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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보았다

혁신가이드 안병민의 대중문화 읽기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대한 거친 후기입니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 그걸 신의 의도라 해석하는 사람. 공포에 휩싸인 무지한 사람들로부터 절대적 권위를 부여받은 해석은 거대한 기준이 되고. 그러한 기준은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을 빚어내니.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기준은 마침내 폭력으로 변질. 인간을 위한 종교가 종교를 위한 종교로, 급기야 특정 세력만을 위한 종교 아닌 종교로 타락. 스스로는 살인까지 저지르면서도 '너희는 정의로워야 한다' 주장하는 괴물들. 이성과 합리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선정성에 목을 메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합작품. 그게 '지옥'이었다.


정의와 죄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는 사람들. 다른 해석을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기준이 폭력으로 바뀌는 세상. 인간 존재에 대한 존엄성은 사라지고 나와 다르면 가차없이 시뻘건 죄인 낙인을 찍어버리는 세상. 광기와 맹신만이 횡행하는 세상. 그게 지옥이었다.


더 아팠던 건 지금의 세상과 드라마 속 지옥이 그리 달리 느껴지지 않았던 것. 정치 분야는 더더욱. 우리 사는 세상이 바로 지옥임을 보여주려는 게 작가의 의도였을까?


일식이 신의 계시가 아닌, 자연적 현상이었듯이. 하늘의 뜻, 즉 천명으로부터의 인간 독립이 근대를 열어젖혔듯이. '소도'로 피신해 구원받은 인간들이 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세상 부활을 이루어 낼 것을 암시하는 결말. 부모의 희생 속 아이의 생존. 지옥에서 보게 된 한 줄기 희망이었다.


덧. 천명을 벗어나 스스로 인간의 길을 찾고자 했던 노자의 근대성이 오버랩. 절대적 기준을 부정하고 다양한 요소들의 관계와 조합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에 주목했던 노자철학. 인식과 경험의 감옥에서 벗어나 상황을 입체적으로, 종합적으로 보아야. 확신하지 말고 신중해야. 세상의 변화를 유연하게 포용해야. 결국 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 <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로서 드라마 '지옥'에서 다시 '노자'를 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함께 읽으면 좋을 글 : https://5booninno.bstage.in/contents/637208788cf4740b8dec32ab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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