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영화 읽기]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이것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다.
죽은 자를 잊지 못해, 산 자들의 세계를 떠도는 한 남자의 기록.
세상은 그에게서 총성과 피를 보지만, 그의 모든 걸음은 단 하나의 이름을 향한 것이었다.
세상이 그를 부기맨이라 불렀을 때, 그는 그저 한 여자의 남편이길 원했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사랑이었다.
▶ 존 윅 세계관 핵심 요약
1) 호텔 컨티넨탈 (The Continental): 전 세계에 위치한 킬러들의 유일한 성역이자 절대적인 안전지대. 호텔 경내에서는 어떠한 '비즈니스(살인,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규칙을 어기면 '파문'되어 모든 보호를 잃고 전 세계 모든 킬러의 표적이 된다.
2) 금화 (Gold Coin): 암살자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고유한 화폐. 무기 구매나 정보 획득, 시체 처리 같은 뒷세계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일종의 증표로 사용된다. 금화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 세계의 일원임을 증명하고 규칙을 공유한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3) 표식 (Marker): 피로 맹세하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빚의 증표. 도움을 받은 자가 자신의 피(지문)를 메달에 남겨 맹세하며, 훗날 표식의 주인이 이 메달을 들고 와 어떤 요구를 하든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 맹세를 거부하는 것은 컨티넨탈의 규칙을 어기는 것과 동일한 배신 행위로 간주되어 파문 당한다.
4) 최고회의 (The High Table): 전 세계의 가장 강력한 범죄 조직 연합체. 킬러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 기구. 컨티넨탈의 규칙을 승인하고, 표식의 권위를 보증하는 등 모든 질서의 근원이 바로 최고회의다.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존 윅이 맞서 싸우는 가장 거대하고 최종적인 적이다.
제1막: 희망, 그리고 잿더미
내 세상은 당신의 마지막 숨결과 함께 끝났다, 헬렌.
차가운 공기, 텅 빈 침대, 메아리 없는 고요함만이 나를 감싸던 그 시간 속으로,
당신은 작은 온기를 보내주었다.
데이지.
우리의 작은 강아지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다.
홀로 남겨질 나를 위한 당신의 마지막 배려였다.
다시 심장이 뛸 수 있다는 희망의 속삭임이었다.
낡은 가죽 소파에 기대어 그 작은 숨결을 느낄 때,
나는 아주 잠시, 평범한 삶을 꿈꾸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자들이 왔다.
문을 부수고.
내 희망을 짓밟고.
바닥에 웅크린 그 작은 숨결마저,
앗아갔다.
그 순간,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 아래 묻어두었던 과거의 내가 눈을 떴다.
사람들은 돌아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렇다. 나는 돌아왔다.
그들이 감히, 당신의 마지막 흔적마저 내게서 앗아갔기 때문이다.
제2막: 피의 맹세, 벗어날 수 없는 규칙
땅속에 모든 것을 묻었다.
차가운 총의 금속성 냉기와, 금화의 무게와, '바바 야가'라는 이름까지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헬렌, 정말 어리석게도, 난 그걸 믿었다.
하지만 과거가 문을 두드리더군.
녹슨 쇠 냄새를 풍기며. 내 피가 묻은 '표식'을 들고서.
거절했다.
그 이름은 죽었다고.
그러자 그들은 내 세상을 불태웠다. 당신과 나의 집.
손가락 사이로 바스러지는 사진의 거친 재를 느끼며, 깨달았다.
돌아갈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그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시 총을 들었다. 다시 살인자가 되었다.
그 끝은 예상했던 대로의 배신.
그놈은 비웃었다.
가장 신성한 규칙 뒤에 숨어, 영원히 살 것처럼.
헬렌.
당신도 봤을까.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규칙이 무너지는 소리를.
탕.
제3막: 생존, 당신을 기억하기 위하여
온 세상이 나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모든 시선이 총구가 되고, 모든 거리가 전쟁터가 되었다.
이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지배자는 내게 물었다.
왜 그토록 살고 싶어 하냐고.
그 핏빛 여정의 끝에 무엇이 있기에.
내 대답은 언제나 단 하나였다.
당신, 헬렌.
당신과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내 심장이 뛰는 유일한 이유,
내 숨이 붙어 있어야 할 단 하나의 명분.
하지만 그들은 내게 자유 대신 복종을 강요했다.
마지막 남은 친구의 심장을 겨누라 명했다.
나는 거절했다.
당신이 사랑했던 남자는 결코 노예가 될 수 없었다.
이것은 이제 개인의 복수를 넘어,
나를 짓누르는 거대한 운명과의 전쟁이었다.
제4막: 자유, 그리고 마지막 총성
이 길고 지독한 싸움을 끝낼 방법은 오직 '결투'뿐이었다.
최고 회의의 대리인과 벌이는 목숨을 건 마지막 춤.
그들은 파리의 모든 암살자를 풀어 내가 약속 장소에 닿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는 수백 개의 계단을 피로 물들이며 나아갔다.
결투 전날 밤, 나는 내 묘비명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남편(Loving Husband)'.
그것이면, 내 모든 삶을 설명할 수 있었다.
마침내 결투의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기는 것만으로는 자유를 얻을 수 없음을.
나는 일부러 총에 맞고 쓰러져,
그 오만함이 스스로 심판대에 오르도록 만들었다.
그가 승리를 확신하며 내게 다가와 규칙을 어기는 바로 그 찰나,
나는 그가 잊고 있던 내 마지막 총알로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나는 한 남자를 죽인 것이 아니다.
나를 옭아매던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린 것이다.
총성은 멎고, 세상의 소음이 멀어진다.
화약 냄새 대신, 비에 젖은 흙내음이 스며들었다.
바바 야가, 최고 회의, 금화로 쌓아 올린 피의 성.
그 모든 것이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었다.
내 마지막 숨결 위로, 당신의 얼굴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래, 바로 그 미소.
내가 온 세상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단 하나의 세상이었다.
사람들은 내 이름을 부르겠지만, 내게 남은 이름은 오직 하나였다.
'사랑하는 남편'.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그것이 내 전부였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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