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대전역서 퇴출 위기?

임대료 4배 인상이라 해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

by 문좀열어주세요


계약은 2024년 4월 2일 끝났다. 2012년 처음 대전역에 입점하고 12년간 계약체결과 갱신, 전환을 거쳐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했다. 답은 이미 정해졌다. 업체 뜻대로 계약이 체결될 게 뻔했다. 규정 위반이어도,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등에 업은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성심당 이야기다. 대전보다 유명한, 대전의 자부심이다. 1956년 역전(驛前)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전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표방하며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가치 있는 기업을 스스로 표방하고 있다.


성심당 본점이 있는 대전 은행동부터 대전역까지 800m, 거리 곳곳에는 빵집 종이백을 든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기 줄과 매장 안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은 넘게 거리를 채우는 듯하다. 성심당 행렬이다.


대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성심당 빵을 들고, 역 근방 물품 보관함에도 빵으로 가득하다. 한화 이글스 야구팀, 과학과 더불어 대전을 이끄는 핵심 콘텐츠이다. 노잼 도시에 ‘빵지 순례’의 바람을 일으키며, 2024년 전국 도시 여행객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견인차이다.


※ 여행전문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 발표에 의하면 2024년도 연간 대전시 여행객 증가율(1%)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위가 0.6% 증가한 서울이고 전국 도시가 80여 개다.


최초 보도는 대전 지역지가 아니었다. 부산을 기반으로 둔 일간지였다. 성심당 임대 건을 꼼꼼히 챙기던 기자가 매장 임대 입찰이 수포로 돌아가자 이를 취재했다. 5년 만기가 다가오면서 입점 업체를 찾기 위해 입찰공고에 나섰으나 2024년 4월까지 3차례 유찰되었고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보도였다.


입찰을 담당한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유통’도 공공기관이다. 상업시설 운영자를 모집할 때도 공개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하며,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당시 규정은 월 매출의 최소 17%를 수수료로 받아야 했다. 매장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수료 이상을 적어 입찰에 참여해야 했다.


문제는 성심당 대전역점 월평균 매출이 26억 원에 이른 것이었다. 입점 첫해인 2012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대전역 성심당, 4억 월세 논란에 퇴출 위기”, “4배 뛴 월세에 성심당 대전 떠나나?”라는 기사 배경이다. 다섯 번이나 입찰공고를 냈지만 기준 금액인 17%(4억여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제안서만을 성심당은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고 성심당을 대신해 그 자리에서 4억 원 이상을 내고 들어올 매장도 없었다.

성심당 매출이 폭발하며 임대료의 기준을 높여놓은 것이니 성심당을 탓할 수도, 규정을 탓할 수도 없었다. 마음대로 규정을 바꾸면 수십 % 이상 내는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났다. 그 전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미 성심당만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의 임대료를 낸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의원의 지적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해 9월까지 수십 여건까지 성심당 기사가 매일 올라왔다. 대전의 자랑이며 전국적 사랑을 받는 성심당이 인기를 끌자 코레일 측에서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 한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특정 업체에만 특혜를 주면 안 된다고 언급한 기사는 일부 경제지뿐이었다. 영업 호황도 기차역이 반영된 것이므로 거기에 맞는 요율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수뿐이었다.


대다수 언론은 성심당 편이었다. 대전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지하철 공실 매장을 사용하라는 제안도 내놨다. 대전역 앞 건물을 사라는 여론과 대전역을 떠나라, 떠날 계획이라는 기사도 이어졌다. 성심당에만 쏟아진 관심과 특혜에 타 업체 불만도 노골화되었다.


여론이 집중되자 정치권과 정부 고위 관계자도 참전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전역 매장을 찾았고, 대전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농업 육성을 전담하는 정부산하 부처까지 성심당을 방문했다. 밀가루가 빵 원재료라고 하기에는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농산물이다. 1% 미만의 희소한 국산 밀을 살리기 위해 성심당과 손잡았다고 전해진다. 정치인들의 관심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만나는 기자마다 성심당 이야기를 화두로 먼저 꺼냈다. 내용이 복잡해 모범답안을 간단히 외우고 코레일유통 홍보책임자에게 넘겼다.


빵집에서 17% 수수료율은 일부 주장과는 달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제과업종 평균 수수료율은 23% 수준이었다. 역 매장에서 영업하고자 하는 사업 제안자가 ‘최저 수수료율 이상을 제안하는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코레일유통에서 일방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한 것도 아니다. 입지와 상품, 영업력 등을 스스로 고려해 추정 매출액과 수수료액 등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제시한 수수료율을 기준으로 매월 실제 매출에 따라 수수료 금액을 정산하게 된다.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성심당만을 위한 예외 규정을 만들어야 했다. 코레일유통은 일관성 있게 대응했으나 여론을 감당하기 역부족이었다. 결국 2024년 7월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의뢰했다. 공공기관이 규정위반 등으로 추후 감사 대상이 될지 모르는 사업에 대해 자문받은 것인데, 함부로 수수료를 바꿔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해 일종의 검증을 요청한 것이다.


얼마 후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에서는 “여러 차례 유찰된 경우에는 모집 업종과 관련된 다수의 업체에 견적을 의뢰해 입찰 기준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결국 성심당 요구에 맞게 1억 3,30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초기 4억 4100만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성심당이 대전역에 남게 되자 이를 단독 보도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9월 26일 다시 진행한 매장 선정 결과 발표날에는 ‘성심당, 영업여부 오늘 결정’이라고 보도되었다. 중요한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듯했다. 한 언론은 코레일유통에서 ‘백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성심당에만 예외를 적용하게 된 배경은 인기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착한 빵집이라는 이미지도 한몫했다. 대전역에서만 연간 3백억 원을 훌쩍 넘게 매출을 올리고 다른 매장까지 합치면 300백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경영구조임에도 ‘향토 제과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공기업 횡포에 피해 보는 약자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정당한 규정이지만 성심당이 못 내겠다고 하면 임대료는 고액이 되고 낮추게 된다. 사실 성심당이 기준보다 낮게 참여해 입찰이 수 차례 취소되는 동안 최소 수수료율 기준도 낮아져 금액은 3억 5천여 만원대까지 낮아졌다. 성심당이 받아들였으면 더 빠르게 매듭지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 임대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성심당이었다.


언론과 유튜브 콘텐츠도 성심당을 도왔다. 1차부터 5차까지 사업자선정 과정이 유찰되는 순간 “업체 모집 중, 경쟁입찰방식으로 성심당 유치한계” “3차례 유찰, 수수료 의견차” “월세 1억 넘으면 나간다” “매출 1200억 성심당 엄살?” 등등 기사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3차, 4차 유찰되는 기간에는 유튜브에서 성심당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나온다. “빵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는데 한줄기 빛”, “대기업 박살 낸 동네 빵집”,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 “68년 동안 나눔의 원칙”, “주말에 대전 성심당 오픈런”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더 잘하는 대전의 자랑” 등등


수십만, 백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뤄졌다. 모두 착한 기업, 대전을 상징하는 기업, 그런 이미지였다. 결국 성심당은 대전역에 남게 되었다. 공식적으로 성심당은 홍보부서를 꾸리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노출이 늘어나자 성심당 ‘빵지순례자’도 더 늘었다.


대전역 성심당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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