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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창의적 이종교배

조선일보 [실전MBA] 연재칼럼

*조선일보(20121018)에 실린 연재기획 <안병민의 실전MBA> 칼럼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은 사실 예술 분야에서는 지속적으로 시도됐고 이뤄져 왔다.

마르셀 뒤샹. 20세기 초반, 산업화가 만들어낸 대량 생산 시대의 현대미술은 그와 함께 시작됐다. 그가 1917년 뉴욕의 한 전시회에서 변기(便器)를 '샘'이라고 이름 붙이며 작품으로 내놓자, "이게 뭐야, 미쳤나? 이제 예술은 망했군"이라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새로운 예술을 찾던 일군의 예술가들에게 그는 복음이 되었다. '어떤 대상을 평평한 캔버스 위에 재현하거나 혹은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만 알았던 기존 미술에 종언을 고한 것이다. 물질의 시대가 만들어낸 더러운 '변기'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는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 그 생경함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초현실주의 작가인 벨기에의 르네 마그리트는 또 어떤가. 중절모를 쓴 레인코트 차림의 신사들이 하늘에서 빗줄기처럼 떨어지는 듯한 그의 그림 '겨울비(Golconde)'는 이른바 데페이즈망(depaysement·낯섦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초현실주의 미술기법)의 대표작이다.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을 하나의 화폭에 담거나, 어떤 사물을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배경 속에 배치함으로써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사람의 하반신에다 물고기의 상반신을 결합해 놓은 '집단적인 창안'도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

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언어, 역사 등 인문학과의 결합이었다고 얘기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1 더하기 1은 2라는 뻔한 정답이 아니라 그 이상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융합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아마도 예술에 길을 물어야 할 것 같다. ⓒ혁신가이드안병민


*조선일보 20121018 http://bit.ly/TvO8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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