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각성 사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썼던 글입니다. 제 개인적인 '각성 사건'에 대한 글입니다. 참고로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아 예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경영마케팅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일과 삶에 있어 CEO이자 마케터임을 전파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매일을 살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20140326 말기암환자들이 말하는 '내 인생의 후회'
대장암 3기. 5년 생존확률 50%. 지난 2010년 가을이었습니다. 세 시간에 걸친 수술과 무려 18차례의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거치며 제 삶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2년 가까운 휴직기간을 거쳐 마케팅이사(CMO)라는 타이틀로 일을 하고 있던 회사에서 독립을 했습니다. 17년 간의 회사생활을 접고 스스로의 시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살아가는 삶이 시작된 겁니다. 집도 20년을 넘게 살았던 서울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던 양평으로 옮겼네요. 반종교주의자에 가까웠던 제가 '라파엘'이란 세례명을 갖고 성당을 찾게 된 것도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족들과의 관계!
이른바 '죽음의 문턱'이라는 델 가 보니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역시 가족이더군요. 돈과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며 워커홀릭처럼 산 것은 아니지만 나름 '일 재미'와 '일 보람'을 느꼈기에 제 삶은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오는 일상의 연속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땐 또 왜 그리 술, 담배도 많이 했는지. 주말 아니면 깨어 있는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 그리고 늘 일과 술에 쩔어있던 저로 인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던 아내. 지금 생각해보니 참 씁쓸한 기억의 편린들입니다.
하지만 상전벽해! 지금은 외부 일정이 없는 날엔 제가 직접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작년만 해도 제주도, 강원도 양구, 일본 시마네/돗토리현, 충북 수안보, 경북 예천, 전북 군산, 강원도 정선, 그리고 괌에 이르기까지 거의 두 달에 한번씩은, 이런저런 가족여행들을 다녀왔네요. 올초엔 큰 아이와 단 둘이서 부자지간의 통영여행을 다녀왔고요. 이번 주말엔 또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떠납니다.
'소유'를 위한 소비가 아닌, '경험'과 '추억'을 위한 소비의 가치를 이제 잘 알기에 틈만 나면 함께 추억을 만드는 우리 가족. 물론 지금도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 일은 아내가 독차지(?)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족을 키워드로 한 제 삶의 모습들이 참 많이도 바뀌었기에 예전보다 마음 하나만큼은 훨씬 더 넉넉합니다.
'눈길 걷다보니 꽃길'이라더니 시나브로 봄입니다. 양평 생활도 벌써 만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서울 살 땐 못 느꼈던 미세한 계절의 변화들이 이제 눈에 훅훅 들어옵니다. 이 기적같은 변화들을 그동안은 왜 못 보고 살았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이제 이렇게라도 보게 되니 이게 행복이지요.
문득 시구 하나가 떠오르네요.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고은 시인의 시입니다. 우연찮게 눈에 들어온 기사 하나-말기암 환자들이 말하는 '내 인생에 가장 후회되는 것' (http://bit.ly/2nR8hcB)-로 두서없는 제 얘기가 개발괴발 길어졌네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입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자고요. 닥치고 행복!입니다^^. ⓒ보통마케터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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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