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도배, 타일을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을 무시하는 내용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직장 말고 직업을 찾으라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직업을 찾은 사람이 얼마 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여전히 조직의 목표가 자신의 목표인 것처럼 몸과 마음을 바쳐 일을 하다 종종 병이 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조직에 의해 끌려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업을 찾는 일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나이가 하나 둘 차오르고, 직장에서 위에 있는 사람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된 순간부터 직장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저에게 '위기'가 동반자처럼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공자는 불혹에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다 하였는데, 세상의 유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달콤한 것도 있지만, 위기라는 유혹도 있음을 점점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장 큰 위기는 직장만을 살아온 저의 '실질 직장 생활 가능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최근 읽은 「아홉 번의 일」에는 저보다 연배는 높지만, 조직만을 위해 청춘과 중년의 삶을 바꾼 노년 직장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젊은 때는 그의 쓸모 덕분에 직장은 너무나 든든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젊고 열정 넘치는 후배들이 차오르면서 조직은 그의 쓸모를 의심하고, 퇴직을 권유합니다. 이야기는 그 이후 남자의 끈기(?)를 다룹니다. 그 끈기의 배경은 다름 아닌 '직장만 바라 온 삶'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그릇된 믿음 때문이겠죠.
최근 아는 분이 타일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원래 그분은 학원 강사를 했었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회의가 들어 몸을 쓰는 일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원래 공부를 계속했던 분이라 타일 자격증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하고, 지금은 도배를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 그분 옆에 있었겠지만, 겉에서 보기엔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큰 불만이 없어 보여서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충격은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습니다. 어쩌다 그분이..라는 놀라움은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할 뿐, 이제 내 차례인가..라는 두려움과 지금부터라도 기술을 배워야 하나..라는 막막함, 그리고 지금 직장에서 잘리면 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직장만 바라보고 살아온 제가, 지금 하는 일을 제외하고 다른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 보다는 용기가 전혀 없다는 걸, '드디어'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부럽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그분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물론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어느 누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이, 저를 '기술'이라는 세계로 유혹하는 듯했습니다. 아, 여기에서 또 하나의 유혹이 나타나네요. 얼마 남지 않은 직장 수명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길고 가늘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볼 것이냐. 저 보다 많은 나이에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가는 그분과 달리, 저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만 계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도배와 타일을 배워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