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민의 노자경영-도덕경에서 건져올린 경영의 지혜와 통찰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또 해도 됩니다. 누구의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고객과 한평생 이어갈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사명에 부합한다면, 설령 규칙을 어겨도 괜찮습니다.” 미국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직원 간담회에서 나왔던 얘기다.
자포스는 온라인에서 신발을 파는 회사다. 2000년 매출이 160만달러였는데, 10년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9년,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하며 지불한 비용은 무려 12억 달러. 하지만 2015년 매출이 20억 달러를 넘어섰으니 아마존 입장에서도 훌륭한 투자였다.
자포스의 화려한 비상은 '압도적인 고객감동'에 힘 입은 바 크다. 신발이 아니라 행복을 판다는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의 철학이 날개였다. 하지만 또 다른 날개가 있었다. 직원의 자유! ‘고객행복’이라는 가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누구의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 심지어는 규칙을 어겨도 좋다는 것.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미주알고주알 나열해놓은 여타 기업들에 비하면 자포스는 자유, 그 자체였다.
신부족언 유불신언(信不足焉 有不信焉). 믿음이 부족하니 불신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직원을 아이로 여겨서다. 아이는 미숙하다. 때론 무책임하다. 그러니 아이를 보는 어른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하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저럴 땐 저렇게 해라, 자꾸 입을 댈 수 밖에.
엄격한 근태 규정이 없으면 늦게 출근할 것 같다. 일찍 집에 가버릴 것 같다. 휴가 규정이 없으면 아무 때나 휴가를 쓰며 일은 제대로 안 할 것 같다. 출장 여비 규정이 없으면 출장 가서 쓸데없이 돈만 펑펑 써버릴 것 같다. 일일이 다 챙기기도 힘든 촘촘한 규칙과 규정이 끝없이 생겨나는 이유다.
실제 모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니 출장 규칙만 32페이지에 이른다. 직급 별로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의 금액이 빈틈없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궁금하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상황을 설정하여 금액을 정해놓는 게 과연 최선일까? 매번 가는 출장도 성격이 다 다르다. 조직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출장이 있는가 하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적인 출장도 있다. 시급을 다투는 긴급한 출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출장도 있다. 전자라면, 비싸더라도 빠른 교통 편과 좋은 호텔을 이용하는 게 회사를 위해 나은 선택이다. 후자라면 보다 경제적인 숙소와 교통 편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판단의 주체다. 이런 판단을 누가 할 것인가? 직원 스스로가 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직원을 믿지 못한다. 그러니 규정만 들이댄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그 판단을 직원에게 맡긴다. 통제의 제거다. 권한의 위임이다. 직원을 아이로 낮추어 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직원을 어른으로 대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규정 없음’이란 규정(No rules rules)을 운영하는 넷플릭스의 유일한 규정이다. 어른이라면 이 정도의 선언적 원칙만으로도 충분히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넷플릭스는, 그래서 ‘통제(Control)’하지 않는다. ‘맥락(Context)’으로 리드한다. 규정이 아니라 사람을 믿는 거다.
역시 노자다. 까마득한 그 옛날, 도덕경에 이미 이런 내용을 담았다.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니 효성과 자애를 따지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니 충신이 생겨난다. 역설이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 효(孝)와 자(慈)를 말할 이유가 없다. 나라가 문제없이 잘 돌아가면 충신도 필요 없다. 그게 안 되니 자효(慈孝)를 강조하고, 그게 안 되니 충의(忠義)를 역설한다. 조직도 똑같다. 직원을 믿으면 규정이 필요 없다. 불신이 가득하니 강제와 금기의 조항은 오늘도 늘어만 간다.
도덕경 51장이다. 도지존 덕지귀 부막지명이상자연(道之尊 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도는 높고 덕은 귀하다. 간섭하지 않아서다. 절로 되도록 가만 놓아두어서다. 노자가 말하는 도와 덕은 세상 만물의 존재 형식이자 원리다. 통제하고 간섭하지 않으니 외려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불재 시위현덕(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낳았으나 소유하지 않고, 하였지만 자랑하지 않으며, 길렀으나 나서지 않으니 이게 곧 깊고 큰 덕(德)이다. 낳고, 하고, 길렀지만 나를 내세우고 고집하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진짜 리더’의 모습이다.
노자가 역설하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은 도덕경 57장에서도 드러난다. 천하다기휘 이민미빈(天下多忌諱 而民彌貧). 세상에 금기가 많아질수록 백성은 점점 가난해진다. 민다리기 국가자혼(民多利器 國家滋昏). 백성들에게 날카로운 도구가 많아질수록 나라는 점점 어지러워진다. 인다기교 기물자기(人多伎巧 奇物滋起). 사람들의 기교가 늘어날수록 기이한 일이 점점 많아진다. 법물자창 도적다유(法物滋彰 盜賊多有). 좋은 것이 드러날수록 도둑이 점점 많아진다. 작위적인 틀에 백성을 가두지 말라는 얘기다. 인위적인 규정으로 백성을 옭아매지 말라는 얘기다. 억지스러운 잣대로 백성을 재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경영 분야의 세계적인 작가 다니엘 핑크가 그랬다.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을 감시하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 경영이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리더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의 자율성을 뺏으려 혈안이다. 시키는 거만 하라는 거다. 머리는 내려놓고 손발 노릇만 하라는 거다. 영혼 없는 ‘좀비 직원’들이 창궐하는 건 그래서다.
강제의 규정과 금지의 규칙으로 직원을 통제하면? 직원은 순응한다. 하지만 그 순응에 영혼은 없다. 그러니 눈 앞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데도 모두가 못본 척 한다. 아무도 위험하다 말하지 않는다. “사장님이 하라잖아. 잘못되면 자기가 책임지겠지. 어차피 우리가 말해봐야 듣지도 않을 텐데, 뭐.” 직원들에게 회사 일은 이렇게 남의 일이 된다. 이런 조직에 성과가 있을 리 없다. 성과는커녕 나락이 코 앞이다.
노자는 이어 이야기한다. 무위이민자화 호정이민자정(無爲而民自化 好靜而民自正). 리더가 작위적인 프레임을 깨부수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면 백성은 절로 교화되고, 리더가 맑음을 좋아하면 백성은 절로 바르게 된다. 무사이민자부 무욕이민자박(無事而民自富 無欲而民自樸). 리더가 자기 뜻을 내세우며 억지를 부리지 않으면 백성은 절로 부유해지고, 리더가 욕심을 버리면 백성은 절로 소박해진다.
직원은 도구가 아니다. 나와 똑같은, 주체로서의 귀한 존재다. 그럼에도 그들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겨 자꾸 통제하려 든다. 한편으로는 주인의식 가지라 닦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노예처럼 시키는 대로만 하라 을러메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인사가 만사’라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독수리’를 채용하고선 ‘새장’에 가둬 ‘참새’로 만들어 버리는 격이다. 그러고 보니 비틀즈도 ‘지혜의 단어(Words of wisdom)’라며 ‘그냥 그대로 두라(let it be)’ 노래했었다.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대신, 직원 스스로가 회사에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환경을 만드는 게 재창조의 원동력이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말이다. “믿어라, 그리고 맡겨라.” 직원의 열정에 불을 지르는 마법의 레시피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