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궁극적 목표는 하나다. 나의 브랜드를 파워브랜드로 만드는 거다. 파워브랜드가 되면 혜택이 많다. 고객충성도가 높아진다. 가격 경쟁에서도 자유로와진다. 삼성보다 훨씬 적은 수량의 스마트폰을 팔면서도 영업이익은 몇 배를 더 챙겨가는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파워브랜드의 위엄이요 위상이다.
파워브랜드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 차별화다. 고객이 묻는다. “내가 왜 네 걸 사야 하지?” 차별화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얘기는 고객이 굳이 내 제품과 내 서비스, 내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니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차별화를 하겠다며 남들보다 잘하려 노력한다. 경쟁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오류다. 비즈니스에서의 경쟁은 상대를 무찌르는 게 아니다. 고객가치 창출이 목표다. 전쟁과 달리 승자가 하나일 수 없는 건 그래서다. 나이키는 나이키답기에 좋고, 아디다스는 아디다스다와서 좋은 거다. 남보다 잘하는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하는 이유다. 남들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이게 차별화다.
이쯤에서 도덕경을 살펴보자. 20장이다. 중인개유여 이아독약유(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모두들 넘치고 남으나 나만 홀로 모자란 것 같다. 아우인지심야재 돈돈혜(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 어리석은 나의 마음은 참으로 혼돈스럽다. 속인소소 아독혼혼(俗人昭昭 我獨昏昏). 세상 사람들은 모두 밝고 밝은데 나만 홀로 흐리고 어둡다. 속인찰찰 아독민민(俗人察察 我獨悶悶). 세상 사람들은 모두 똑똑해서 살피고 따지지만 나만 홀로 근심이 많아 마음이 답답하다. 중인개유이 이아독완사비(衆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사람들은 모두 그 쓰임이 있으나 나만 홀로 고루하고 촌스럽다.
남들보다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내용이다. “수준이 낮은 이에게 도를 말해주면 크게 웃어버린다(下士聞道 大笑之). 만약 그가 웃지 않으면 그건 도라고 할 수 없다(不笑 不足以爲道).” 도덕경 41장에서는 이처럼 상남자 스타일의 호방한 기개를 내보였던 노자다. 그래서 이 장은 묘하다. 톺아보니 마지막 구절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아독이어인 이귀식모(我獨異於人 而貴食母). 나만 홀로 세상 사람들과 달라서 세상 만물의 존재 원리인 도(道)와 덕(德), 그것만 귀히 여길 뿐이라는 문장이다. ‘다르다(異)’라는 단어가 열쇠다. ‘못하다’가 아니라 ‘다르다’이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이치다. 그러니 앞다투어 한 방향으로 내달린다. 남보다 더 앞서려 하고, 남보다 더 가지려 하고, 남보다 더 오르려 하는, 불꽃 튀는 경쟁이다. 그런 이들 사이에 있으니 노자의 모습은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착시다. 나로 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 속에서 노자는 홀로 빛난다. ‘채움’을 목표로 하는 인위적인 가르침에 매몰된 사람들과 ‘비움’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도인의 극적인 대비다. 내 눈에 비친 도덕경 20장은 그 차별화를 보여주는 역설의 장이다. ‘못함’이 아니었다. 차별적 강점으로서의 ‘다름’이었다.
채우기 위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아웅다웅 몸부림치다 보면 ‘나’는 사라진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경쟁의 틀에 포박된 꼴이다. 그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나로 살 수 있다. 부질없는 아귀 다툼에서 한 발 떨어져 나와 있는 노자의 모습은 그래서 다르다(異). 경영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노자의 메시지는 이거다. 경쟁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경쟁의 틀을 초월하라는 거다. 나다와야 한다는 거다. 달라야 한다는 거다. 이 다름이 곧 차별화인 셈이다.
‘이상(異常)하다’. 정상(正常)과 다르다라는 의미다. 별나거나 색다르다는 뜻이다. 지금껏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던 단어였다. 더 이상은 아니다. 달라야 한다. 이상해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가 가능하다. 눈에 띄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차별화란 곧 ‘다름’이요, ‘이상함’이다. 남보다 ‘나아야’ 차별화가 아니라 남과 ‘달라야’ 차별화란 얘기다.
차별화엔 그래서 방향이 없다. 일방향으로의 경쟁이 아니라 360도 어느 방향으로도 가능한 게 차별화다. 모두가 화려할 때 나는 외려 담백해야 한다. 모두가 소리칠 때 나는 외려 속삭여야 한다. 모두가 올라갈 때 나는 외려 내려가야 한다. 상식이라는 평범함을 거부할 때, 정상을 넘어 이상함을 좇을 때, 사람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진다. 반전 매력의 차별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매력으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통과한 한 참가자가 급기야 3라운드에서 사고를 쳤다. 듣도 보도 못한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자신의 무대를 꽉 채웠던 거다. 무대를 완전히 뒤집어 씹어 먹어버렸던 것. 충격과 혼란의 심사평이 쏟아졌다. “오늘 처음 본 스타일의 무대였다. 관객들마다 보는 시각이 달랐을 것 같다.", “전주 나올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왜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좋았다. 이상하다.”,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개성이 드러난 무대였다.”,"대체 족보가 어디에 있는 음악인지 모르겠다. 너무 생경한 걸 들어 낯설다.”,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나왔을 때 이상했다. 처음 보는 거니까. 지금 무대도 이상한데 다행스럽게도 나쁘지 않았다." 대중음악계에 일으킨 혁명 아닌 혁명으로 ‘문화대통령’에 등극했던 서태지까지 소환된 심사평이었다. 압권은 이거였다.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칭찬해드리고 싶은 건 지금껏 나름 오랜 시간 음악을 해 온 (전문가인) 우리 심사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거다." 세상의 모든 혁신은 처음에는 불편하고 당혹스럽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기존의 상식을 엎어버려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저 참가자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것! 주어진 장르에서 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하나 만들었다는 것! 우린 이걸 혁신이라 부른다.
인간의 뇌는 게으르기 짝이 없다. 생겨먹은 게 원래 그렇다. 그러니 습관에 의존한다. 좋든 나쁘든 상관없다. 하던 게 편한 거다. 관성이다. 타성이다. “이게 최선인가? 더 나은 방법은 없나?” 질문은 사라진다. 기존의 뻔한 대답만 난무한다. 새로운 시도는 위험한 일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할 밖에. 그렇게 서서히 침몰한다. 혁신이 어려운 이유다.
‘변방’에서 시작된 ‘이상함’이 야금야금, 어느새 ‘중심’으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상식으로 등극한다.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이내 또 다른 ‘이상함’이 다시 변방에서 싹을 틔운다. 새로운 혁신이다. 역사는 지금껏 그렇게 발전해왔다. IT분야만 봐도 그렇다. 스마트폰으로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애플의 출발은 작은 차고였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을 넘어 세계 최대의 라이프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구글 역시 차고에서 시작되었다. 아마존이 그랬고, 휴렛패커드가 그랬으며, 디즈니가 그랬다. 지금도 어느 허름한 차고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밤을 새고 있을 스타트업이 제일 두렵다고, 빌 게이츠가 얘기했던 이유다.
‘다르다’는 건 결국 ‘나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나로 돌아가야 질문이 생겨난다. 허깨비로 사는 삶에 질문이 있을 리 없다. 주입된 대답만 앵무새처럼 내뱉으며 사는 거다. 내 삶을 살아야 한다. 내 생각을 살아야 한다. 주변에, 그리고 세상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무소의 뿔처럼, 내 갈 길 씩씩하게 가는 거다. 일견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은 내가 정하는 거다. 어떻게 살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대답이 나를 ‘진짜 나’로 만들어준다. ‘나다움’은 결국 다른 이와 다르다는 뜻이다. 달라야 차별화다. 달라야 혁신이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인다.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이라고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을 하겠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이란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것’과 종이 한 장 차이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문장이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위험하다. 진정한 차별화는 차별성뿐만 아니라 필요성까지 아우를 때 완성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마케팅과 리더십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경영혁신 강의와 글을 통해 변화혁신의 본질과 뿌리를 캐내어 공유한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가 있다. <방구석 5분혁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