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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Mar 11. 2021

"구명복은 좌석 밑에 있습니다"

평범한 지방대 선배의 세상이야기 #13

그렇게 취업준비생의 시간을 보내고,


물론 인턴이긴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거의 모든 인턴이 일 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이기에


"그렇게 나의 신입사원 생활이 시작되었어"  



열정과 설렘이 가득한 채로


"정말 열심히 배워야지!"

"일만 주어지면 멋지게 해내야겠다!"


어쩌면 모든 신입사원이 꿈꾸는, 또 가지는 마음가짐. 


금방이라도 모든 업무에 익숙해져서 무엇이든 척척 해나가는


"능력 있는 신입사원!"


"대학 가면 애인 생긴다"라는 말처럼

꿈같은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적어도 나에게는 당연히 찾아올 것만 같은 이야기.


그런데 왜?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왜 그 하나조차 힘들까?"


최고의 신입사원을 꿈꿨으나,


"어리바리"

"네 저 잘 모르겠는데요?..."



자괴감이 들었어. 

그래도 나름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전공이라고 공부를 했고,

꿈꿔왔던 일이었던 만큼, 관련 정보도 내용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거든. 


업무 일선에서 사용하는 현장 용어 그리고 줄임말들. 

이론과는 조금 다른, 

아니 정확히는 그동안 배웠던 이론과 배움들을 적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무지식들. 


마음이 닫히고 있었어. 

지적을 받는 것이 싫었고,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점이 싫었어.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에 즐거워야 할 회식조차 즐겁지 못했지. 


"어 이 일이 아닌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인 건가?"


말수가 줄어들었어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점점 자신감도 줄어들면서 열정도 식어갔지. 


"점점 재미가 없었으니까"


걱정과는 다르게,

나의 사회생활, 

어쩌면 그 새로운 시작을 송두리째 바꿔준 사건은 빠르게 일어났어. 


시간을 다투는 급한 일이 발생했어. 

정말 일분일초가 급박한 시간. 

조금 늦을수록 그만큼 우리 회사를 이용해 주시는 승객들이 피해를 입으시는,

그만큼 빨리 해결해야 하는 순간. 


선배의 한마디. 

"빨리 이것저것 등등등을 가져와 줘!"



신입사원으로는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전문용어들로 가득 채워진 말들. 

거기에다 급한 시간을 대변하듯.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려서 무슨 말인지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다급한 선배의 지시.


"뭐지?.. 뭐라고 한 거지?"


습관적으로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얼떨결에 내뱉고,

누가 봐도 잘 못 알아들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나에게.


"여기 있어 얼른 가져다 드려"


와 정말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만큼.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동기생들 중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을 군대에서나 또는 전 직장에서 경험했던

몇 살 많은 형이 있었지. 


그 형에게는 이런 급박한 말들이 익숙했고, 

또 그 요청사항을 곁에서 같이 들어주고 있었던 거야. 


"형 너무 고마워요"


"아니야 필요한 거 있으면 또 이야기 하렴"

"그리고 모르는 거 있을 땐 꼭 물어봐"


그저 평범한 고마움을 떠나서,

혼자 아등바등거리면서 어떻게든 해내 보려는 마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어쩌면

혼자서 자신만의 해석대로 또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일을 진행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 더 큰 실수나 잘못을 가져왔을 테고, 

분명 스스로는 더 큰 자괴감을 불러왔을 거야.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어. 

심지어 선배나 팀장님도 아니라,

같이 인턴생활을 하는 동기형에게서. 


"도움"



혼자서 또 스스로 모든 일을 완벽히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기도, 

또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첫 사회생활.


도움을 구하기를 주저하기보다는,

도움을 받아 알게 된 사항들 

또 배우게 된 일들을 

기록하고 또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걸 알게 된 순간이었지.


도움을 구하게 되었어,

때로는 동료에게 때로는 선배에게

누구는 좋은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도움이 되는 서적과, 

때로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지.


그렇게 업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많은 선배 그리고 동료들과 여러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기도 했고

그러 시간들 속에서 점점 더 많은 분들을 알아가고 

또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었지. 



물어보지 않는 것이 멋진 것이 아니라,

딱 한 번만 물어보는 것이 멋진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어. 


똑같은 일들을,

물론 추가적인 궁금증이 생기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똑같은 일들을,

단순히 까먹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이유로 또다시 물어보지는 말자.


"한번 알게 된 내용은 꼭 기억하거나 기록해 두는 것으로"


그래서 멋진 능력 있는 신입사원이 되었을까?


잘 모르겠어.

누군가에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주어진 일 앞에 섰을 때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고,

어려운 업무는 도움을 받으며 해결할 수 있었지. 


즐겁게,

막 엄청나게 신나는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출근하는 발걸음이 부담이 없이 가벼울 정도로.


어쩌면 이 정도면, 

직장 생활의 첫 시작은 괜찮은 거 아녔을까?


"구명복은 좌석 밑에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게 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눈앞에 적혀 있는 글자. 


누구나 어떤 사람이라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또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것.


그 구명복처럼. 

꼭 필요한 "도움"도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게 아닐까?


그 구명복이 

누군가의 조언일 수도, 또 글이나 그림일 수도

어쩌면 티브이에서 흔히 나오는 배우들의 대사일 수도 있을 거야.


언젠가 힘이 들 때,

그게 취업이든 사회 초년생 신입사원 시절이든,


우리 조금만 손을 뻗어서 아주 가까이에 있는 도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세상엔 참 감사한 일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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