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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018] 창조경영, 휴식도 전략이다

조선일보 [실전MBA] 연재칼럼

“연말도 못 쉬는 과로의 나라”. 어느 신문 1면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2주 혹은 3주에 이르는 장기 휴가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다른 나라 직장인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살인적 근로시간과 후진적 휴가문화로 연말에도 제대로 못 쉰다는 게 기사의 골자다. 휴식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대한민국의 일상이다. 


휴식의 개념은 지금 진화 중


지금까지의 「산업화」과정에서는 조금이라도 쉬면 뒤쳐지지 않을까,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초조함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앞당겼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농업적 근면성이 아니라 창의성을 요구한다. 일에 빠져있을 때 머리는 가장 무능하다 했던가? 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은 ‘제대로’ 쉬거나 놀 때 우리의 창의성이 발현되며, 이런 창의성의 원천은 「낯설게 하기」이기에 여기에 포인트를 맞춰 ‘잘’ 쉬어야 성과가 난다고 역설한다. 이제 휴식은 단순한 휴지(休止)의 의미가 아니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 새로운 것과의 조우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진화된 휴식의 개념이 창의력과 바로 맞닿아 있는 셈이다.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휴식의 이러한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일이 놀이고 잘 쉬는 게 창조다


벤쳐 붐이 다소 사그라들긴 했지만, 아직도 국내외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문화로 무장한 벤쳐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심심찮게 들린다. 또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도 부단한 변화혁신을 통해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사례가 적잖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직원들을 ‘제대로 낯설게’ 하여 ‘제대로 휴식’하게 만든다는 것. 특유의 기업문화나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들의 독특한 ‘휴식법’은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창의력의 본산이라 일컫는 구글 본사엔 카페는 물론 수영장·안마실 같은 다양한 휴식공간들이 즐비하다. 직원들의 창의력이 이런 휴식과 놀이의 공간들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도 이런 문화의 벤치마킹에 적극적이다. 도서실에서 근무 시간에 만화책도 읽을 수 있고 푹신한 소파에 누워 쉬거나 발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사내에 커피숍을 따로 두고 있는 회사도 많다. 일 자체가 놀이고 쉬는 게 창조다. ‘jnB’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태창플러스는 매년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잘 놀고 잘 쉬는 것이 경쟁력이라 믿는 이 회사는 매년 직원들을 국내외로 보낸다.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다. 두 달에 한 번씩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출근해 작품들을 감상하고 회사 옥상에서 함께 키운 배추, 무 같은 채소로 다같이 만찬을 즐기기도 한다. 평생학습 전문기업 휴넷의 학습휴가도 직원들을 ‘제대로 쉬게’ 하는 제도다. 만근 5년이면 주어지는 한 달의 휴가는 주말에 찔끔 주어지는 휴식과는 그 차원과 질이 다른 시간이 된다. 


직장인과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는 두 글자, 야근. 그러나 야근을 자주 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회사들이 나타났다. SK C&C 사옥에선 매일 오후 5시 55분 사내방송이 시작된다. 퇴근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매월 2, 4주 수요일에 전 직원이 5시에 퇴근하는 제도라든지 퇴근 시각 이후에는 사내 전산망 접근을 차단하거나 아예 전산망 전원을 내려버리는 기업들도 있다. 이른바 집으로 빨리 달려가라는 ‘홈런(home-run) 시스템’이다. 


휴식은 더 나은 성과를 위한 전략적 투자의 개념


휴식은 ‘일을 한다’의 반대말이 아니다.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대상을 새롭게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스스로를 ‘낯선’ 상황에 집어넣어 새로운 관점을 체험하거나 체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에서 휴가를 낸다는 건 언감생심이며, 야근은 일상다반사다. 그러니 이들에겐 주말 휴식도, 타성이고 습관이다. 통계적으로 가장 덜 행복한 요일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슬프다. 일요일 오후의 우울은 직장에서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에 대한 '예기(豫期)불안'이다. 직장이 재미가 없으니 휴일도 불행하다. 나무도 무작정 도끼질을 할게 아니라 도끼날을 벼리면서 해야 효율이 높은 법. 휴식에도 전략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직원들의 휴식에 대한 어떤 투자가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 창조경영시대에 있어 기업들이 초점을 맞추어야 할 또 하나의 화두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이 시점, 우린 얼마나 ‘제대로 쉬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연주를 뛰어나게하는 것은 중간중간에 어떻게 잘 쉬느냐에 달려있다. 바로 그곳에 예술이 들어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말이다.ⓒ보통마케터안병민


*2014년 01월 07일, 조선일보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1/06/2014010604011.html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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