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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ug 22. 2019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똑바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 가슴 울리는 에세이를 쓰고 있는 이석원 작가. 그의 책을 읽으면 치열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고 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문장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 조사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했을지. 그만큼 예민하다는 이야기고, 일반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에 보통의 사람들과도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그가 자신의 속내를 온전히 내비치는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건, 큰 결심이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나의 추측이지만)


처음 읽은 <보통의 존재>에서 이석원 작가의 근본적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아픔에는 자신을 향한 매서움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문장을 읽게 됐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


니체를 포함해 많은 철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행복을 향한 시작이다.'라고.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아니면 나 자신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아 있던가. 이석원 작가에겐 자신을 향한 기대, 희망이 아마 없었나 보다.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실망했고, 스스로에게 너무나 자신감이 없었기에. 그런 지난날을 보내왔기에, 자신을 안다는 것을 너무나 심각하게 걱정한다. 


가끔 나를 닮은 아이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그리 훌륭한 인생을 살아오지 못했기에, 혹여나 나와 닮아서 나와 같은 길을 거치게 되면 어쩌나.'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못난 나 일지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남을 이해한다는 말도 안 되는 과정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비루한 나 일지라도 이석원 작가처럼 스스로를 인정하고, 만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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