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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ug 12. 2019

7. 커피가 맛있다는데 그 이유를..참...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⑦>


커피가 부풀어 오를 때 향도 함께 퍼져가는 드립커피만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유어커피 주인장과 안주인은 전문적으로 커피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커피를 처음 마셔보자 할 땐 그저 집 근처에 있는 뭔가 있어 보이는 커피숍을 찾아 커피를 마셨고, 좀 더 알아보자 할 땐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하나 둘 보면서 어느 정도까지의 지식만 익혔을 뿐입니다. 생두도 저희가 좋다고 생각한 일부 종으로 계속 구입을 하고 있고 새로운 원두를 고를 땐 엄청난 고민을 거듭합니다. 로스팅할 때도 일명 야매로스터의 기질을 발휘합니다. 정확한 말고 적당히 올라오는 가스불 위에 로스터를 올리고, 로스터를 적당히 예열한 다음에, 적당히 가열됐다 싶은 매우 주관적인 시점에 커피를 배출하고 있으니, 전 과정이 비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시사철 가스불 위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저희 유어커피의 로스터를 요즘 커피숍에서 종종 볼 수 있는 LCD 패널이 부착된 최첨단 로스터와  비교하자면, 뭐랄까 조선시대 아궁이와 인덕션 레인지를 비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유어커피 주인장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것 정도?


커피를 내릴 땐 상당히 많은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떤 원두를 고르느냐부터, 어떻게 로스팅을 했고, 로스팅한 지 얼마나 됐는지, 어떤 브루잉(brewing)과 그 브루잉에 맞는 분쇄도, 압력과 시간 등 브루잉에 맞는 추출조건 등 따져봐야 할 게 너무나 많습니다. 각 조건별로 어떤 과정을 착착착 거쳐야 한다고 매뉴얼이 구축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전문커피숍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대부분 커피숍에선 이러한 과정과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맛없는 커피숍 빼고)


유어커피는요? 까다로운 조건, 체계적인 매뉴얼.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다.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은 오로지 주인장과 안주인의 감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 다했죠. 주인장조차 '브라질 세라도' 원두를 로스팅할 때도 매번 감이 다르고, 커피를 내릴 때도 브라질 세라도 1종만 내리는지, 아니면 케냐, 예가체프 등 다른 원두와 블렌딩 하는지 다 다르니까요. 그저 브라질 원두가 가지고 있는 포근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향이 끌린다 싶을 땐 브라질 1종만 이용해 내리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싶을 땐 케냐(바디감), 예가체프(향)을 섞는다라는 경험에 우러난 비전문가적 손길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희한하죠,

유어커피의 커피가 맛있다고 하네요?


커피전문점에서 체계적인 과정과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커피의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커피의 맛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 생각만 해도 멋있습니다. 어쩌다 생겨난 홈카페를 운영 중인 주인장과 안주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과정이기도 하고요. 대충 감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감으로 내리는데.... 희한하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마다 유어커피의 커피가 맛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유어커피에서 커피를 마신 후 다른 커피숍의 커피를 마시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이웃까지 생겨날 정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안주인이 커피에 요술을 부려놓은 것일까요? 정말 알 수 없는 노릇. 왜 그런지 묻는 이웃들에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저 역시도 답답한 순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이야기해서, 유어커피의 커피가 맛있다고 이야기 듣는다는 걸 자랑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평소 맛있는 커피, 좋은 커피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저는 정중히 사양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커피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과 입맛이 작용하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풍선껌 하나라도 사과맛과 딸기맛의 선호가 다르듯, 커피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유어커피의 커피가 다른 커피숍의 커피에 비해 절대적 기준에서 맛있다라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유어커피 주인장과 안주인은 유어커피를 벗어나 다른 커피숍에 들려 커피를 자주 맛보고 있습니다. 주로 들리는 곳은 로스터리 커피숍. 각각의 개성을 가진 커피를 선보이며 저희의 입과 코와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하지만 저희 역시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들어온 후에는 다시 한번 유어커피의 커피를 찾게 됩니다. 뭐에 쫓기듯 부랴부랴 커피머신의 커피를 확인하고 에스프레소 버튼을 지긋히 누릅니다. 위잉~ 커피머신에서 원두가 갈리고, 강한 압력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모든 소리를 들으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갑니다. 대충 물을 따르고 얼음 몇 개를 투여한 다음 진득한 에스프레소를 컵으로 부어줍니다. 다시 한 번 커피 향이 거실 가득 메워지는 걸 느낍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지, 왜 그런지는 마음으로 알지만, 그 마음을 말로, 글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유어커피 향과 맛의 비밀은 제 마음속에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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