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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 칼럼] 눈사람에게서 경영을 배우다

웰크론 그룹  사보 칼럼

*웰크론 그룹  사보 2018년 신년호에 실린 경영칼럼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위기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따로 없습니다. 게다가 4차산업혁명이라는 기하급수적 변화가 현재진행형입니다. 비즈니스 전 분야에 걸쳐 IT기술이 접목되며 업종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입니다.


그렇다고 가던 길을 안 갈 수는 없습니다. 주저앉을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어찌 보면 참 먼 길입니다. 참 힘든 길입니다. 하지만 그 멀고 힘든 천리 길도 시작은 첫 번째 내딛는 한 걸음입니다. 중요한 건 악착같은 끈기입니다. 


총 공사비가 2조원이 넘는 인천대교 공사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 중의 하나가 ‘개념설계’였습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기획하고 핵심구조를 설계하는 부분으로 전체 공사비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입니다. 지난 인천대교 공사에서 우리는 이 개념설계 부분에 있어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 기술회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념설계 분야에 대해서는 준비도, 숙성도 안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부분만 빨리 해내기에 급급했던 겁니다. 서울공대 스물 여섯 분의 교수님들이 지적하는 대목이 바로 여깁니다. 우리에겐 인내와 끈기를 기반으로 한 ‘축적의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운 건 피하고 눈에 잘 띄는 쉬운 일에만 매달렸던 겁니다. 


세상만사가 그렇습니다. 손 쉽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이룬 성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많은 대기업들도 그 시작은 아주 미약했습니다. 우리에게 ‘국민게임’이나 다름없었던 ‘앵그리 버드(Angry Bird)’는 게임회사 로비오가 숱한 실패 끝에 출시한 52번째 게임입니다. 시가총액이 5천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페이스북도 처음에는 하버드 학생들을 이어주던 작디작은 인맥 사이트일 뿐이었습니다. 세계적 열광을 이끌어낸 다이슨 청소기도 5,126번의 실패를 거쳐 세상에 나온 제품이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역사도 대부분 보잘것없는 차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글이 그랬고 애플이 그랬으며, 아마존이 그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습니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습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입니다. 한 발 한 발 묵묵히 가다 보면 쌓이는 게 ‘경험’이고 ‘통찰’입니다. 처음에는 그 ‘축적’이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중간에 쉬 포기하는 이유입니다. 결과는 어느 순간 불현듯 나타납니다. 마치 눈사람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뭉쳐도 빨리 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힘든 초기단계를 넘어서면 눈덩이가 커지는 속도는 엄청납니다. 눈을 뭉치는 초반부가 어려울 뿐이지 한번 뭉쳐진 눈덩이는 알아서 굴러가게 마련입니다. 이른바 ‘눈사람 효과(Snowball Effect)’입니다.


‘끈기와 인내’가 눈사람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교훈이라면 두 번째 교훈은 ‘실행’입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습니다.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일단 실행하는 겁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에서도 방점이 찍히는 건, 숨어있는 ‘실행’입니다. 


여기 실행과 관련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치성을 드립니다.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며 신에게 올리는 기도입니다. 그 정성을 보다 못한 신이 하도 답답해서 한마디 합니다. “네 뜻은 알겠으니 일단 복권부터 좀 사!”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배트를 휘둘러야 안타든 홈런이든 나오는 겁니다. 가만히 배트만 들고 있다가는 당연히 삼진 아웃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실행을 머뭇거리게 합니다. 실행은 그래서, ‘도전’이고 ‘열정’입니다. 일단 하는 겁니다. 안 되는 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스타트업 분야에 ‘피보팅(Pivot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존의 사업을 접고 비즈니스의 초점이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는 의미입니다.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게 사업입니다. 그럴 때는 새로운 방향이나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피보팅입니다. 스타트업의 99%가 피보팅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잘못될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관건은 실행입니다. 


문제가 작금의 비즈니스 환경이라면 해답은 ‘기업가정신’입니다.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 기업가정신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변화해야 합니다. 혁신해야 합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일 수 있어서입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실행해야 합니다. 시작이 없으면 성공도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작하고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기업가정신’과 함께 우리가 곱씹어야 할 ‘눈사람 효과’의 비즈니스 교훈입니다. ⓒ보통마케터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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