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사람은 선택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내가 참여하고, 내가 결정해야 열정이 생긴다. 그래야 눈빛이 달라진다. 그러니 리더여,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통보하면 안 된다. 만약 그랬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다.
▶ ‘두려움 없는 조직 만들기’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데시(Deci)와 라이안(Ryan)의 자기결정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내 행동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이 없다면 사람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학습된 무기력’ 혹은 ‘남 탓’이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없거니와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도 남들 비난하기 바쁘다는 얘기다. 누가 직원을 이렇게 만든다고? 모두가 그 잘난 리더 탓이다.
‘자신이 소속된 조직에서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알게 되었을 때 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적이 있다’라는 문항에 직장인 88.3%가 ‘그렇다’고 답했다. ‘건강한 조직’이란 ‘문제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음에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간다. 아니, 망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럼 생각해 보자. 직원들은 왜 문제를 보고도 그냥 넘어갈까?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어서다. 상사에게 한 소리 들을까봐서다. 튀는 사람으로 찍힐까봐서다. 그러니 실행할 의지가 없다면, 바꾸지 않을 거라면, 직원에게 물어보지도 마라. 직원 입장에서는 용기 내어 얘기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으면? 다음부터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뭔가 얘기를 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의미 없는 일에 공을 들일 바보는 세상에 없다. 그러니 자꾸 얘기하게 하라. 그리고 의사 결정에 반영하라.
‘두려움 없는 조직 만들기’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그 유명한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얘기다. 2012년부터 2년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무려 180개 팀을 인터뷰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구성요건은 다르지 않았다. 성비, 팀 구조, 같이 일하 기간 등도 변수가 아니었다. 능력이 뛰어난 팀원이 있다는 사실도 영향이 없었다. 관건은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예컨대, 이런 거다. 다음 질문들에 ‘Yes’라고 답할 수 있나? 그렇다면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조직이다. 1) 눈치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나? 2) 내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나? 3) 거리낌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 4) 리더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나?
▶ 21세기 수평문화에 적합한 리더십? 이네이블러(Enabler)!
스스로 주인 되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리더로서 만들어야 할 업무환경이자 조직문화이다. 그렇다면 이제 소통의 문제가 남는다. 어떻게 그들과 소통할 것인가? 소통의 목적은 하나다. 신뢰 구축이다. 딱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면? 1대 1 만남이다. 여기, 직원을 만나 물어야 할 핵심 질문 4개가 있다. 1) 요즘 무슨 고민해? 2) 지금 맡고 있는 그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을까? 3) 내년엔 어떤 업무를 한번 해보고 싶어? 4) 커리어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어?
요즘 직장인들은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아실현의 공간이라 여기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답은 쉽다. 21세기 수평문화에 적합한 리더십? ‘이네이블러(Enabler)’다. 다른 사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키워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이네이블러다. “저 상사 덕분에 내가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어.”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이네이블러다. 그러니 다른 것 없다. 직원을 성장시켜라.
“영국 수장인 윌리엄 글래드스톤을 만나면 누구든 수상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를 만나면 누구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방을 나섰다.” 당신이라면 어떤 리더와 일하겠는가?
▶일의 목적 그리고 리더의 질문
정리한다. 리더십은 긍정적 영향을 통해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다. “저 리더를 보면 나도 모르게 쫓아가게 돼.” 하는 능력이다. 리더로서 가져야 할 긍정적 영향력의 원천? 능력이 아니다. 직급이 아니다. 일의 목적이다.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하려 하는지, 명확한 일의 목적을 가지고 그 실현을 위해 진심을 다해 솔선수범하는 리더. 달라진 세상의 모범적 리더의 모습은 이러하다.
일의 목적과 함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질문’이다. 지시해선 안 된다. 명령해선 안 된다. 자극해야 한다. 질문은 자극의 좋은 도구다.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라. “그걸 효과적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 처리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고, 내년에는 어떻게 변할 것 같나?” “자네가 고객이라면 어떤 제품을 원할까?”
리더의 질문을 통해 일의 주인이 된 직원은 스스로 열정을 불태운다. 기억해야 한다. 리더는 주인공이 아니다. 질문하는 사람이다. 선수가 아니다. 감독이다. 리더의 역할은 그래서 딱 두 개다.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것, 그리고 직원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
리더는 다른 이를 통해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이다. 내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이들의 능력에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그건 상관없다. 나로 인해 직원이 성장하고 그로 인해 조직이 발전한다면 그걸로 됐다. 리더십은 그래서 지독한 짝사랑이다. 행복한 짝사랑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