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리더는 고독하다. 그 고독은 ‘정답지가 없다’는 사실에서 온다. 사원 시절, 세상은 선명했다. 상사가 정답(Label)을 줬다. “이 보고서는 훌륭해”, “저 고객은 놓치면 안 돼.” 명확한 지침, 즉 ‘라벨’이 붙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우리는 성장했다. 정답을 잘 맞히면 유능한 인재였던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의 세계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순간, 세상의 해상도는 바뀐다. 친절했던 라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환율은 춤을 추고, 고객은 변덕을 부리며, 경쟁자는 뒤통수를 노린다. 누구도 이것이 위기인지 기회인지 이름표를 붙여주지 않는다. 리더십의 차원이 갈리는 지점이다. 여전히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길 기다리거나 과거의 낡은 정답지를 만지작거리는 리더는, 지도 학습의 세계에 갇힌 모범생일 뿐이다.
진짜 리더의 통찰은 정답 없는 거대한 데이터의 심연 속에서 스스로 패턴을 찾아내고 구조를 세우는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의 영역에서 탄생한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힘, 그것이 리더의 진짜 실력이다.
흔히 통찰을 ‘오래 버티면 생기는 연륜’이라 착각한다. 위험한 오해다. 30년 세월이,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보장하지 않는다. 1년짜리 경험을 생각 없이 30번 ‘복사&붙여넣기’한 것일 수 있어서다.
현대 리더는 ‘차원의 저주’에 시달린다. 수만 가지 변수가 머리를 어지럽힐 때, 대부분 더 많은 정보를 모은다. 탁월한 리더는 반대다. 곁가지를 과감히 쳐낸다. 노이즈를 걷어낸다. 복잡하게 얽힌 현상의 껍질을 벗겨내고, 핵심 특징에 초점을 맞춘다. 남들이 현상을 나열할 때 본질을 정의한다. ‘차원 축소’다. 이른바 인사이트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원리로 압축해내는 이 고도화된 차원 축소의 결과값이다. 철저한 ‘버림과 집중’에서 나오는.
이 고도화된 학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성공’이다. AI 모델이 전체 지형에서 가장 낮은 곳, 즉 에러가 가장 적은 ‘글로벌 최적점(Global Optima)’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상해보자. 모델은 비탈을 내려가다 어느 작은 웅덩이에 빠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방향이 오르막이다. 모델은 생각한다. “아, 여기가 최적의 해답지구나.” 하지만 사실 그곳은 산 중턱에 패인 작은 물웅덩이에 불과하다. 진짜 바닥은 훨씬 더 아래에, 더 넓은 평원에 있다.
리더십에서도 똑같은 비극이 일어난다. 과거의 승리 공식이라는 웅덩이는 아늑하다. 주변에서도 부추긴다. “하던 대로 하시죠.” 달콤한 웅덩이에 갇힌 리더는 여기가 세상의 끝이라 믿는다. 세상이 바뀌어 더 깊고 넓은 바다가 있음을 보지 못한다. 아니, 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고,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다. 국소 최적점에 빠진 줄도 모르고 승리감에 도취된 상태, 즉 ‘꼰대 리더십’이다. 조직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가장 위험한 신호다.
이 안락한 웅덩이에서 탈출하려면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 AI는 탐험의 보폭을 파격적으로 키워 웅덩이를 단숨에 건너뛰거나,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주입해 안주의 관성을 깨뜨린다. 리더에게 이 과정은 ‘자기 부정’을 동반한 치열한 성찰이다.
성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성공의 기반이, 나의 판단 알고리즘이 완전히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파괴적 용기다. “나의 성공은 운이었다”, “나의 경험은 낡았다”라는 자기 선고의 과정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굳어진 시냅스 연결을 끊고 새로이 설계하는 고비용의 작업이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자기합리화를 택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튜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리더는 영원히 과거에 갇힌다. 2010년의 데이터에는 완벽하게 들어맞지만, 2026년의 현실에는 엉뚱한 오답만 내놓는 ‘과적합(Overfitting)’ 모델. 성찰 없는 리더의 미래다.
결국 AI와 리더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AI는 전기를 먹고 학습하지만, 위대한 리더의 통찰은 자기 부정을 통한 혁신을 먹고 자란다. AI는 주어진 목적함수에 따라 움직이지만, 리더는 스스로 목적함수를 재정의한다. 어제의 정답을 오늘 폐기할 수 있는 힘,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 부정하고 웅덩이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힘. 인간 리더가 가진 유일한 무기다.
지금 나의 인사이트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과거의 영광이라는 얕은 웅덩이가 세상의 전부라 믿고 있지는 않은가. 정답 없는 비지도 학습의 세계에서 믿을 것은 오직 하나다. 어제의 나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치열한 의지뿐. 통찰은 그래서, 명사가 아니다. 멈추지 않는 동사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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