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사례 1 : 젊음의 거리 홍대 앞. 오늘도 수많은 커플이 이 거리를 화려하게 물들이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 그런 그들을 타깃으로 한 송이씩 포장한 장미를 판매하는 사람. 그는 커플 중 남자에게 장미를 건네며 구매를 권한다.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 친구를 슬쩍 쳐다보고는 이내 지갑을 여는 남자.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장미를 사는 걸까? 장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일까? 장미 수집가라서? 아니다. 옆에 있는 여자 친구에 대한 사랑의 상징으로 장미를 사는 거다. 물리적 속성의 장미가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그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장미 한 송이 사세요"라고 얘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사랑 한 송이 사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누구의 장미가 더 많이 팔렸을지는 불문가지다.
#사례 2 : 예전에는 '보험 아줌마'라는 호칭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단어다. '라이프 플래너' 혹은 '파이낸셜 컨설턴트'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명칭이 바뀌었다고 역할의 본질도 달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달라진 건 크게 없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많은 게 달라졌다. 고객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무슨 말이냐고? 만약 보험에 가입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고객은 누구에게 보험을 들고 싶을까? '보험 아줌마'일까? 아니면 '라이프 플래너'일까? 답은 명약관화하다.
1 마케팅은 '고객 입장에서의 재해석'이다.
마케팅의 모든 것은 고객 입장이어야 한다. 기업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모든 걸 생각하고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고객 입장이 될 때 비로소 문제가 보인다. 벽에 구멍을 뚫을 때 쓰는 드릴의 마케팅 담당자라고 가정해 보자. 드릴의 디자인이 예뻐서, 드릴의 소리가 맘에 들어서 드릴을 사는 사람은 없다. 구멍을 뚫기 위해 사는 게 드릴이다. 드릴을 마케팅할 때엔 구멍을 얼마나 잘 뚫을 수 있는지와 같은 고객이 필요한 점에 초점을 둬야지, 디자인 등 드릴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선 안 된다.
2 마케팅은 '시나리오 개발(Scenario Development)'이다.
향후 경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뀔지, 우리의 경영 상황을 좌우할 다양한 변수들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는 게 경영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메커니즘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건, 기업의 커다란 경쟁력이다. 세 가지의 아이디어를 고민해 본 A와 열 가지의 아이디어를 고민한 B, 두 사람이 진행하는 회의의 결과는 뻔하다. 결론은 B의 그것이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을까? 창의력·상상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마케팅은 '설득'이다.
설득은 힘이 약한 사람이 하는 거다. 힘이 세면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내린다. 그럼에도, 매우 중요한 설득의 상황에서 현학적인 용어로 마치 스스로의 방대한 지식을 뽐내려는 듯한 기획안이나 프레젠테이션을 보게 된다. 내용의 질을 떠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단순함'이다. 하나의 슬라이드 안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렇게 쓸 거면 워드 프로그램을 쓰지, 왜 프레젠테이션 툴을 썼나 궁금할 정도다.
하나의 슬라이드 안에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들어가야 한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흐름'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결론까지 그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좌충우돌, 중구난방 해서는 역시 설득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쉬워야 하고 심플해야 하며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어야 한다.
4 마케팅은 '틀 잡기, 프레이밍(Framing)'이다.
'틀 잡기'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틀을 짓지 못하면 문제는 풀 수가 없다. 설령 답이 나온다 하더라도 엉뚱한 답이기 십상이다. 우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어디가 아픈지 맞혀 보세요. 그리고 고쳐주세요"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증상을 세세히 얘기한다. 그걸로도 모자라면 엑스레이도 찍고 혈액 검사도 하고 그 외 추가적인 검사를 한다. 이 모든 게 환자의 문제가 뭔지 제대로 틀을 잡기 위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가 명확하게 밝혀지면 답은 쉽게 나온다. 회사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그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우리 회사의 광고모델이 사고를 쳐서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건지, 아니면 지금껏 부담 없어 하던 우리 제품의 가격대를 연일 계속되는 불황 때문에 이젠 부담스러워 하는 건지, 매출 부진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막연히 매출이 떨어지는 걸 문제라고 정의해서는 답 찾기는 요원해진다.
마케팅은 '고객 입장에서의 재해석'이고, 마케팅은 고객 삶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며, 마케팅은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고, 마케팅은 고객의 문제를 '틀 짓는' 것이다. 고객과 관련한 이 모든 마케팅의 속성들이 톱니바퀴 물리듯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맞물려 돌아갈 때 마케팅은 빛을 발한다. 효과가 생기고 효율이 올라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에서 오늘도 많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털고 일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두 눈을 부릅뜨고 다시 초점을 맞추어야 할 대상은 바로 고객이다. 바늘 허리에 실 못 매어 쓴다 했다. 출발점은 다시 고객이고 역시 고객이다.
▶ 마케팅 4P와 4C-고객이 중심이다
흔히 마케팅을 설명할 때 4개의 P, 즉 '4P'를 든다. '4P'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마케팅 용어다. 마케팅을 수행할 때 통제해야 할 주요 요소들을 말한다.
어떤 제품을 어떤 가격으로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떻게 프로모션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한데 모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4P'를 찾지 않는다. '4P'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4개의 C, '4C'다.
<마케팅리스타트(bit.ly/마케팅리스타트)>에서 발췌
'4P' 중 첫 번째 요소는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제품(Product)'의 개념이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어떤 가치가 있나 하는 '고객가치(Customer Value)'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제 단순히 어떤 제품을 출시할 것인가만 따져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두 번째, 높은 가격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줄 것인지, 아니면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할 것인지 하는 '가격(Price)' 이슈는 '비용(Cost)' 개념으로 바뀌었다. 가격 요소는 사실 다른 요소들에 비해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다양한 가격 구조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누리려 한다.
예컨대 지역에 따라, 혹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 입장에서 책정하는 '가격' 개념은 이제 고객 입장에서 얼마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하는 '비용'의 이슈가 되었다.
세 번째, '유통(Place)'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 전략은 제품이 고객에게까지 전달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일이다. 백화점을 통해 판매할 것인지, 할인점에도 입점할 것인지, 아니면 직영점 체제로 갈 것인지, 대리점을 구축할 것인지 등 유통에 관한 이슈만도 매우 복잡하다.
이런 '유통(Place)'은 '편리함(Convenience)'으로 대체됐다. 다시 말해 유통 정책이라는 기업 관점의 문제를 고객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얼마나 편하게 가서 구매할 수 있나, 즉 '접근성'의 개념이 된다.
마지막 '촉진(Promotion)'은 '소통(Communication)'으로 바뀌었다. 광고나 이벤트 등 기업의 프로모션 활동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던 수동적인 입장의 고객은 이제 그런 상황을 단호히 거부한다. 쌍방향적으로 기업과 상호 소통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4개의 P는 4개의 C로 환골탈태했다. '4P'에서 '4C'로의 변화! 이 거대한 변화의 한 가운데 바로 고객이 있다. 마케팅은 고객에서 출발한다. 고객은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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