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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ug 23. 2019

이것저것 재다가 죽도 밥도 안되는데..

아쉽고 답답하고 짜증 나고

콘텐츠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아이디어를 많이 필요로 한다. 어떤 땐 한 주 내내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자다가 꿈에서도 아이디어를 고민하기도 한다. 때로는 꿈속에서 엄청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는데 아침에 일어나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허탈해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디어로 먹고살다 보니, 아이디어가 곧 스트레스다. 물론 콘텐츠를 만드는 게 좋고, 내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기에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업무를 하다 보면 갑자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나 괜찮은 아이디어!'

'누가 먼저 실행할까 걱정되는 아이디어!'

'주위 몇몇 사람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면 아주 좋은 피드백을 받은 아이디어!'

'고객사 담당자도 오케이를 연신 외치는 아이디어!'

'작은 아이디어에서 점점 그 규모를 키워가 결국 회사를 먹어살릴 것만 같은 그런 아이디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확장되어 간다. 와! 내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지만 정말 끝장난다. 이거 바로 실행해보자. 실행해보고 나서 반응을 보자. 평소 이런 업무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주위에서 '체계적이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하지만, 현업에선 무엇보다 필요한 게 실행력!



그런데,

태클이 들어온다.


조직엔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실행보다 서류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실행 경험은 없지만 기획이나 컨설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터라, 먼저 체계적인 서류를 작성하지 않으면 업무 진행을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 현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이 된 직감에 의존을 많이 하는 나와는 스타일이 정반대인 사람. 


이 경우 대 부분 '배경, 목적, 기대효과, 일정계획, 예상되는 문제 등'을 검토한 다음 서류로 보고하라고 지시를 한다. 


'이걸 왜 해야 하느냐'

'이걸 지금 해야 하느냐'

'이걸 하면 뭐가 좋으냐'

'성과를 언제까지 낼 수 있냐'


"응? 성과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시장에서 반응조차 알 수 없는데 벌써 성과를 고민해야 한다고?"


솔직히 위의 항목을 모두 서류화하는 게 하루 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어서 빨리 아이디어를 실행할 시간도 부족한데,  본인도 모르는, 아직 발생하지 않는 문제를 애써 생각해 급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아이디어가 바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아마 그들도 알고는 있을 거다.


서류 작업을 통해 사전에 아이디어를 보완, 구체화할 수 있으며, 발생되는 문제 또한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먹힐지 먹히지 않을지는 실행을 해봐야 안다. 실행을 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킬지, 폐기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에 실행해야 적합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서류 작업을 하느라 그 시기를 놓쳐버리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게 된다.


서류 작업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사전에 이것저것 따져보자는 것에 반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도껏 하자는 거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고,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실행하고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서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 때문에, 아이디어 하나에 목숨 거는 나 같은 사람은 피가 마른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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