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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35]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와 대응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경제가 하 수상하다. 긍정적인 지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위기의 징후들만 가득하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가릴 것 없다. 다들 지갑을 꼭꼭 여미고 있다. 아니, 여민다는 표현도 적합치 않다.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거기다 글로벌 경제가 돌아가는 조짐도 심상찮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 과정과 결과 하나하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핵폭탄급이라서다. 그래서 마련된 연세대학교 성태윤 교수의 강연이다. 글로벌 경제·금융 전문가가 짚어주는 세계 경제환경 변화와 그 대응책을 살펴본다.

    

“2016년에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내용이 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 얘기했습니다. 몇몇 잘 나가는 산업을 넘어서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게 제 얘기의 핵심이었는데요. 지금 상황을 보면 그때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성태윤 교수는 다양한 지표와 함께 작금의 위기 상황을 짚어주었다. 전반적으로 수출의 증가세가 많이 약화되었다. 특히 효자산업인 반도체를 제외하고 나면 이런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금이야 반도체가 잘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게 그렇듯이 반도체시장이라고 영원불멸 우리에게 좋을 수 없다. 실제로 다른 업종들의 경기사이클과 비교해보면 반도체 산업은 그 진폭이나 기간이 종잡을 수 없다. 지금의 시장상황도 그렇다. 시대적 화두가 되어버린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덕분에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우리나라가 그 수혜국이다. 하지만 열흘 붉은 꽃 없다 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반도체 수요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 정도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는데요.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 직전 거시지표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때도 반도체 특수가 있었다. 전기전자 부품산업 기업들의 자산 대비 매출이익이 엄청났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정용컴퓨터를 처음 구매했던 게 바로 이 시기다.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등 이른바 PC통신이란 것도 대부분 90년대 중반에 가입했다. IT에 기반한 반도체 특수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폭발적이었던 시점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이 3개사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시기. 셋 중 두 회사가 우리나라 기업이었으니 거시지표가 나쁠 수 없었다. 외환위기 때 자동차에 투자했다가 휘청, 했던 삼성도 반도체로 번 돈을 자동차에 쏟아 부었던 거다. 이처럼 뭔가 돈을 벌어올 구석이 있으면 위기가 닥쳐도 버텨낼 힘이 된다. 그런데 돈을 벌어오던 그 구석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우리나라가 힘들기 전에 우리보다 앞서 먼저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있다. 성태윤 교수의 설명이다. 우연찮게도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들이다. 물론 미국과 사이가 안 좋다고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미국과 사이가 안 좋더라는 얘기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미국과 사이가 안 좋으면 아무래도 국제금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나라가 이란이다. 이란은 핵문제로 미국과 사이가 안 좋다. 성태윤 교수는 <미국과 괴리된 신흥국에 번지는 위기>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8월 경제제재를 복원하고 11월 2차 제재까지 가하겠다고 하자 이란은 통화가치가 폭락하며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2018년 1월 초 미화 1달러당 3만 6000리알이던 공식 환율은 지난 7월 말 4만 4000리알까지 상승하며, 통화가치는 연초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7월 말 암시장에서는 미화 1달러가 공식 환율의 2.7배에 이르는 12만 리알에 거래된다. 통상적으로 암시장에서 공식 환율보다 높은 가격에 달러가 거래되지만 그 차이가 5000리알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외환위기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 성태윤 칼럼 <미국과 괴리된 신흥국에 번지는 위기> (2018-08-13)


이런 나라가 또 있다. 터키다. 터키는 원래 미국의 맹방이었다. 미국의 대중동작전 수행에 협조적이었던 나라다. 그런데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이 종교근본주의를 지향하며 인권 문제에서 미국과 부딪치기 시작한다. 성태윤 교수의 칼럼을 다시 들여다보자.

    

“터키 역시 1월 초 미화 1달러당 3.8리라였던 환율이 7월 말 4.9리라가 되면서 2018년 초반 대비 통화가치가 30% 폭락했다.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국제 투자자들이 터키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갖지 못해 해외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된 결과 외환 유출이 심해진 현 상황을 터키 정부가 더이상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통 우방이던 미국과의 관계도 나빠져 제재까지 언급될 정도여서 경제위기 시 미국이나 국제기구로부터 협조를 얻어 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역시 상황을 악화시켰다.”

* 성태윤 칼럼 <미국과 괴리된 신흥국에 번지는 위기> (2018-08-13)


그래서일까, 터키는 다시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짚어보자.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현재 경제위기로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려 한다. 그런데 IMF의 자금 지원을 반대하는 나라가 있다. 미국이다. 과거에는 파키스탄 역시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대(對)테러 전쟁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파키스탄에 대한 구제금융은 무역전쟁의 상대방인 중국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파키스탄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협력하면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回廊)사업(CPEC)에 대규모 투자를 했는데, 이것이 파키스찬 재정난의 이유라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그러니 일대일로 관련 중국 채권자 구제에 사용될 수도 있는, IMF의 구제금융을 미국이 반대하는 것이다.

 

탄광 속 카나리아’라는 표현이 있다. 예전 광부들은 탄광에 들어갈 때 항상 새장에 든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메탄이나 이산화탄소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소량에 노출되어도 바로 죽는다. 광부들에게는 이게 위험신호인 거다. 이란, 터키,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 사례를 톺아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닥친 위험 징후를 알아낼 수 있어서다.   

            

“거시경제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국민들은 살기 힘들다고 난리입니다. 이 극단적 상황의 이유와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성태윤 교수는 만화 <엄마 찾아 삼만리>를 소환했다. 원작은 1976년에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TV애니메이션이다. 이탈리아의 12살 소년 마르코가 떠나간 엄마를 찾아간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그러면 여기서 갖게 되는 질문 하나. 도대체 마르코의 엄마는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어디로, 왜 떠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마는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신흥강국이었다. 엄마는 일거리가 없던 고국을 등지고 돈을 벌러 머나 먼 타국으로 떠났던 거다. 그랬던 아르헨티나가 지금은 경제위기의 대명사다. 포춘500대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16개 들어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기업은 제로다.

 

이어서 성태윤 교수가 보여준 영상. KBS <명견만리-글로벌 쩐의 전쟁, 우리의 생존법은?> 한 대목이다. 카메라는 지금의 아르헨티나를 비춘다. 국가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 기업들은 사라지고 금융회사들은 망했다. 그러니 주요 고용주는 정부다. 돈을 벌 수 없는 정부가 고용주가 되니 방법은 국채 발행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빠진 나라의 국체를 살 사람은 없다. 자금조달이 안 되니 정부는 공공지출을 줄인다. 공무원을 해고하고 사회복지 지원을 줄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시위가 일어난다. 국민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국가경제가 일반 국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현장이다. 경제가 살아야 국민도 산다.    

“결국 관계의 문제이든지 성과가 다르기 때문이든지 미국과 괴리된 패턴을 보이는 신흥시장은 현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우방을 존중하면서 상호 공생에 바탕을 두고 때로는 단기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계에 기초해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해 미국에 불리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즉각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과거에는 미국과 경제사정이 어느 정도 괴리되더라도 중국이 원자재, 중간재를 포함해 신흥국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역할을 하며 위기 요인을 비교적 흡수해 줄 수 있었다. 즉 경제가 개방되면서 한국과 같이 제조업 산업화가 이루어진 국가에는 중국이 수출시장으로 역할을 했고, 중국 경제가 활성화되면 그 결과 원자재 가격이 호조를 보이며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흥국 경제가 많이 의존하던 중국이 비효율적 국영기업과 부채 등 내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대외적인 갈등에 돌입하면서 추가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관계’와 ‘성과’ 모두 미국과 괴리되는 것에 따른 위험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신흥국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성태윤 칼럼 <미국과 괴리된 신흥국에 번지는 위기> (2018-08-13)

 

성태윤 교수의 시선은 이제 글로벌 금리로 향한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다. 쉽게 말해 1년 저축예금의 이자가 3년 저축예금의 이자보다 낮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단기채권 금리가 장기채권 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거다. 단기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97년 외환위기 때 망한 회사들은 다른 것 없다. 외환 부채를 끌어다 실물이나 원화 자산에 투자한 회사들은 다 망했다. 영업이익이 안 나서가 아니라 자본구조 때문에 망한 거다. 대표적인 기업이 대우다. 여기서 ‘이중불일치(double mismatch)’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통화불일치’와 ‘만기불일치’다. 해외에서 외화를 단기자금으로 빌려오는 경우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환경의 급변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가리킨다. 지난 외환위기 때 수많은 기업들이 이것 때문에 문을 닫았다. 외국의 단기자금을 끌어다 국내의 장기자산에 투자했던 거다. 금리가 올라가니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갚아야 할 시점은 눈깜짝할 새 돌아온다. 버텨낼 재간이 없다. 교훈은 단순하다. 단기자금을 장기투자에 쓰고 있는지, 외화 부채를 원화 자산에 쓰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이른바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컨셉이 괴리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의 경제가 모두 연결된 초연결시대.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에도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기에 더욱 중요한 요소다.

    

“기업경영에 있어 이런 ‘자본비용’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노동비용’입니다.”

  

성태윤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갖고 올 영향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했다 역설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 짓는 기준은 최저임금이 경기 여건이나 소득수준, 산업 특성 등 해당 지역경제의 현실 여건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즉 최저임금이 전반적인 임금이나 소득수준, 생산성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 상태에서 인상이 이루어지면 부정적인 효과가 적을 수 있다. 반면에 최저임금이 현실적인 여건보다 이미 높은 수준인데 인상이 이루어지거나 거시경제와 괴리된 채 급격히 인상되면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미국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우리 최저임금이 7530원(2018년)이었고 올해 8350원으로 올랐는데 지난해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에 그친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로 미국의 6만 달러에 비해 2분의 1정도임을 감안하면, 시간당 최저임금의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실질부담은 미 연방 최저임금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이 미국의 1.9배이고 올해는 미국의 2.1배로 치솟는다. 주 차원에서 가장 높은 11달러 최저임금을 설정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1인당 국민소득: 약 7만 달러)를 기준으로 해도 1.5배(2018년), 1.6배(2019년) 수준이다.”

* [성태윤의 이코노믹스] 한국 최저임금 캘리포니아 1.6배…“수요·공급에 맡겨야” (2019-01-02)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올랐다. 작년 16.4% 인상에 이어 올해 또 10.9%가 인상되었으니 복리 개념으로 보면 2년간 거의 30% 가까운 상승이다.

 

실제로 지난 외환위기때는 금융비용이 높은 회사들이 나가 떨어졌다. 지금은 노동비용이 높은 회사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다. 예컨대, 1억 매출에 이익률 6%, 노동비용으로 2천만원이 나가는 구조의 기업이 있 하자. 그런데 노동비용이 30% 올라가면 6백만원이 더 나가게 된다. 다시 말해 이윤이 제로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노동비용 비중이 대기업의 노동비용 비중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다. 대기업의 노동비용이 매출 대비 20%라면 중소기업은 30~40%에 육박한다. 그런데 매출 대비 노동비용 30%에 또 최저임금 인상분 30%가 붙으니 매출의 9%가 추가로 노동비용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즉 9%의 이윤을 올리던 회사도 이윤이 제로가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익률이 10%를 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감당이 불가능한 수치라는 게 성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니 정책의 의도가 아니라 수치 도출의 과정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말한다.

 

외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 책정에 무척이나 신중하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가 올해 최저임금 ‘1달러’를 인상하기 위해 엄청난 토론을 했다. 결국 25인 이하 기업은 ‘50센트’만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렇게 잘 사는 나라, 잘 사는 주에서도 이렇게 하는데 우리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30%를 획일적으로 올리니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미국에서 지난해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지만, 지역별로 다른 경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주(州)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게 책정됐다. 최고 수준인 워싱턴 주는 11.5달러이고 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는 11달러에 이르지만 연방보다 낮은 수준을 적용하는 조지아(5.15달러)나 와이오밍(5.15달러) 같은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등 아예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주도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낮거나 아예 없기도 한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등이 오히려 미국의 신(新)산업지대인 점은 흥미롭다. 앨라배마에는 현대자동차가, 조지아는 기아가 공장을 설치한 곳이다. 이 지역은 우리 자동차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고 혼다·닛산·마쓰다 등 일본 회사와 벤츠·BMW 등 독일 회사의 공장이 진출한 곳이기도 하다. 즉 최저임금을 높여 경기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유치하고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용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임금과 소득도 높아진 것이다.”

* [성태윤의 이코노믹스] 한국 최저임금 캘리포니아 1.6배…“수요·공급에 맡겨야” (2019-01-02)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비용이 높아지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그 와중에 살아남은 회사들은 크게 2가지 부류다. 먼저 자동화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둘째, 일본을 떠난 기업들이다. 자동화나 해외투자나 둘 다 노동비용 구조를 낮추었다는 게 포인트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 했다. 최저임금의 취지가 문제라는 게 아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엔 여권에서도 최저임금 동결 등 속도 조절에 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연’이지 ‘실’이 아니다. 실은 하늘을 나는 연이라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목적을 바라보아야 한다. 도구에 매몰되면 답은 없다.

 

결국 성태윤 교수의 강연 핵심은 이거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자본비용과 노동비용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로 연결된 ‘글로벌경제 네트워크’ 때문이다. 비단 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이슈다. 외교와 경제를, 시장과 노동을, 수요와 공급을, 보다 입체적인 시각으로 함께 봐야하는 건 그래서다. ⓒ보통마케터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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