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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ug 28. 2019

홈카페 다음은 커피숍 이냐고요?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⑨>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데, 커피숍 한 번 차려보면 어때?"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보통의 가정에 비해 커피도 많이 하고, 생두를 구입해 로스팅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도 내려 마시다 보니 커피에 대해 전문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이런 말씀을 주로 하십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응원의 의미로 커피숍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라는 의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문가는 아닌데....'라는 말은 수도 없이 했기에, 내가 전문가면 지금도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께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기에,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절대 안 할 건데요."


주인장과 안주인이 살고 있는 동네엔 커피숍이 매우 많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겨우 하나 발견하곤 기분 좋게 커피숍 문을 열곤 했는데, 지금은 길을 가다 보면 한집 건너 한집이 아니라 한집 옆에 한집처럼 커피숍이 들어서고 있어서,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하게 됩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들어간 커피숍에 손님이 저희 가족밖에 없으면 괜히 미안해지고, 커피숍의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정작 그 커피숍의 사장님은 별 걱정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평소에는 조용하다 커피숍만 가면 발동하는 오지랖입니다. 아무튼, 방심하면 갑자기 불어나는 뱃살처럼(비유가....) 곳곳에 들어서는 커피숍을 매일 보기 때문일까요? 많은 분들이 커피숍 차리는 걸 쉽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커피숍을 실제로 차려본 건 아니지만, 사실 주인장과 안주인도 커피숍을 차리면 얼마나 들까?를 고민해보긴 했습니다. 주변 시세에 맞춰서 커피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 동네 커피숍은 대형 커피숍이 아니니 3000원보다는 싸야겠고, 3000원으로 하면 원가는 어느 정도 나는데, 그래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만들어내려면 커피는 도대체 몇 잔을 팔아야 하는 거야!!! 이렇게 계산하다 보면 세상의 모든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존경스러워집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커피만 팔아서는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커피숍에서 브런치도 팔고, 디저트도 팔고, 마카롱도 팔고, 팥빙수도 팔고, 빵도 팔고, 스파게티도 팔고 하나 봅니다. 



일단, 

자신이 없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그때부턴 전쟁이라고 하죠. 어쩌다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홈카페라는 취미 수준으로 커피를 좋아하니 이 정도 즐거움과 행복과 안락함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거지, 커피숍을 차리는 순간, 커피를 행복의 조각이 아닌 매출의 조각으로 바라볼 게 분명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행복하길, 아니 주인장이 커피를 마시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 잔의 커피라도 더 팔아서 매출을 올릴 그 순간으로 머릿속에 가득 찰 것이 분명하기에, 커피숍을 운영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커피만 팔아서 나오는 매출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그 끔찍함이 두려워 커피숍을 차릴 생각을 아예 접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커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무렵, 동네에 커피숍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커피숍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커피를 차린 사장님 부부는 제가 보기에 참 여유로웠습니다. 커피를 볶고, 서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출근했다, 함께 퇴근하는 삶. 뭔가 사부작사부작 만들어내고, 그 결과 커피숍이 하나 둘 자리 잡아가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요. 하지만 그건 제가 손님으로 갔기 때문에 보인 즐거움이었을 뿐, 사장님 부부에게는 아니었나 봅니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사장님이 커피숍을 차릴 거냐 묻더군요. 그리고 제가 대답도 하기 전에 연이어 말씀하셨습니다. "커피숍 절대 하지 마세요." 아미 지금 찾아가서 물어봐도 똑같은 말씀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커피 맛도 사실 자신이 없긴 합니다. 주인장과 안주인 그리고 일부 이웃들에게는 맛있다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듣고 있긴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일 뿐이죠. 전문적으로 로스팅을 배운 것도 아니고,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우리 입맛에 맞춘 커피를 유어커피에서 마실 수 있는 것일 뿐, 이게 대중적으로 통할 수 있는 맛이다 라고 확정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기만 합니다. 


솔직히 '커피숍 한 번 해봐라'라는 말은 참 듣기 거북합니다. 제가 무슨 쌓아놓은 재산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부모님을 만나 태어난 것도 아니고, 1000원 지폐 하나만 있어도 마냥 좋은 그런 소시민인데, 커피숍을 취미처럼 '한 번' 차려보라니요. 저에겐 그런 용기도, 배짱도, 뒷배경도, 돈도 없습니다. 엄두도 못 냅니다. 


그러니 그냥 조용히, 행복하게, 나만의 시간을 누리며 홈카페로 만족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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