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합니다. 해명자료 내기

기자도 틀리거나 잘못 알 수 있다.

by 문좀열어주세요


모두가 사실인 것은 아니다. 기자도 틀리거나 잘못 알 수 있다. 취재 과정에서 오해할 수도 있고 한쪽 입장이 과도하게 반영되기도 한다. 발제하고 기사를 작성해 보고했는데 데스크에서 기사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 상황에 대한 인식 미흡, 무엇보다 부분적인 정보가 사실과 다른 기사를 만든다. 특히, 제보를 기반으로 데스크에 발제하고 취재하면 기사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필요한 자료만을 취합하고 논리를 보강하면 편향되기도 한다.


한 기자의 말을 빌리면 소위 말하는 ‘야마(주제)’를 미리 정하고 기사를 쓰면 맥락이 분명하다고 한다. 취재도 수월하고 기사 깊이도 풍성하게 갖추게 된다. 여러 입장의 취재는 중립성은 지킬 수 있지만 버리는 내용이 많다. 야마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야마라는 말이 주제, 핵심, 논조 등을 포괄하는 은어이다. 작성 중에 논조를 바꾸는 ‘야마를 튼다’는 경우는 드물다.


확정되지 않은 사업이 보도되기도 한다. 입찰을 준비 중이거나 사업자 선정을 앞둔 용역 등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내용이 ‘단독’을 달고 소개된다. 결과가 맞을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다.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지만 소스를 갖고 취재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미 개선된 문제점이 보도되기도 한다. 3년 전 감사원에서 지적되어 제도를 바꿨으나 최근에서야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해묵은 문제로 비난받는다. 취재 없이 기사를 쓴 경우로 개선사항을 신속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언론보도로 입은 피해 등의 언론 분쟁은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피해를 본 사람은 정정․반론․추후 보도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언중위에서 조정․중재에 나서주고 방법을 안내해 준다.


한 해 3천여 건 넘게 조정신청이 접수되는데 피해 구제율은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언중위 사이트 출처) 언중위의 구제만으로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가 온전히 보상받을 수는 없지만 구제되는 비율은 예상보다는 높다는게 위안이다.


언중위에서 조정·중재안을 제시하면 조정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조정결과가 ‘반론보도’로 정해진 합의서를 예로 들면


“언론사 홈페이지 사회면 상단에 최초 게재시점부터 24시간 동안 게재하고...”


“본문의 활자 및 크기는 조정 대상 기사와 동일하게 하며 24시간 후에도 기사 DB에 보관하여 계속 검색되도록 한다.”


“포털 사이트 인터넷뉴스에도 위 사항을 전송한다.”


“이행을 지체할 경우 1일 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에게 지불한다” 등이다.


언중위 중재는 해당 언론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에 마지막으로 고려할 선택지이다. 잘못된 보도는 우선 기자에게 설명하고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 기자는 본인 기사에 자부심이 크다. 무턱대고 틀렸다고 하기보다는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정중하게 설명해야 한다.

(일부 군소 매체에서 협찬을 요구하며 영수증을 청구하는 단계이다.)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없도록 메일 등 글로 보내는 것이 좋다. 설명 과정은 향후 언중위에도 자료로 제출할 수 있기에 기록해야 한다. 적극적인 설명에도 기사를 정정하지 않으면 해명자료(보도참고자료)를 내야 한다. 해명자료는 해당 기사의 확산을 막고, 따라 쓰는 기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기사를 보고 취재를 요청하는 매체에 설명용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해명자료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먼저다. 기자가 취재한 ‘사실’ 중에서도 핵심을 반박해야 한다. ‘의도’는 논박할 수 없다. 전체 맥락 속에 사실의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과장된 부분은 무엇인지, 오해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의원 자녀가 특혜 채용되었다는 의혹을 다루는 기사에서 취재한 ‘사실’은 △채용 기준과 국회의원 자녀의 자질 △채용 절차와 다른 지원자 현황 △청탁의 근거 △의심쩍은 선발 과정 △선의의 피해자 △법적 제재 △유사 사례 △관계자의 입장표명 등이다. (현실과는 다르게 국회의원은 억울하다는 가정이다.)

기사의 ‘의도’는 “국회의원 자녀가 부정한 청탁으로 채용되어 합격 결과가 뒤바뀌었다”, “선의의 피해자를 낳았다”, “기사를 통해 빈번하게 드러나는 권력층의 채용 비리를 공론화하겠다”이다.

논박해야 할 핵심은 ‘청탁의 근거’와 ‘의심쩍은 선발 과정’이다.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먼저 밝히고 공정한 선발 과정을 거쳤으며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해명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는 없으며, 합격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권력층 채용 비리는 아니다”는 해명은 필요없다. 의도는 논박의 의미가 없다.


명확성과 간결성을 유지해야 한다. “모두가 사실인 것은 아닌 만큼, 모두가 거짓은 또 아니다” 이런 문장은 좋지 않다. 사실 속에서 거짓인 부분만 해명해야 한다. 열 가지 사실 중에서도 한 가지 거짓으로 전체 논조가 달라진다. 잘못된 부분만 정확히 바로 잡아야 한다.


핵심 내용을 해명자료의 제목으로 적고 “무엇무엇에 대해 사실은 이렇습니다”고 설명해야 한다.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다면 실수다.


“내가 범인이라고 한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부정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객관적인 단어를 찾아서 제목으로 뽑아야 한다. “‘국회의원 자녀 특혜 채용’에 대해 사실은 이렇습니다”보다는 “‘○○○기관 채용 절차 위반 의혹’에 대해 사실은 이렇습니다”가 부정적 인식을 완화할 수 있다.


큰 맥락에서 기사의 대부분이 사실이고 부분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우선하고 대책을 내놓는 해명자료여야 한다. 부분적으로 틀린 내용은 추가로 설명해야 반성과 개선의 진정성이 전달된다.


단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기자는 단어 하나를 쓸 때도 문제가 없는 최적의 단어를 고른다. ‘업자와 접촉했다’는 기사에 대해 ‘업자와는 일절 만난 적이 없다’고 설명했는데, “자료를 메일로 건넨 행위도 '접촉'이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주관적 부분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불필요한 사적 만남 수차례...'에서 '불필요한', '사적' '수차례'는 주관적이다. 보통 기사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이다. 객관적으로 논박할 수 없는 부분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사적 만남 수차례'를 해명하기 위해

1) 계약 업체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불필요한'게 아니라 '꼭 필요'했다.

2) 신청한 4개 기관과도 차례로 만나 사적' 자리가 아닌 '공적'이었다.

3) 사전의견조회, 서류제출, 면담요청 등으로 3차례 만나 '수 차례'가 아니다.

이런 해명은 큰 의미가 없다.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 '시설 공사에 대한 관리 책임자는 우리가 아니다'고 해야지 '책임자는 그들이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살자고 남을 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사건의 매듭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하거나 미흡한 설명으로 추가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면 해명자료에 대한 해명자료가 될 것인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후속 기사의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기자는 기사보다 2, 3배는 더 알고 있다. 항상 다음 기사를 쓸 수 있을 만큼 취재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해명한 후에 추가 폭로가 이어진다면 비난은 배가된다. 해명하는 부분에 대해 팩트체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고 세운 얄팍한 대책으로는 수습할 수 없다.

법률적 검토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준사법적 행정기관의 제재도 고려해야 한다. 해명에 급급해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는데,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추가 제재도 감내해야 한다. 법적 해석의 대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외에도 기존 보도자료나 해명과의 일관성, 적시성과 신속성, 사실성, 논리적 정합성도 기본적인 조건이다.

주장하는 쪽을 방어하는 것은 힘들다. 기자는 반드시 취재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본인 기사로 해명자료가 배포된 이후 기자에게 어떤 기분인지 물었다. 반응이 의외였다.


'뼈 아프게 잘 찔렀구나'였다. 그만큼 팩트에 자신을 갖고 있었다. 몇 줄 안 되는 해명자료가 쓰기 어렵고 반영되기는 더 힘든 이유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점을 알기에 해명자료 실적과 내용을 단골로 요청한다.

관심 없던 언론매체가 해명자료를 보고 심층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하고 치명적이구나, 뭐가 있네'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생긴다.


모든 부정적인 기사에 해명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무대응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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