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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진짜 마법은, 예쁜 그림이 아니었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의 AI로운 아빠생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로 가족의 일과 삶을 행복으로 채우는 어느 아빠의 실험기. 딸 시우는 여섯 살, 호기심 대마왕. 아내 서윤은 42세, 한 패션 브랜드의, 야근 많은 마케팅 팀장. 그리고 나는 40세 동화작가이자 콘텐츠 기획자. 본 연재 <AI로운 아빠생활>은 AI라는 똘똘한 비서와 함께, 딸의 상상력을 키우고 아내의 하루를 덜어주며, 가족의 일상을 작은 행복으로 채우려는 한 아빠의, 엉뚱하고 다정한 실험 기록이다. 과연 '나' 시우아빠는 AI로 더 좋은 아빠, 더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을까?


그래, 나는 마법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냉장고 문에 붙은 여섯 살 딸의 그림을, 살아 숨 쉬게 만들기로. 뾰족 머리 아빠와 동그란 눈 엄마가 그려진 그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AI에 업로드했다. 프롬프트는 간단했다. “이 그림을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바꿔줘.”


결과는 놀라웠다. 십여 초 만에, 삐뚤빼뚤한 크레파스 그림이 완벽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으로 재탄생했다. 시우가 그린 구도와 인물의 특징을 유지한 채, 몽글몽글한 특유의 감성까지 더해졌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일 아침, 시우가 기절하겠군.”


저장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그림은 분명 완벽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해서, 무언가 결정적인 것이 사라진 느낌. 시우가 덧칠하며 남긴 크레파스의 거친 질감, 종이가 파일 듯 꾹꾹 눌러 그은 선의 온기. 그 안에 담긴 딸의 따스한 마음이, 매끈한 디지털 이미지 뒤로 증발해 버릴 느낌이랄까. 그래, 감성적 상실감...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딸에게 그저 멋진 구경거리를 주고 싶었나? 아니면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나?’ AI의 화려한 기술에 취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거다.


방향을 틀었다. 목표는 더 이상 ‘예쁜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 속에 갇힌 딸의 상상력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것. AI에게 새로운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너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작가야. 이 그림을 보고, 세 장면으로 이루어진 짧은 동화 줄거리를 써줘.”


AI는 마치 여섯 살 시우가 된 것처럼 속삭였다. "해가 꾸벅꾸벅 조는 공원에서 출발! 아빠 손을 꼭 잡으면 용기가 퐁퐁 솟아나요. 으쌰, 집에 오면 달콤한 구름 맛 코코아가 기다려요!" 내가 만들 놀이터의 설계도 완성!


나는 설계도를 들고 다시 AI에게 주문했다. 각 장면 별로, 총 세 장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라 했다. "수채화 동화책 스타일로, 가족이 노을 진 공원을 걸어 나오는 모습을 그려줘.”, “아이의 작은 손이 아빠의 손가락을 꽉 잡은 클로즈업 샷을 그려줘.” …


그렇게 세 장의 그림을 나란히 놓자, 진짜 마법이 펼쳐졌다. 시우의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딸 앞에 두 종류의 마법을 선보였다. 첫 번째는 지브리 스타일로 변신한 ‘멋진 그림’ 한 장. 두 번째는 새로 만든 ‘세 컷짜리 미니 동화’. “시우야, 아빠가 마법을 좀 부려봤는데, 어떤 게 더 좋아?” 딸은 망설임 없이 세 컷 동화 그림을 골랐다. “여기엔 내 이야기가 있잖아!”


맞다, AI 시대,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해야 할 것은 기술로 만든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다. 아이의 작은 상상력이 더 멀리, 더 높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과 ‘세계관’이다. 진짜 마법은, 예쁜 그림이 아니었다. 아이의 이야기에 정성껏 귀 기울이려는 나의 마음이었다.


▶ 시우 아빠의 슬기로운 AI 활용법: ③ 상상력 놀이터 설계하기: 그림 한 장을 이야기책으로


아이의 그림 한 장을 입체적인 이야기로 확장하는 '창의력 증폭' 워크플로우.


1. 이야기 설계 (이미지→텍스트): 아이의 그림을 챗GPT 등에 업로드하고, '스토리텔러' 역할을 부여한다. "이 그림의 앞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 세 문장으로 요약해줘." 중요한 건, AI의 제안을 '정답'이 아닌 '재료'로 쓰는 것이다.

2. 장면 연출 (텍스트→이미지): 1단계에서 얻은 세 개의 문장을 각각 이미지 생성 AI에 입력한다. 핵심은 '일관성'과 '다양성'이다. "따뜻한 파스텔톤의 수채화 스타일"과 같은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되, '노을 진 공원' 같은 배경 묘사, '손을 잡은 클로즈업' 같은 카메라 워크를 다양하게 지시하며 각 장면을 연출한다.

3. 최종 편집: 그렇게 얻은 여러 장면을 나란히 놓고, 아이와 함께 순서를 정하거나 제목을 붙여보자. AI는 놀이터를 설계할 뿐, 그곳에서 뛰어노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 아이여야 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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