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린 셔츠와 몸뻬 바지 사이, 어색하지만 설레는 작가의 탄생
삼일째 한파가 몰아친, 올해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주섬주섬 카디건을 걸쳐 입고는 청소기를 돌리려 폼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핸드폰에 기적 같은 알람이 떴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믿기지가 않았다.
솔직히 전혀 기대를 안 했기에, 가족들에게조차 이 도전을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어제 아침, 네 번째 글을 작가의 서랍에 저장하고 정성껏 작가 신청서를 작성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요즘 늦잠이 일상인 아들이 어슬렁대며 다가와 내 등 뒤에 붙어 물었었다.
“엄마, 뭐 하고 있어요?”
나는 밥 달라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 무심히 답했다. “글 써.”
그러고는 한참을 고민하다 떨리는 손으로 작가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합격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들고 있던 청소기를 버리다시피 내려놓고 냅다 아들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아들! 엄마 작가 됐어! 이게 엄마가 얼마 만에 느끼는 성취감인지 모르겠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아들이 놀라 잠에서 깨어 대답했다.
“엄마, 축하해요! 우와, 어제 쓰던 그거예요? 진짜 대단하다!”
나는 조금 으스대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아빠한테도 말 안 했거든. 떨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내 들뜬 마음을 알아챈 아들이 한술 더 떠 부추겼다.
“빨리 아빠한테 전화해서 자랑해요!”
갑자기 쑥스러워진 내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기다리면 퇴근하고 올 텐데 그때 할 거야.”
기쁨도 잠시, 내 성격답게 마음이 급해졌다.
내 예상으로는 글 열 개 정도는 미리 준비해 두고 시작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작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끈기 없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덜컥 두려움이 앞섰다.
일상의 작은 글감들을 나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싶었는데, 막상 ‘작가’로 인정받고 나니 갑자기 거창하고 큰 글감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그냥 나’와 ‘작가인 나’는 좀 달라야 할 것 같다는 강박이 생겨버린 것이다.
문득, 작가라는 이름은 정규 과정을 잘 밟아온 배운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찾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작가라는 이름이 상고 출신인 나랑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작가라는 이름이 야간 전문대 졸업생이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작가라는 이름이 평범한 전업주부랑은 너무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윗옷은 말끔하게 셔츠를 다려 입고, 아래는 몸뻬 바지에 다리를 쑤셔 넣은 것처럼 부끄럽고 어색했다.
나처럼 자랑거리보다 숨기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 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 보는 사람들이 혹시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나는 성격이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사람들이 나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나를 바꿀 수는 없기에,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며 지내왔다.
솔직함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나는 되도록 정보가 없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피하거나 나를 잘 이해해 줄 만한 꼭 필요한 관계만 유지하며 살아왔다.
상처를 주거나 받는 일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브런치에서만큼은 조금 더 솔직해도 되지 않을까?
오늘 하루는 작가가 되어 마냥 행복했지만, 동시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 날이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브런치 작가라니!
오늘 퇴근해 돌아오는 남편에게 앞으로는 “마누라” 대신 “작가님”이라고 부르라고 말할 생각에 벌써 마음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