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용기. 피(P)하지 말고, 알(R)리자.

정확한 사실보도가 사고수습의 하나이다.

by 문좀열어주세요


2010년 홍보실장이 PR(Public Relations, 대중 관계)에 대해 자문자답했다. “피(P)할 건 피하고, 알(R)릴 건 알리기다.” '피할 건' 부정적 내용이다. 과장되거나 크게 보도되는 기사를 막아야 한다. '알릴 건' 긍정적 내용이다. 정확한 사실과 효과가 보도돼야 한다.


15년 새 변했다. 전통 미디어가 주류 여론을 형성하던 하향식 정보 흐름이 이제는 상향식 또는 방사형 흐름으로 바뀌었다. 대중이 제보하면 언론이 확인하고, 다시 또 대중이 퍼 나르는 구조이다. 기자도 SNS에서 소식을 듣고, 메일로 제보받고 취재한다. 뉴스가 만들어지면 대중은 다시 퍼트린다.


모두가 기자다. 지상파 방송, 보도전문채널, 신문 등 모든 언론사에서 카카오톡 제보 채널을 통해서 실시간 뉴스를 발굴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이 SNS를 타고 삽시간 퍼진다. 유튜브만을 위한 뉴스가 만들어져 심층 분석되기도 한다.


1인 미디어의 감시망도 피할 수 없다. 사고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한다. 2022년 11월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1호선 신길역 앞 지하차도 위 고가에서 스마트폰 2대가 촬영하고 있었다.


주요 방송사와 사진기자들과는 다른 각도였다. 21시경 늦은 시간에 발생한 사고였는데 1시간 사이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 위에 보조 배터리를 두세 개 달고 밤새 현장을 찍었다. 실제 구독자는 열 명 내외에 불과했지만 중계는 밤새 이어졌다.


피할 것과 알릴 것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공공 이익을 위해 '피할 것'이 '알릴 것'이 된다. 이용객에게는 중요한 정보다. 열차 운행이 중지되거나 지연이 길어지는 철도 사고는 알릴 것이다. 서버가 다운되어 추석 열차승차권을 구매할 수 없는 접속 장애도 신속히 알려야 한다. 파업으로 열차 운행률이 70%대로 떨어지는 것도 미리 알려야 헛걸음이 없다.


기관 공식 SNS와 홈페이지 같은 자체(Owned) 미디어, 보도자료 등 가능한 모든 채널에서 알려야 한다. 보도전문채널 속보와 자막으로 실시간 내보낼 수도 있다. 보도자료를 쓰는 원칙대로 써야 한다. 더 간결하게, 다른 해석이 없도록, 정확한 설명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안내 예시)

“오늘(00일) 00시경 경부선 영등포역 하선 신호장치 장애로 A열차 운행 중지, 후속 열차가 30분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세부 정보 : A열차 승객 200명, 지연되는 열차 00대, 원인은 조사 중)


“오늘(00일) 00시경 코레일톡 접속자 수가 폭증해 승차권을 예매할 수 없습니다. 예매시간을 연장해 0시부터 예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세부 정보 : 동시 접속자수 : 0백만 명(수용 범위), 서버 : 00대서 00대로 증설)


“12월 5일 5시부터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으로 KTX와 일반열차, 수도권전철 등 일부 열차가 운행 중지됩니다. 바쁘신 이용객께서는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가 정상 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세부 정보 : 열차 운행률 80%, 출퇴근 시간대는 정상)


실시간 열차 운행장애에 대한 정보는 속도가 생명이다. 빠른 공유가 필요하다. 보도자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때가 많다. 코레일을 비롯한 철도, 도로, 소방 등의 공공기관은 언론취재에 대응해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을 통해 급보를 공유하고 있다.


채팅앱에서 제보를 받는 KBS, MBC, SBS, 연합뉴스TV, YTN 등에 빠르게 반영된다. 제보 즉시 실시간으로 답장이 온다. 제보자 신원, 소속, 연락처 등과 육하원칙에 따른 급보를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연합뉴스 TV와 YTN이 반영이 빠르다.


뉴스 화면 하단의 안내 문구는 20~25자, 왼편 상단 글씨는 13자 안팎 분량이다. 표출되는 길이에 맞게 ’문구를 정리해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한번 반영이 되면 내용을 수정하는데 30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변동사항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제보해야 한다.


피해 상황은 대중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 대중이 체감하는 관점은 다르다. 선로를 지지하는 침목이 10개 부서진 것보다 지하철 출입문에 3세 아이의 팔이 부러진 것이 대중에게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주의해야 할 피해 상황은 1. 생명 2. 2차 위험 3. 취약계층(어린이, 임산부, 고령자, 장애인 등) 4. 공공시설 5. 환경오염 6. 일반시설 등이다.


사고에 대한 설명은 서술하는 방식에 따라 중대성이 달라질 수 있다.


A) 야생 동물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죽음, 사체를 치우느라 열차가 10분 동안 정지하고 이용객 300여 명이 불편을 겪음.


B) 야생 멧돼지와 무궁화호가 충돌해 열차 이용객 300여 명이 10분간 열차에 갇힘. 사체를 치운 후에야 정상 운행됨


동물이 열차에 부딪힌 같은 사건이다. B가 더 심각해 보인다. 열차에 탄 이용객 입장에서 서술했다. 대상도 구체적이다. 서로 붙어있는 단어와 꾸밈 관계 차이도 있다. 문장에서 300여 명과 10분간 등 피해를 나타내는 숫자가 서로 붙어있고, '사체를 치운 후‘라는 행위가 인과관계로 얽혀있다.


멧돼지(야생 동물), 무궁화호(열차), 충돌(뛰어듦), 야생 동물이 죽음(이용객이 갇힘) 등 단어와 대상에 따라 체감되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고를 애써 심각하게 알릴 필요는 없다. 다만, 입장을 다각도로 파악해야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할지 짐작할 수 있다.


언론마다 사건에 대해 관심사항도 일부 차이가 있다. 추가 취재나 요청사항에 반영이 되는데, 지상파 뉴스에서는 '인명피해'가 없는지 꼭 확인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수가 입은 피해에 주목하는 편이다. 종편에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불편을 겪은 시민들 인터뷰는 단골. 사고 현장에서 한 기자는 이용객을 부러 역무원 앞까지 안내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을 숨어서 찍기도 했다. 타는 곳이 변경되어 계단을 다시 올라가는 게 힘들었던 60대 여성 이용객이었다.


최근 사고는 언론매체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취재가 들어온다. 숨길 수가 없다. 기자는 제보받은 내용이나 사진, 영상을 일부만 알려주고 취재하기도 한다. 불꽃이 튄 영상을 확보하고선 '불이 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은 이후에 '화재를 은폐했다'고 보도하는 경우다.


뉴스 특성상 CCTV 영상이나 사진을 중요시해 꼭 요청한다고 봐야 한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모든 매체에 동일하게 설명해야 한다. 수도권에 사고가 발생하면 무턱대고 현장 위치를 묻곤 카메라 기자들을 보내려는 매체도 있다. 뉴스의 파급력과 정보 접근성, 확산 속도를 순식간에 체감하게 된다.


수도권전철에서 출퇴근 시간대 2,3시간 이상 운행장애가 생기면 전화와 문자 등 하루 2백여 통 넘는 연락이 온다.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이 크기도 하고 제보가 많은 이유도 있다. 늦은 밤이라도 당직 기자는 제보를 처리한다. 아침 교대 전까지 말이다. 경찰에서 사건을 종결처리하듯 기사는 안 나오더라도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보고해야 완료가 된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보도전문채널에서는 몇 차례 같은 사고 뉴스가 나오고 수시로 갱신된다. 원상복구가 된 후에야 뉴스는 마무리된다. 복구 완료와 정상화 시점, 사고 원인과 피해 보상 등은 언론에서 반복해서 묻는 내용이다. 불확실한 내용, 추측성 설명은 오보를 양산할 수 있다. 긴박한 상황이라 절제된 대응도 이해한다. 차분하게 확인된 사실만 설명해야 한다.


신뢰성, 투명성이 중요하다. 욕먹을 용기로 소상히 밝히는 게 사고 수습이다. 그래야 개선책도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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