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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되듯 그렇게 '리더'가 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연재] 안병민의 숨은 경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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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5분혁신=안병민] 6년간 키워온 내 아이가 남의 아이였다면? 충격적인 설정입니다.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료타’는 성공한 엘리트 건축가입니다. 사랑스러운 아내, 아들과 함께 시내 한가운데 있는 고급아파트에 살며 걱정할 것 없는 일상을 보냅니다. 물론 일이 많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없는 아빠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야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세상의 대부분 아버지들이 그렇게 사니까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평화로운 가정에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6년을 키워온 아들 ‘케이타’가 병원에서 바뀐 아들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연락을 받은 겁니다. 




아이가 바뀌었다니 실제 친자를 기르고 있는 저 쪽 부모를 만나야 했습니다. 만나보니 시골에서 허름한 전파상을 운영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집안입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아빠 ‘유다이’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입니다. 


친자 ‘류세이’는 그 집의 세 아이들 중 맏이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양쪽 집안은 일단 자주 만나면서 주말에는 아이를 바꾸어 생활하며 서로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그런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친자 ‘류세이’는 주인공인 ‘료타’의 집에서 자꾸 겉돌기만 합니다. 모든 걸 아이 스스로 하게 하며 매일 피아노 연습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 ‘료타’의 자녀교육 철학에 ‘류세이’는 자꾸 어깃장을 놓습니다. 반면 ‘유다이’네 집으로 간 ‘케이타’는 금세 그 집안의 단란한 분위기에 적응합니다. 


결국 사달이 납니다. ‘류세이’가 집을 나간 겁니다. 알고 보니 원래 자기가 살던 시골 집 ‘유다이’네로 가출 아닌 가출을 감행했던 겁니다. 주인공 ‘료타’는 가슴이 아픕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머리 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다시 찾아간 시골 전파상 ‘유다이’네. 거기서 ‘료타’는 원래 키우던 아이였던 ‘케이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마음의 벽을 허뭅니다. ‘료타’는 그렇게 진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영화 줄거리를 이렇게 길게 펼쳐놓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건져올린 리더십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료타’의 교육방식입니다. ‘료타’는 아이에게 엄격합니다. 아이는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만 합니다. 이른바 우등생, 모범생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규율입니다. 하지만 ‘케이타’가 늘 풀 죽어 있었던 이유도, 그리고 ‘류세이’가 결국 가출을 감행했던 이유도 모두 이런 ‘료타’의 확고부동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규율인지 말입니다. 유연한 조직문화로 유명한 넷플릭스는 ‘직원을 어른으로 대한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하고, 통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직원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긴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원을 관리의 대상인 객체로 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일과 삶의 주체로 존중해주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그렇거니와 직원들 역시 동물원의 철창 속 동물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리더십과 관련하여 제 눈길을 잡아끈 두 번째 대목은 ‘료타’와 ‘유다이’의 대화장면입니다. “료타씨는 나보다 젊으니까 애랑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만들지 그래요?” “시간만 중요한 건 아니죠.” “무슨 소리에요? 애들한테는 시간이 중요해요.” “회사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어서요.”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거죠.” 


맞습니다. ‘케이타’가 낯선 ‘유다이’네 집에 가서도 쉽게 어울리며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고 함께 밥 먹으며 함께 나눈 그 시간의 크기 말입니다. 반면 ‘료타’는 뭐든 혼자 하게 하는 것을 방침으로 내세우며 ‘류세이’를 외롭게 만듭니다. ‘류세이’에게 ‘료타’는 날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자상한 아빠가 아니라 매사에 엄격한 지시자, 통제자, 관리자일 뿐이었던 겁니다. 


기업의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공감’입니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 그저 나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리더의 말은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눈을 맞추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그 진정성의 소통이 공감을 빚어냅니다. 


‘케이타’와 ‘류세이’를 각자의 집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에서 두 가족은 함께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이 장면도 이채롭습니다. 자유분방한 ‘유다이’네 식구들의 포즈는 장난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즐거움이 뚝뚝 묻어나는 포즈입니다. 반면 ‘료타’네 가족은 뻣뻣한 ‘차렷 자세’로 카메라를 향해 섭니다. 마치 죽은 나무처럼 말입니다. 유연해야 생명입니다. 조직문화도 그렇습니다. 틀에 박힌 공식적인 절차와 규정은 직원들을 뻣뻣하게 만듭니다. 영혼 없는 노동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직원들 스스로가 내 일의 주인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들은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입니다. 원래 키우던 아들 ‘케이타’에게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료타’의 모습에서도 리더십의 핵심이 녹아 있습니다. ‘사과하는 리더’의 모습 말입니다. 리더는 완벽한 신(神)이 아닙니다. 리더도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는 사과에 인색합니다. 그저 뭉개고 가려고만 합니다. 직원들과의 간극을 더욱 벌어지게 만드는 일입니다. 진솔한 사과가 사람의 마음을 엽니다. 잘못했을 때 솔직하게 사과할 수 있는 모습이 리더의 용기입니다. 



이상,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대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관점에서의 후기입니다. 물론 영화 그대로의 교훈도 큽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아빠의 성공’이 아니라 ‘아빠와의 시간’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리더십이나 자녀교육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지난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도 리더가 됩니다. ‘료타’가 아버지가 되듯이 말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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