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의 AI로운 아빠생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로 가족의 일과 삶을 행복으로 채우는 어느 아빠의 실험기. 딸 시우는 여섯 살, 호기심 대마왕. 아내 서윤은 42세, 한 패션 브랜드의, 야근 많은 마케팅 팀장. 그리고 나는 40세 동화작가이자 콘텐츠 기획자. 본 연재 <AI로운 아빠생활>은 AI라는 똘똘한 비서와 함께, 딸의 상상력을 키우고 아내의 하루를 덜어주며, 가족의 일상을 작은 행복으로 채우려는 한 아빠의, 엉뚱하고 다정한 실험 기록이다. 과연 '나' 시우아빠는 AI로 더 좋은 아빠, 더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을까?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나, 뉴스레터 다 끊을래." 아침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업계 관련 정보들과 씨름하던 아내 서윤. 패션 회사 마케팅 팀장인 그녀는 매일 수십 개의 기사를 의무감으로 훑었지만, 머릿속만 어지러울 뿐이었다.
나는 동화를 짓는 사람. 아내는 현실을 짓는 사람.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그 단단한 현실 속, 내가 설 자리는 없을까. 아내를 도울 방법은 없을까.
아내의 아침을 구하기 위한, 코드명 '굿모닝 프로젝트'의 시작. 첫 시도는 서툴렀다. AI가 긁어온 최신 기사 링크 수십 개를 모아 아내에게 보냈다. 아내는, 냉철했다. "여보, 이건 그냥 쓰레기 더미야. 나한테 필요한 건 믿을 만한 소스에서 나온 제대로 된 정보라고."
그날 저녁. "오케이, 팀장님. 그럼 제대로 된 지시를 내려줘." 'AI 프로젝트'를 위한 부부 회의가 열렸다. 아내는 평소 즐겨 찾던 해외 패션 저널과 시장 분석 사이트들을 내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AI는 말귀 어두운 신입사원 같았다. 의미 있는 정보와 불필요한 소음을 뒤섞어 내놓았다. 답변도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아내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그렇게 막연하게 물어보니까 AI가 헛소리를 하지. 역할을 줘야지. '너는 패션 분야 마케팅 전문가야.' 이렇게. 그리고 원하는 포인트를 딱 집어서 물어봐야 제대로 답을 내놓지."
그러게, 핵심은 질문이었다. 나는 신중하게 문장을 골랐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마침내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든 첫 질문이 완성되었다. “너는 우리 패션 업계의 마케팅 최고수야. 아래 기사와 보고서를 토대로, 최근 트렌드가 우리 브랜드에 어떤 ‘기회’와 ‘위협’을 만드는지 분석해줘. 소비자 행동 변화, 경쟁사 전략, 기술 도입 흐름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우리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행 아이디어까지 제시해줘.”
우리의 아침을 구해 줄 '10분 워크플로우' 완성. 복잡한 코딩 시스템, 완벽한 자동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내를 위해 뭔가 해낸 듯한 뿌듯함.
나는 아내가 지정한 사이트들의 정보를 모아, 질문과 함께 AI에게 던진다. AI가 내놓은 요약본을 음성 변환 AI에 넣어 짧은 오디오 파일을 만든다. 목소리 톤도, 아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중저음으로 설정하는 센스. AI로 완성된, 남편으로서의 응원이었다.
다음 날, 출근길 차 안에서 내가 준비한 5분 브리핑을 처음 들은 아내. 퇴근 후 집을 들어서는 얼글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여보, 오늘 출근길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음악을 들었어. 5분 만에 정보 브리핑이 끝나니까, 그럴 여유가 생기더라."
그녀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근데 이 작업, 조금 더 손보면 경쟁사 동향 분석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리 와봐. 같이 좀 보자."
맞다, 아내에게 건넨 건 ‘완벽한 AI 비서’가 아니었다. 부부가 함께 쓰면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통로였다. AI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과 '평온'을 되돌려 주었다. 그 빈자리는 '함께'라는 단어로 채워졌다.
▶ 시우 아빠의 슬기로운 AI 활용법: ④ 우리 집 'AI 파트너' 만들기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우리 가족의 새로운 파트너로 만드는 3단계 접근법.
1. '함께' 시작하기: "요즘 뭐가 제일 힘들어?" 이 질문이 시작이다. 가족의 '공동 문제'를 정의하는 순간, AI는 '나'의 장난감이 아니라 '우리'의 도구가 된다.
2. '우리만의 질문' 만들기: AI에게 던질 질문을 함께 만들자. "요약해줘" 대신 "너는 OOO 전문가 관점에서, '긍정'과 '부정'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해줘"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만드는 과정은, 서로를 이해하는 최고의 대화가 된다.
3. 기술을 '따뜻한 의식'으로 만들기: 완벽한 자동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성이 담긴 결과물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 서로를 향한 가장 'AI로운 응원'이 된다. 기술은 그렇게 가족만의 따뜻한 의식이 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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