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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CDO)가 챙겨야 할 세 가지 키워드

2021 한국인터넷백서 칼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예전에는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 서로간에 가벼운 흥정이 오고 가면 이내 거래가 이루어졌다. 아날로그 쇼핑의 모습이다. 지금의 쇼핑은 클릭과 터치로 진행된다. 안방에 앉아 주문하면 대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그것도 밤길을 달려오는 새벽배송이다. 온라인 매출의 폭증. 디지털에 의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다. 


금융 생활의 변화도 있다. 거리의 은행 점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때문이다. 송금과 결제도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금융에 접목된 기술, 핀테크 덕분이다. 자연스레 현금이 사라질 수 밖에. 바야흐로 ‘캐시리스(cashless)’ 세상이다. 캐시가 사라진 그 자리를 또 다른 화폐가 채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다. 



디지털이 가져다 준 변화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리에서 손을 들어 잡던 택시를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호출한다. 전화로 예약하던 식당과 호텔을 이제는 모바일로 선택하고 결제한다. 큐알코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블루투스로 음악을 즐긴다. 인공지능 변호사가 사건 판례를 검색하는가 하면, 가상인간이 광고모델로 나서 수십 억 수입을 올린다. 메타버스 아바타용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명작가의 작품 지분을 블록체인 기술로 쪼개어 사고 파는 사람도 있다. 지구를 복제한 가상공간의 땅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또 어떻고. 그 땅에 건물을 세워 부가가치가 더해지면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기존 경제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자기완결형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 대전환. 상상도 못했던 혁명적 변화의 결과들이다. 


관건은 ‘데이터’이다. 편집이 불가능했던 오프라인의 우리 삶이 온라인 속의 데이터로 바뀌는 거다. 그렇게 바뀐 데이터를 잘라내고 붙이며 편집하여 오프라인 속 삶을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디지털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그리고 가져다 줄 변화의 핵심이다. 


‘초연결’, ‘초지능’이라는 키워드가 그렇게 도출되고, 이는 곧 ‘초경쟁’으로 이어진다. 기업 경영의 입장에서도 180도 달라진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역량과 전략이 필요한 배경이다.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없던 길이 생겨나서다. 있던 길이 사라져서다. 기존 길이 바뀌어서다. 기업경영의 네비게이션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디지털로 인한 기하급수적 세상 변화때문이다. 


기업의 디지털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당위의 문제다. 디지털혁신을 추진한 상위 25% 선도기업이 하위 기업보다 3개년 평균 매출은 55%, 평균 순이익은 11%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연구결과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의 디지털혁신을 주도하는 CDO(Chief Digital Officer·최고디지털책임자) 직책을 앞다투어 신설하고 그에 맞춤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이유다. 


나이키 디지털 스포츠. 2010년 나이키가 만든 디지털혁신전략 추진 조직이다. 나이키의 대표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퓨얼밴드'가 이 조직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직접판매(D2C) 채널 비중을 확대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야 스타트업들도 인수하여 고객 데이터 확보 및 활용에도 열심이다.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의 모회사 LVMH 역시 디지털혁신에 적극적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식음료 분야 스타벅스도 있다. 스타벅스는 내부 상권분석 플랫폼 ‘아틀라스’를 통해 신규 매장 입지를 선정한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매장 내 커피머신의 수온과 압력을 조절하여 커피 품질 관리에 활용한다. 원두 원산지에서부터 스타벅스 매장까지의 유통과 물류 전 과정을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압권은 모바일결제다. 스타벅스는 미국 모바일 페이 시장에서 애플, 구글, 삼성 등을 누르고 가장 많은 이용자수를 보유한 기업이다. 


디지털혁신은 기존 IT기업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윈도와 오피스 제품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위기를 맞았다. 처방은 역시 디지털. 모바일과 클라우드였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던 회사에서 플랫폼기업으로의 전환 선언. 이는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호텔 체인 아코르의 디지털혁신도 인상적이다. 아코르는 자산의 절반을 매각했다.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해서였다. 그 돈으로 디지털 기업들을 인수하여 기존 서비스의 디지털화(化)에 팔을 걷어 붙였다. 디지털리더(CDO)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성공적인 디지털혁신 사례들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디지털혁신은 단지 기술적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는 거다. 무턱대고 디지털 기술과 방법론만 도입한다고 디지털혁신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디지털혁신은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혁신친화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혁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로 디지털혁신 시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라고 답했다. 


디지털리더(CDO)가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혁신의 본질과 뿌리에 대한 높고 넓은 시선을 갖추어야 하는 건 그래서다. 디지털기술 도입을 넘어서는 디지털 마인드의 내재화. 즉,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혁신의 조직문화를 빚어내는 게 디지털리더(CDO)의 근원적인 역할인 셈이다. 


여기, 디지털리더(CDO)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세 가지 열쇳말을 소개한다. 


▶디지털리더의 첫 번째 키워드 : 이론 말고 실재 


먼저 ‘실재(實在)’다. 예전, 변화가 없던 시절에는 이론과 경험이 리더의 경쟁력이었다. 10년 전이나 오늘이나 다를 게 없으니 누가 예전 방식을 잘 아는지, 누가 그런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일 분 일 초,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이다. 오전의 정답이 오후엔 오답이 되는 세상이다. 인지적 유연성이 필요할 수 밖에. 다른 것 없다. 상황이 변했으니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 그럼에도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다. 과거의 이론과 경험으로 눈 앞의 변화를 설명하려 든다. 맞을 턱이 없다. 몸은 현재에 있는데 머리는 과거에 매몰된 격이다. 그 간극을 뛰어넘지 못한다. 확신에 찬 판단, 확증편향 때문이다. 


혁명적 변화의 시기, 수많은 리더가 변화에 대해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정답을 정해놓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변화는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다. ‘맞고 틀림’의 문제 역시 아니다. 그런 잣대로 변화를 마주하는 순간 혁신의 동력은 눈 녹듯 사라진다. 보이는 그대로의 실재를 힘껏 끌어안아야 한다.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혁신의 씨앗은 질문 속에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질문해야 한다. 핵심은 유연함이다.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모든 경영 문법에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 


어차피 가 본 적이 없는 길이다. 일단 가보는 거다. 잘못된 길이라면 되돌아 나오면 된다. 맞는 길이라면 가던 길 힘내어 가면 그뿐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억해야 한다. 이론과 경험의 감옥에서 빠져나와야 혁신이 가능함을. 눈 앞의 실재를 힘껏 껴안아야 혁신이 가능함을. 



“왕은 앉아서 도를 논한다는데 뭘 논하는지 모르겠고, 사대부는 일어나 행한다고 하는데 뭘 행하는지 모르겠다.” “(조선이) 천하의 가난한 나라가 된 것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추세일 뿐이다.” ‘실재’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정책서 ‘임원경제지’의 문장들이다. 


▶디지털리더의 두 번째 키워드 : 도구 말고 목적 


디지털리더(CDO)가 챙겨야 할 두 번째 키워드는 ‘목적’이다. 나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뿌리다. 뿌리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가지도 올곧게 뻗고 열매도 실하게 맺힌다. 그런데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알면서 외면하거나 몰라서 지나치는 이유다. 


혁신의 뿌리는 ‘목적’이다.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알아야 한다는 얘기. 하지만 대부분의 디지털리더(CDO)들이 방법론에만 집착한다. 뿌리가 아닌 가지에 대한 집착이다. 목적이 아닌 도구에 대한 집착이다. 전략이 있어야 전술이 있듯 목적이 있어야 그에 맞는 도구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다들 ‘디지털, 디지털’ 하니 그저 디지털 시스템과 방법론에만 초점을 맞춘다. 낮은 시선이다. 제대로 된 디지털리더(CDO)라면 시선의 높이를 한껏 올려야 한다. 이런 도구와 저런 수단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그 목적을 헤아리고 살펴야 한다.

 

“망치를 든 인간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손에 들고 있는 알량한 망치 하나로 세상 모든 문제를 모조리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그런 미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디지털혁신도 마찬가지다. 너도나도 인공지능이 대세라고 하니 인공지능 인재를 채용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 전사 교육을 실시한다. 어리석은 일이다. 디지털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디지털리더(CDO)라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디지털을 통한 혁신의 이유와 목적을. 


▶디지털리더의 세 번째 키워드 : 맹신 말고 생각 


성공적인 디지털혁신을 위해 디지털리더(CDO)가 새겨야 할 마지막 키워드? ‘생각’이다. 우리 뇌는 게으르다. 습관에 의존한다. 하던 방식이 편하니 과거의 방법을 고집한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작금의 세상에서는, 새로운 걸 시도하느니 하던 대로 하다 망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통념과 관습에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보는 것. 생각의 정의다. 단언컨대, 디지털리더(CDO)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생각의 반대말은 막연한 믿음이다. “지금껏 아무 일 없었잖아? 앞으로도 별일 없을 거야.”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흘러도 별다른 변화가 없던,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얘기다. 어제가 좋았다고 내일도 좋으란 법 없다. 말도 안 되는 이런 믿음이 혁신의 장애물이다. 생각의 마중물은 궁금증이다. 호기심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부단히 물어야 한다.


내가 가진 지식은 내 생각이 아니다. 지식이란 이미 검증된,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다. 생각을 생산하는 사람이 세상을 리드하는 법. 남의 생각을 내면화하는 수동적인 행위를 멈추고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스티브 잡스의 그 생각을 우리가 대신 살아주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조각은 늘 고정되어 있어야 하나?”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칼더의 그 생각을 우리가 대신 살아주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세상 속 한낱 부속품처럼 우리는 열심히 그들의 생각을 살아주고 있는 거다. 무대 위의 꼭두각시가 따로 없다. 


생각은 종속성을 탈피하는 일이다. 일탈이자 단절이며, 독립이자 저항이다. 남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과거와 결별해야 한다. 나의 생각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걸 우리는 혁신이라 부른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뷰카(VUCA) 세상이다.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이 가득한 경영환경이다. 디지털 때문이다. 디지털혁신의 선봉장 CDO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럴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핵심을 꿰뚫어야 한다. ‘실재’, ‘목적’, ‘생각’이 본질이자 핵심이다. 현재와 유리된 과거의 이론과 경험, 목적을 상실한 도구와 수단, 잘못된 믿음에 의한 비합리적인 확증편향에 사로잡혀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디지털리더(CDO)는 ‘디지털전문가’ 이전에 ‘혁신가’여야 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한국인터넷백서,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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