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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캐주얼> 머릿말

*[방구석 5분혁신-인병민TV] 저자가 직접 하는 <그래서캐주얼> 해부 영상

https://youtu.be/FmhyQtK0mHI


*내가 나로 살지 못하는 '좀비인생' 탈출법 <그래서 캐주얼>(bit.ly/그래서캐주얼)의 프롤로그입니다.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벌써 몇 시간째입니다. 식은 땀만 줄줄 흐르고 속이 울렁거려 침 삼키기도 힘듭니다.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어떤 자세로도 있기 힘들 정도로 온 몸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계속되는 구역질에 식사를 할 수도 없고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입니다. 이틀 새 몸무게 3kg이 훌쩍 빠져버렸습니다. 작년 가을, 세 시간에 걸친 수술 이후 겨울부터 13차례나 항암주사를 맞아오면서 이상하리만치 별 다른 부작용이 없다 싶더니, 입이 방정이라고 그 놈의 부작용이란 게 이제 슬슬 시작되나 봅니다. 다른 환자분들이 세상 살면서 항암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하시는 게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안 되더니 아,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2011년 7월에 썼던 잡문 한 대목입니다. 대장암 3기. 당시로서는 생존률이 50%라 했으니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죽음의 존재를 절감했던 시기입니다. 세 시간에 걸친 수술과 열 여덟 차례의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는 제 삶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첫째가 휴직이었고 둘째가 서울에서 양평으로의 이사, 마지막이 퇴사였습니다. 2년간의 휴직을 시작하면서 20년을 넘게 살았던 서울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던 양평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 뜨게 되었습니다. ‘경주마’가 아닌 ‘야생마’로서의 삶 말입니다. 2년 시간은 금세 흘러갔습니다. 결국 저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17년 간의 회사생활을 미련없이 접었습니다. ‘울타리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자발적 결정이었습니다. 중견기업 마케팅임원으로 일하고 있던, 제 나이 마흔을 갓 넘겼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울타리 밖의 삶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가족과의 관계였습니다. 소위 죽음이란 걸 떠올리고 보니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역시 가족이더군요. 돈과 승진을 목숨처럼 여기며 워커홀릭처럼 산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일 재미'와 '일 보람'을 느끼며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오던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땐 또 왜 그리 술, 담배도 많이 했었는지. 주말 아니면 깨어 있는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 그리고 늘 일과 술에 쩔어있던 남편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던 아내. 지금 생각해보니 참 씁쓸한 기억의 편린들입니다. 하지만 상전벽해! 지금은 외부 일정이 없는 날엔 제가 직접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며,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거의 두 달에 한번씩은, 짧게는 사흘, 길게는 한 달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가족여행들을 다녀왔네요. '소유'를 위한 소비가 아닌, '추억'을 위한 소비의 가치를 이제 잘 알기에 틈 나는 대로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빚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기적처럼 저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발병하여 수술을 받았던 게 2010년 가을이니 그럭저럭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눈길 걷다 보니 꽃길'이라더니 무척이나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대지를 달구었던 폭염도 한풀 꺾였습니다. 돌아보면 지금껏 팽팽하게 줄만 당기며 살았던 세월입니다. 하지만 그 줄이란 것도 버텨낼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툭, 끊어지고 맙니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탈이 납니다. 이젠 좀 느슨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경영이 필요합니다. 직선은 두 개의 점을 연결하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도와 효율에 매몰되어 버렸습니다. 곡선을 말씀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좀 늦으면 어떤가요? 좀 둘러가면 어떤가요? 어차피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입니다. 그 차이를 품어 안아야 합니다. 그래야 넉넉하게 세상을 보듬어 안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목표’와 ‘결과’만 생각하며 달렸다면 이제는 ‘어떻게 갈 것인가’, 그 ‘방법’이나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내가 재미있고 내가 행복한 그런 경영을 해야 합니다. 내가 재미있고 내가 행복한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불청객처럼 불쑥 저를 찾아왔던 암이란 놈이 제게 알려준 삶에 대한 통찰입니다. 이 책 <그래서 캐주얼>, 내 일과 삶에 대한 행복경영 탐구노트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전작으로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인 <마케팅리스타트>는 ‘마케팅은 단지 돈 버는 기술’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고, ‘고객행복’이라는 삶의 철학으로서의 마케팅을 이야기하고 싶어 쓴 책입니다. 두 번째 책 <경영일탈>은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초점을 맞춘 경영스케치로 ㈜여행박사의 창의경영, 행복경영에 대해 쓴 책입니다. 전혀 다른 관점으로 다시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의 ‘리스타트(Restart)’나 주류에서 떨어져 나와 행복한 반란을 꿈꾸자는 뜻으로 쓴 ‘일탈(逸脫)’, 연결고리는 ‘혁신’입니다. 마케팅이나 경영이나 이젠 변해야 한다, 바꾸어야 한다, 라는 겁니다.


이 책 <그래서 캐주얼>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내 일과 삶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성과를 넘어 재미, 결과를 넘어 과정, 성공을 넘어 행복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런 일과 삶의 이야기들을 ‘차별화’를 중심으로 한 경영학의 프레임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 인생도 경영의 대상입니다. 나는 내 삶의 CEO인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케터로서 써 내려간, ‘내 일과 삶의 행복경영 탐구노트’입니다. <마케팅 혁신>, <리더십과 조직문화 혁신>에 이어 <내 일과 삶의 혁신>을 담은 이 책은 보통마케터 안병민이 이야기하는 <경영혁신3부작>의 마지막 완결편인 셈입니다.


내 일도 그렇고 내 삶도 그렇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즐거울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신 살아주는 삶 또한 그렇습니다. 지시와 통제로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이거 하라면 이거 하고 끝나고 저거 하라면 저거 하고 끝납니다. 영혼 없는 노동입니다. 죽지 못해 하는 일입니다. 남들 다 그렇게 사니 원래 그런가 보다, 하며 사는 삶인 겁니다. 나답게 살아야 합니다. 나답게 살 때 가장 창의적이고, 나답게 살 때 가장 행복합니다. 세상이 원하는 ‘나’에 매몰되지 말고 나도 잘 몰랐던 ‘나’를 찾아 함께 떠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쓴 책이 바로 이 책 <그래서 캐주얼>입니다. 직접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 든 생각을 정리하였기에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쓴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언어는 누군가를 향한 ‘설득’의 언어가 아닙니다. 내게로 향하는 ‘성찰’과 ‘다짐’의 언어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복하세요. 그 뿐입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쓰다-


* <그래서 캐주얼> https://bit.ly/그래서캐주얼 

* <마케팅리스타트> https://bit.ly/마케팅리스타트

* <경영일탈> https://bit.ly/경영일탈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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