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2023년 5월 25일. 대한민국의 나로호가 8개의 위성을 싣고 힘차게 우주로 날아간 날이다. 배경 지식이 없으니 그저 박수만 쳤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발사 성공 이면에 녹아있는 함의가 크고 깊어서다. 입체적인 시각으로 나로호와 우주산업을 꼼꼼히 되짚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전제는 발사체 기술에 대한 이해다. 우주항공부품 개발 연구의 권위자 민태기 박사의 안내로 길을 나섰다.
발사체 기술. 어려운 단어는 없다. 하지만 발사체의 작동 원리는 1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발사체 기술을 알아야 우주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디젤 엔진인지, 가솔린 엔진인지 하는 거다. 로켓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북한의 천리마와 우리 나로호는 연료가 다르다. 누리호는 발사 단계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한다. 연료를 주입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발사체는 미사일로 쓸 수 없다. 유사시에 바로 쏘아야 하는 게 미사일이라서다. 로켓마다 이처럼 연료, 분사 장치, 발사체 엔진 기술이 다 다르다.
발사체는 산업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체에 참여한 업체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10년 동안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한 이유? 발사체에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 그 중 수입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새로 다 만들어야 한다. 실제 다 새로 만들었다. 그동안 축적된 대한민국 제조업의 기술이자 실력이 이 정도다.
▶발사체 엔진의 비밀 : 벌어진 노즐과 발사체의 성능
스페이스X의 팰컨9 엔진과 누리호 엔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편 기술이라서다. 쉽게 말해, 전 세계 발사체 엔진은 거의 다 똑같다. 들어가는 연료와 펌프 방식이 다를 뿐이다. 누리호가 팰컨9보다 추진력이 낮은 이유? 다른 것 없다. 펠컨은 엔진을 많이 달았다. 팰컨9은 9번째 모델이 아니다. 엔진을 9개 달았다는 의미다. 새턴5 역시 엔진을 5개 달아서 붙은 이름이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게 우주 발사체다. 중력을 벗어나려면 속도가 빨라야 한다. 뉴턴의 ‘프린키피아 (뉴턴이 라틴어로 쓴 세 권짜리 저작으로, 원제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나오는 얘기다. 높은 곳에서 대포를 쏘면 멀리 간다. 더 세게 쏘면 더 멀리 간다. 아주 세게 쏘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뒤통수를 칠 거다. 더 세게 쏘면? 땅에 떨어지지 않고 계속 지구 주위를 돌 것이고, 더 세게 쏘면 지구를 벗어난다. 빠른 속도. 뉴턴이 생각했던 중력을 이기는 방법이었다.
뉴턴의 이런 생각은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했지만,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19세기에 와서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진다. 러시아 과학자 치올코프스키(1857-1935)를 통해서다. 치올코프스키의 가장 큰 업적은 로켓 추진에 대한 연구였다. 1903년에 발표된 치올코프스키의 로켓 방정식은 로켓 질량과 속도 및 추진체 질량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이상적인 조건에서의 로켓 운동을 기술한다. 지구에서 우주로 물체를 운반할 수 있는 구조물인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아이디어와 더 빠른 속도를 달성하기 위한 다단계 로켓 개념도 그에게서 나왔다.
로켓에서 연료의 역할은 연소를 통한 추력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로켓의 추진력은 질량이 줄어들수록 커진다. 무게를 ‘빨리’ 줄이는 게 중요한 거다. 그러려면 많은 양의 연료를 빠르게 연소시켜야 한다. 누리호의 총 무게가 200톤이다. 그 중에 추진제가 180톤이다. 그 180톤을 5분 안에 다 소진한다. ‘많은 양의 연료를 얼마나 빨리 폭발적으로 소모하는가’가 로켓 엔진의 핵심이다. 로켓의 원리 중 분사 노즐을 주목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촛불을 끌 때 우리는 입을 작게 오므려 바람을 불어낸다. 정원에 물을 뿌릴 때도 호스 끝을 눌러줘 물을 멀리 보낸다. 입구를 좁게 만드는 행위나 그런 장치, 그게 노즐이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로켓 발사체의 노즐은 왜 벌어져 있을까?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 무엇이 다른가?
고체 연료 로켓은 고체 추진제를 연료와 산화제의 공급원으로 사용한다. 쉽게 보관, 운반, 발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단점도 있다. 로켓 작동 중에는 추진제의 구성을 수정할 수 없다. 연소 과정에 대한 제어 부족으로 인해 정밀한 궤적 조정과 엔진 정지가 어렵단 얘기다.
고체 연료 로켓과 달리 액체 연료 로켓은 액체 추진제를 연료와 산화제로 사용한다. 추진제는 별도의 탱크에 저장되며, 연소실로 펌핑되어 혼합 점화된다. 액체 연료 로켓의 주요 이점은 효율성과 제어 가능성이다. 연료 및 산화제의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추력 조절, 엔진 정지 및 재시동이 가능하다. 또한 액체 연료 로켓은 특정 임무 요구 사항에 맞게 추진제 혼합물을 최적화할 수 있다.
과거의 로켓 연료는 화약이었다. 이런 생각의 틀을 깬 사람이 미국의 로켓공학자 고다드(1982-1945)다. 그는 고체 추진제의 한계를 깨닫고 액체 로켓을 개발했다. 액체 연료가 더 효율적일 수 있음을, 더 큰 제어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았던 거다.
미사일은 최고 고도에서 속도가 낮다. 최고점에서 자유 낙하하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우주 발사체는 최고 고도에서 속도가 제일 빨라야 된다. 미사일에는 고체 로켓을, 우주 발사체에는 출력 제어가 용이한 액체 로켓을 쓰는 이유다.
▶초음속 노즐과 발사체 성능의 관계
로케의 ‘벌어진 노즐’을 이해하려면 ‘초음속’ 개념을 알아야 된다. 초음속은 음속을 돌파한다는 의미다. 초음속의 대표적인 사례는 ‘날아가는 총알’이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총알이 음속보다 빠르면 총성이 두 번 들리는 거다. 소닉붐이다. 소닉붐은 일반적으로 항공기와 같은 물체가 음속보다 빠르게 공기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큰 소음이다. 이걸 분석한 사람이 에른스트 마흐(1838-1916)다. 총알이 만든 충격파를 사진으로 찍어 확인한 사람이다. 음속을 기준으로 한 속도 개념 ‘마하’는 그의 이름을 딴 거다.
오므린 노즐이 속도를 빠르게 한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음속에 다다르는 순간, 속도가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다. ‘초킹되었다(choked)’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더 신기한 현상이 있다.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노즐이 벌어지면’ 엄청나게 가속이 된다. 요컨대, 음속 이하의 속도에서는 노즐이 작을수록 속도가 빨라지지만, 음속 이상의 속도가 되면 노즐을 벌려줄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거다. 우주 발사체의 노즐이 벌어져 있는 건 그래서다. 초음속 비행기의 노즐도 평소에는 오므려 있다가 음속을 돌파할 때 벌어진다. 이런 노즐을 ‘가변 노즐’이라 부른다.
▶우주 상식 Box1. 우주사업에서의 중국의 부상
1945년 나치가 항복할 때, 괴팅겐 대학에 루트비히 프란틀(1875-1953)이라는 유명한 유체역학자가 있었다. ‘유체역학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던 이다. 그 제자가 폰 카르만(1881-1963)이다. 당시 태동하던 항공공학에 수학적 방법론을 도입한 천재였다. 지구 대기를 벗어나는 우주 영공의 고도를 ‘카르만 고도’라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거다. 폰 카르만은 유대인이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이유다. 미국에서 만든 학교가 칼텍. 지금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다. 거기서 우주 연구소를 만든다. 나사(NASA)의 전신이다. 거기에 들어온 제자가 중국의 첸쉐썬(1911-2009)이었다.
카르만과 첸쉐썬의 로켓 연구는 순항했다. 미국이 다 뜯어온 독일의 V2로켓 부품도 그들 손에 들어왔다. 전범으로 몰린 프란틀의 연구 자료도 입수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1949년 중국의 공산화와 함께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의 광풍. 중국 국적의 첸쉐썬은 FBI의 감시 속에 국가기밀 취급 인가를 취소당했다. 도청과 서신 검열은 일상이 되었고, 출국도 금지되었다. 1959년,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잡았던 미군 조종사 수십 명과 첸쉐썬의 맞교환을 제안한다. 미국 정보 당국은 차라리 그를 죽여버리는 게 낫다고 했지만, 인도주의적 대의에 묻혔다.
그로부터 10년 뒤,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다. 당시 후진국이었던 중국이 로켓을 만든 거다. 뒤이어 만들어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1970년에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다섯 번째 나라가 된 거다. 모두가 첸쉐썬의 작품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다. 그(첸쉐썬)는 나만큼이나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그를 몰아내 버렸다." 당시 미국 국방부 차관이었던 댄 A. 킴볼의 말이다.
▶터보 차저(Turbo Charger), 발사체 엔진에 날개를 달다
벌어지는 노즐에 대한 궁금증은 이제 풀렸다. 다음은 터보 펌프다. 로켓을 발사할 때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곳이 터보 펌프다. 자동차는 1시간에 연료 1리터를 쓰기가 쉽지 않다. 근데 누리호는 1초에 연료 200kg을 소진한다. 지구를 벗어나는 속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걸 위한 장치가 터보 펌프다.
나치가 영국을 공격할 때 쓴 게 V2로켓이다. 터보 펌프가 들어간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나치가 무너지기 직전, 이 기술을 갖기 위해 소련에 한 발 앞서 미국이 독일의 V2로켓 공장을 급습한다. 그렇게 뜯어온 설비가 열차로 300대 분량. V2로켓은 터빈이 양쪽에 있는 연료와 산화제를 빨아들여서 공급을 하는 구조다. 작은 장치다. 그 작은 장치 하나가 초당 200kg을 뿜어준다.
터보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비행기 원리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다빈치의 당시 설계를 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날개를 퍼덕이는 방식이다. 새가 날개를 퍼덕일 때는 대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릴 때는 펴서 내리지만, 올릴 때는 날개를 오므린다. 그 당시는 비행기 날개를 그렇게 만들 수 없었다. 또 하나. 작은 새들이나 벌레는 날개를 퍼덕여 날지만 큰 새들은 활강을 한다. 날개를 퍼덕이는 방식의 실패.
또 하나는 헬리콥터 방식이다.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 뜨는 힘을 만드는 거다. 하지만 뜨는 힘을 강하게 하려면 움직이는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그럴수록 공기 저항은 따라서 커진다. 헛심 쓰는 거다. 이 역시 실패. 그러면 헬리콥터는 왜 쓸까?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다. 사실 헬기는 가장 비효율적인 비행 장치 중의 하나다. 그래서 나온 방법? 위로 올라갈 때 쓰려고 했던 프로펠러를 앞으로 전진할 때 쓰는 거다. 프로펠러와 고정 날개의 역할이 구분되면서 비행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비행기 엔진은 가솔린 엔진이었다. 공기흡입식이다. 그런데 비행기 고도가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진다. 엔진이 꺼지는 거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기를 압축하여 더 불어넣으려 하니 그걸 위한 다른 부품과 장치가 또 필요하다. 비행기는 어떻게든 중량을 낮춰야 되는데,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문제들. 이를 해결한 게 터빈이다.
유체에서 힘을 받는 장치가 터빈이다. 풍차는 바람에서 에너지를 받는 장치다. 풍력 터빈이다. 물레방아는 물에서 동력을 얻는 장치다. 수력 터빈이다. 스팀 터빈과 가스 터빈 역시 스팀과 가스에서 에너지를 얻는 장치들이다. 터빈으로 뭔가 돌아가면 터보라고 부른다. 유체의 힘을 이용해서 뭔가를 돌린다는 의미다. 터보 차저는 버려지는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린다. 그러면 반대쪽에서 맹렬하게 공기를 빨아들여서 압축한다. 어차피 버려지는 에너지를 이용하니까 다른 장치가 필요 없다. 비행기의 공기 압축 문제는 그렇게 해결됐다.
일단 연소실에서 불을 붙이면 터빈이 돌아간다. 터빈이 돌면 같은 축 입구에 있는 공기가 강하게 압축돼서 빨려 들어간다. 그러면 연소실의 온도가 더 올라간다. 연소실의 온도가 올라가면 터빈은 더 빨리 돈다. 터빈이 더 빨리 돌면 들어오는 공기가 더 많이 압축된다. 상호 상승작용이다. 이게 터보 제트 엔진이다. 초당 200kg의 연료를 내뿜을 수 있는 액체 로켓이 개발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Box2. 냉전 체제가 꽃피운 우주 개발의 역사
세르게이 코롤료프(1907-1966)는 소련의 수석 로켓 기술자이자 개발자였다. 1920년과 30년대, 소련 로켓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인민의 재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스탈린 정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그의 귀환 계기? 독일에서 일부 확보한 V2로켓의 부품 덕분이었다. 그걸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코롤료프밖에 없었던 거다.
인재는 인재였다. 그는 몇 년 만에 V2로켓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로켓을 개발한다. 여기에 지구 궤도를 돌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더한다. 1957년 10월 4일, 그렇게 탄생한 게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다. 당시만 해도 로켓이 아니라 미사일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소련 정부는 별 관심이 없었다. 반면, 뉴욕타임즈는 이를 1면에서 다루었다. 미국의 충격.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다. 미국 입장에서는 소련이 하늘에서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거다. 언제 우리를 공격할 지도 모른다. 레드 콤플렉스의 시대였다. 두려움이 미국 전역을 덮쳤다.
로켓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소련은 보란 듯이 앞서 나갔다. 1961년에는 더욱 대담한 도전을 한다. 유리 가가린(1934-1968)을 우주로 보내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무사 귀환. 냉전 초기의 우주 개발에서는 소련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미국의 발걸음도 빨라질 수밖에. 체제 경쟁의 승리를 거머쥐고 싶었던 미국은 ‘달 착륙 프로젝트’ 카드를 꺼내 든다. 지금 돈으로 2백조원.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진영 대결에서 돈이 문제일 수 없었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가 선언한다.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것이고, 다른 일들도 할 것입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and do the other things,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아폴로 계획’이었다.
▶스페이스X의 렙터 엔진과 민간 기업의 역할
1969년 마침내 미국은 달에 착륙한다. 닐 암스트롱(1930-2012)의 발자국이 달 표면에 찍혔다. 이후 1972년까지 6차례에 걸쳐 인간이 달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우주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우주왕복선의 출현 배경이다. 우주왕복선의 가장 큰 특징은 재활용이다. 모든 구성 요소를 재활용하는 건 아니다. 우주왕복선은 비행기 모양의 궤도선과 외부 연료 탱크, 고체 로켓 부스터로 구성되었다. 이 중 부스터와 궤도선만 재활용하고, 연료 탱크는 버린다. 또 다른 특징은 수소 연료로 날아간다는 거다. 시커먼 연기가 나지 않는, 무척이나 효율적인 엔진이었다.
스페이스X는 이제 새로운 엔진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로켓 엔진, 바로 렙터 엔진이다. 전유량 다단연소 방식이 특징이다. 로켓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는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발사체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엔진 출력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이 엔진이 스타십에 적용되었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에서 개발 중인 다목적 초대형 우주발사체다. 인류 역사상 최대, 최고 성능의 로켓이 될 예정이다.
과거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이제는 민간기업이 하고 있다. 그만큼 엔진 가격이 떨어졌고, 기술력이 보편화됐다. 우주 산업에 있어 이제 미국 정부의 가장 큰 경쟁자는 민간 기업이라는 것도 이제는 말이 된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지 않는 차세대 엔진은 우리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연소 실험을 하고있다. 누리호는 지구 궤도만 돌지만 후속 엔진을 통해 우리는 달에 착륙할 거다.
▶발사체 시장의 의미와 우주 산업 시장 전망
이제, 비즈니스 관점으로 우주 산업을 들여다보자. 과기정통부 자료에 의하면, 발사체 제작 및 서비스 시장은 전체 우주산업의 1.5%다. 위성체 제작 및 서비스 시장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가 발사체에 집중하는 이유? ‘1.5%’라는 숫자 때문이다. 시장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몇 안 된다. 결국 스페이스X를 통해서만 위성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요컨대 관련 생태계의 장악이 스페이스X의 노림수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아닌 게 아니라 발사를 기다리는 위성들이 줄을 서 있다.
드론 산업의 발전 이유는 소형화와 경량화 덕분이다. 우주 산업도 다를 바 없다. 작고 가벼운 큐브 위성이 대세를 이룰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엔진도 이제 전기 방식이 나온다. 고효율의 소형 모터들이 많이 개발됐다. 터빈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출력 제어가 안 되는 고체 연료의 단점을 액체 연료로 커버했는데, 이제는 전기 펌프로 출력을 조절한다.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의 변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수많은 IT기업들이 위성 시장에 도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주에서의 실제 검증이 불가능해서다. 누리호가 맡은 임무가 그거다. 국산 위성들을 우주로 보내 성능을 입증하는 거다. 오해하면 안 된다. 누리호는 1.5%의 시장을 먹으려고 쏘아올린 게 아니다. 나머지 전체 시장을 위해서 쏜 거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위성 납품업체들이 누리호의 성공을 기다렸던 이유다. 대한민국 우주 산업의 생태계가 그렇게 차근차근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누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이다. 누리호가 아닌 팰컨9으로 발사했다. 누리호는 저궤도용 로켓이라 다누리를 달까지 보낼 추력이 약해서다. 게다가 펠컨9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이라 비용도 저렴하다. 다누리의 애초 방향은 해였다. 태양이 달보다 중력이 강하니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충분한 속도에 도달했을 때 달로 궤도를 바꾼다. 그 속도로 달까지 간다. 149일간의 여정이었다. 우주 개발 산업에도 민간의 비중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인간이 달에 가는 이유? 인간의 정착 가능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또 있다. 달에서 다른 행성으로 간다면 지구 중력의 4분의 1이다. 추진제 비용이 훨씬 덜 들어간다. 우주 개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우주 발사체와 함께, 아니 우주와 함께, 한 시간이 금세 지났다. 우주 발사체 기술의 발전과 인공위성 및 우주 왕복선 개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발사체 기술의 역사와 개발 과정을 들었다.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의 차이점, 초음속 노즐 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개발 현황과 소형 발사체 시장의 동향도 함께다. 고백컨대, 우주 발사체와 로켓, 잘 몰랐다. 모르니 막막하다. 하지만 듣고 보니 보인다. 이해가 간다. 그리고 설렌다.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산업은 어떻게 될 것이고, 글로벌 우주 산업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궁금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60분이었다. 맞다. 알아야 면장 노릇도 한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