/marketingrestart-naver)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경영일탈>(bit.ly/kyungil)에 수록된 머릿말입니다. 다르니까 경영이고 재밌으니 경영입니다. 일과 삶에 있어 다들 재미있고 남다른 경영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영에 정답은 많으니까요^^.


“이런 회사, 이런 CEO가 있네요. 그 파격적인 창의에서 나오는 혁신의 조직문화가 내부 직원을 열정에 휩싸이게 하고 그런 직원이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메커니즘, 실로 대단합니다.”



2013년 어느 날, 신문을읽다 눈에 들어온 한 기사를 보고 필자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짧은 글이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팀장, 임원, 대표이사를 직원들이 투표로 뽑는 회사라니 말이 되나. 팀장이 되려고 공약을 내놓고 입후보하고 이듬해에 10% 이상 더 득표하지 못하면 팀장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회사란다. 결재판도 없을뿐더러 직원 채용 면접에 사장이나 임원은 참여하지 않는단다. 다가 아니다. 상식을 뒤엎는 급여 체계도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이 회사는 팀마다 일정 금액을 회사에 세금으로 낸다. 나머지는 모두 팀원들 몫이다. 일종의 팀 별 독립채산제다. 성과가 좋으면 내 몫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다. 실로 놀라운 회사다. 여행업계 후발주자로 들어와 ‘개별 자유여행(FIT : Free Individual Tour)’이란 새로운 컨셉으로 돌풍을 일으킨 젊은 여행사 ‘여행박사’ 이야기다.


명색이 마케팅을 강의하고 경영에 대한 글을 쓰는 입장이기에 이런 식의 이른바 ‘창의경영’, 생면부지의 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머나 먼 선진 외국이나 경영학 교과서 속에서나 존재하던 사례였다. 내 눈앞에서 생방송으로 살아 움직이는 사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이 있었다니. 언젠가 기회가 되는 대로 꼭 한번 이 회사 CEO를 만나야겠다 싶었다. 이 모든 게 진짜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했다. 살다 보니 참 좁은 게 또 우리 사는 세상이다. 우연한 기회로 연결된 인연. 해당 기사를접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여행박사 신창연 대표와 마주 앉았다. 점심 식사 전 차 한잔으로 시작된 만남은 점심식사를 넘어 저녁식사로까지 이어졌다. 언론을 통해 걸러진 모습이 아닌,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확인한, 경영인 듯, 경영 아닌, 경영 같은 경영 이야기. 눈 앞에 실재하는 현실임에도 설마 싶은 신창연 대표의 경영철학과 사례들을 들으며 경영에는 정답이 없음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경영, 역시 관건은 ‘사람’, 그리고 ‘재미’였다.


이른바 창조경제가 화두다. 그 의미가 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지만 결국엔 창의력, 상상력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떻게 해야 나올 수 있는 걸까?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고 결과보다 과정에서 재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벌써 그런 파격적 문화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조심스레 한 줄 한 줄 써내려 가고 있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행박사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필자가 4년간 연재했던 <조선일보> 경영칼럼에 “넥타이를 풀어라...기업문화 바꾸는 캐주얼 경영”이란 제목의 글(http://bit.ly/13S0BbO)을 썼던 이유다. 이 칼럼은 이후 “투표로 팀장 뽑고, 성형수술비 지원, 1년내 골프 100타 이내 치면 천 만원…'펀(fun) 경영'으로 불황에도 매출 쑥쑥”이란 제목의 경제면 후속기사(http://bit.ly/TRQ3p0)로 이어졌다.


여행박사와의, 그리고 신창연 대표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회사에 대한 책 한번 써보지 않을래요?”라며 늘 그렇듯, 무심한 듯 시크(chic)한 신창연 대표의 제안. 물론이지 쓰고 싶었다. 너무나 훌륭한 실제 경영사례 분석의 기회!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기업 홍보책자 같은, 그런 책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만약 쓴다면 국외자의 시각이 아니라 회사 내부로 들어가 회사의 속살을 속속들이 보아야 한다 싶었다. “회사에 제 책상 하나 주세요. 내부 게시판도 열어주시고 직원 분들 인터뷰도 언제든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었던 나의 요구에 10초도 안 되어 그 자리에서 되돌아온 대답은, 흔쾌한 OK였다.


그러나, 고민의 연속이었다. 쓸 거리는 무궁무진했다. 문제는 기획과 구성이었다. 어떤 관점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시간 별 구성 아니면 이슈 별 구성? 시간 별 구성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다룰 것이며 이슈 별 구성이라면 이슈의 범위는 어디까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자니 생각할수록 미궁이었다. 게다가 경영이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상황은 늘 바뀌게 마련이다. 고정된 자세로 포즈를 잡고 있는 모델이 아니다 보니 어수룩한 화가로서는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기가 힘들 수 밖에. 그렇게 속절없이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뭘 그렇게 고민해요? 그냥 일기 쓰듯이 보이는 것부터 편하게 써 봐요.”

어떻게 하면 매듭을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내게 그냥 매듭을 끊어버리라는 신창연 대표다운 발상. 고심 끝에 찾아낸 나름의 해답은 ‘크로키(croquis)’였다. 크로키란 움직이고 있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짧은 시간 동안에 빠르게 그리는 것 혹은 그 그림을 가리킨다. 세부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대상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나 특징을 표현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게 포인트다. 이름하여 ‘여행박사 크로키’!


<강소기업 경영 크로키-여행박사> 편은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이자 책이다. 물론 크로키로서의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크로키로서의 장점 또한 뚜렷하다. 코끼리를 모르는 장님이 전체 코끼리를 다 만져보고 책을 쓰자니 하세월(何歲月). 일단은 손에 만져지는 부분부터 크로키를 시작했던 이유다. 하지만 마음은 간단치 않다. 괜한 일을 저지른 게 아닐까 문득 두렵기도하다. 노파심에 강조하건대 이 책은 여행박사라는 회사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다. 다른 회사보다 ‘나은’ 회사가 아니라 다른 회사와 ‘다른’ 회사라는 데 방점에 찍은 크로키다. 벤치마킹의 대상으로서 여행박사를 조명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르니까 경영이고 행복하니 경영이다. 성과나 실적보다는 그 ‘다름’ 자체에 보다 많은 비중을 할애한 건 그래서다.


1부에서는 여행박사 신창연 창업주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에 대해 짚어보았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 했다. 세상에 없는 여행박사의 ‘다름’은 전적으로 신창연 창업주에 기인한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아이의 인생이 내 것이 아니듯 내가 만든 회사 또한 결코 내 것이 아니라 역설하는 독특한 기업관의 신창연 창업주. ‘정답’과 ‘완벽’은 없다며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지금의 여행박사를 빚어낸 그의 경영과 그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2부의 초점은 여행박사의 비즈니스 전략이다. 업계 후발주자로 들어와 어떤 차별적 강점으로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며 어떻게 시장을 만들어 내었는지 여행박사만의 독특한 차별화 전략, 일명 ‘언더독Underdog 전략’을마케팅을 포함한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관건은 역시 ‘나음’이 아니라 ‘다름’, ‘넘버원(No 1)’이 아니라 ‘온리 원(Only 1)’, ‘추월’이 아니라 ‘초월’이다.


이제 조직의 경쟁력은 맨 파워(Man Power)나 제도, 보유기술 등에 달려 있지 않다. 바로 조직문화다. 잘 되는 기업의 직원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그 시선의 끝에 조직의 비전과 미션, 가치가 있다. 3부를 여행박사의 조직문화로 구성한 이유다. 팀장을 투표로 뽑고 전사워크숍도 가족과 함께 가는, 상식에 반하는 그들의 내밀한 조직문화를 소개한다. 영혼을 담아 즐기는 재미와 캐주얼의 문화다.


끝으로 에필로그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여행박사의 숙제를 열거했다. 가치혁신, 업業에 대한 재해석, 초심에 대한 반추, 업무 프로세스 혁신, 끝으로 리더십 혁신이다. 부족하나마 여행박사의 뜨거운 오늘을 응원하고 여행박사의 더 뜨거울 내일을 기대하는 여행박사 팬으로서의 애정어린 경영 제언이다.


서설이 길었다. ‘벤치마킹’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신경 쓸 게 아니라 남과는 다른 나만의 차별적 강점에 집중해야 하는 요즘이다. 누가 뭐라 하든 무소의 뿔처럼 내 갈 길 씩씩하게 걸어가니 고객도 눈 여겨 본다. 주어진 보기 중에서 정답을 골라야 하는 객관식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대답을 소신껏 써 내려가는 주관식의 경영. 여행박사의 그런 ‘주관식 경영’을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싫으나 좋으나 이제 또 하나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시장은 늘 냉정하고 고객은 항상 옳다는 걸 알기에 힘 주어 맞서지 않으련다. 몸에 힘 빼고 바람에 달 가듯이 그저 흘러가련다. 창의경영, 유머경영, 괴짜경영, 펀경영, 무위경영, 무심경영으로 표현되는 여행박사. 아무쪼록 그 속살에 대한 거칠고 투박한 이 크로키가 독자 제위께 벼락 같은 영감을 선사하기만 바랄 뿐이다. 경영은 나만의 고유명사다!


-사과 향기 가득한 충주 계명산을 그리며

보통마케터 안병민 쓰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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