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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012] ‘차별화’를 정의하다

[포춘코리아 연재] 안병민의 경영수다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제품 속에서 마케터들은 “우리 상품을 어떻게 고객들에게 알릴까” 고민을 한다. 이들은 결국 차별화를 외친다. 다른 제품과 다른 점, 더 나은 점을 부각한다. 마케팅 차별화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편집자 주)


▶싸우면서 닮아간다┃

“애플과 삼성, 싸우면서 닮아간다”, 제 눈길을 끌었던 한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입니다. 특허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능과 스펙에 디자인, 심지어는 마케팅 전술까지 양사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화면 스마트폰에 일체형 배터리 등이 그 결과입니다. 결국 양사의 제품들이 어슷비슷해져가고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쯤 되면 좀 이상합니다.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 즐비한 굴지의 글로벌기업들이 차별화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차별화는 점점 사라져 갑니다.


또 다른 사례는 면도기 시장입니다. 면도기를 사러 마트엘 갔습니다. 하지만 이게 의외로 일입니다. 무얼 골라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브랜드의 수많은 모델들이 “픽미 픽미”를 외치며 매대에서 갖은 교태를 부립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면도기를 골라야 할 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늘 쓰던 걸 고르는 게 하나요, 그때 그때 맘이 가는 걸 고르는 게 둘입니다. 반응은 다르지만 이유는 같습니다. 면도기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늘 쓰던 걸 쓰든지 아니면 늘 다른 걸 쓰는 겁니다. 차별화 부재의 또 다른 마케팅 현장입니다.


▶차별화는 포기다┃

다들 차별화를 부르짖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의 많은 제품들에서는 차별화를 찾기가 힘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들 약점을 보완하는 데 급급해서입니다. 저마다의 약점을 보완하기 바쁘다 보니 결국 많은 제품들이 저마다의 특색이나 개성 없이 비슷해지는 겁니다. 차별화는 약점을 보완하는 게 아닙니다. 강점을 강화하는 겁니다. 내가 가진 강점을 남들이 따라 올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강화하는 겁니다. 그게 차별화입니다. 하나를 선택하여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건 포기한다는 의미입니다. 축구에 있어 세계 최고의 공격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일 수 없습니다.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전략’도 그렇습니다. 전략은 무얼 할까를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무얼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포기’입니다.


▶차별화는 용기다┃

‘발견력’이 중요한 세상입니다. ‘발견하는 힘’이 아니라 ‘발견되는 힘’으로서의 발견력입니다. 일단 고객의 눈에 띄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평범하고 무난한 ‘무리 속 하나(One of Them)’로서는 고객의 눈길을 끌 수가 없습니다. 차별화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겁니다. 그래야 “어, 쟤는 뭐지?”하며 고객이 관심을 갖고 쳐다봅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무리 속에 함께 있을 때 우리의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잘 돼도 함께 잘 되고 못 돼도 함께 못 되니 크게 불안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나 혼자 잘 되면 그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잘못되면 혼자 독박 쓰는 겁니다. 그게 무서우니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지를 못하는 겁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쟤는 왜 자꾸 혼자 튀려고 하지?” 주변의 싸늘한 시선에 절로 움츠려 들기도 합니다. 일본의 한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상은 미친 짓 해야 탈 수 있다” 했습니다. 차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친 척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용기’입니다.


▶차별화는 존재이유다┃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영화를 왜 만들어야 할까? 이 영화를 관객들은 왜 봐야 할까? 이 영화에 투자자는 왜 투자해야 할까? 영화 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영화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영화 <추격자>로 유명한 나홍진 영화감독의 대답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제게는 이 말이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들립니다. 다른 영화와는 뭐가 다르길래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와야 할까,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라는 일갈입니다. 상상을 한번 해봅니다. 세상에 절대자가 있어 나에게 묻습니다. “세상에 너와 같은 이름의 동명이인이 백 명이 있다. 그들 중 하나만 남기고 내가 다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 한다. 네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말해보라.” 나의 존재이유를 묻는 질문입니다. 마케팅도 똑같습니다. 왜 나의 제품, 나의 서비스, 나의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저 돈 될 것 같아서 출시했다는 건 제대로 된 존재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존재이유가 없는 제품과 브랜드는 고객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고객이 “나랑 아무런 상관없다” 생각하는 브랜드는 그걸로 끝입니다. ‘고객의 무심함’은 마케팅에 있어 사형선고입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존재이유’입니다. 


▶차별화는 자기인식이다┃

세상 70억 인구 중에 나랑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나랑 똑같은 외모, 나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다르니 받아 든 삶의 문제지도 다 다릅니다. 문제지에 대한 정답 또한 같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답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꾸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곁눈질합니다. 이걸 벤치마킹이라 그럴 듯 하게 포장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벤치마킹의 유효기간은 끝났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답이 나에게도 정답일 수 없습니다. 사람은 무거운 돌을 매달고 물에 빠져 자살하지만 물고기는 다릅니다. 풍선을 매달아 물 위로 떠오르는 게 그들의 자살 방법입니다.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차승원이 사는 방법이 있다면 유해진이 사는 방법은 또 다릅니다. 특정 기준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결국 모두 비슷해집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앞서가는 경쟁자를 따라잡는 추월이 능사가 아닙니다.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가장 나다울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나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자기인식’입니다.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주다┃

“품질을 개선하라, 디자인을 개선하라, 노력하라,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네 생각, 네 방식대로 너만의 게임을 뛰어본 적이 있는가. 네가 뛰고 있는 이 게임의 이름은 마케팅. 이기고 싶다면 차별화하라.” 승자가 만들어 놓은 방식을 답습해서는 결코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승자의 룰이 아닌,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이길 수 있는 나만의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뭐가 달라도 달라서 고객으로 하여금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게 바로 ‘차별화’입니다. ⓒ보통마케터안병민


표지일자 2017.10월 103호 http://www.sedaily.com/NewsView/1OMC8EJS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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