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목소리가 정확해야 한다(1/3)

작업자 사고 원인이 전기열차 무소음이라고?

by 문좀열어주세요

2025년 8월 경북 청도군 경부선 남성현-청도역 구간에서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작업자가 무궁화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름철 극한 호우가 발생한 이후였다. 유실되었을지도 모르는 선로 인근 비탈면 안전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물 점검하던 작업자들이었다. 외부 작업자 6명과 코레일 인솔 직원 1명이 뒤에서 달려오는 무궁화호에 치였다.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실제 선로와는 상관없는 비탈면을 점검하는 것이었는데, 왜 선로로 이동했는지? 피치 못해 선로로 이동하더라도 왜 열차를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등지고 걸었는지? 어쩔 수 없이 선로에서 이동해도 열차를 마주 보는 방향으로 걷는 게 기본이다.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후에는 열차가 오면 미리 알려주는 열차접근경보앱의 소지 및 작동, 실제 계획된 작업자와 투입된 작업자의 교체, 선로에 들어간 출입문의 변경, 열차를 피하거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피 공간과 이동통로가 부족하다는 지적 등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고 초기에 제일 크게 언급되었던 내용은 전기로 달리는 열차여서 소음이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사실이 아니었다. 코레일 열차 대부분은 전기로 달린다. 디젤을 사용하는 열차는 소수에 불과하다. 전기로 달리는 KTX도 속도가 올라가면 소음과 진동이 땅을 흔든다. 실제 디젤 동력과 전기 동력의 열차 모두 소음은 80db 초반으로 큰 차이가 없다.


문제의 출처는 소방 브리핑이었다. 사고 당일 사망자를 수습하고 부상자를 병원에 이송한 후에 소방에서 현장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사고가 난 열차가 전기로 움직이는 탓에 소음이 크지 않아 근로자들이 열차 접근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그대로 기사로 나왔다. 전기 열차가 원인이었다는 기사의 발원지였다.


노동조합에서는 즉각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전기(열)차여서 열차가 오는 소리를 못 들었을 수 있다거나 경보 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미루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현장에서 집중하고 있으면 아무리 큰 소리라도 못 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전기 열차 원인설에 대해 소방에서도 ‘전언’으로 말했다. 작업하는 누군가 하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현장에는 코레일 대구본부, 외주 작업자, 구급대원, 철도경찰, 고용노동부, 교통안전공단 등 소속별로 40여 명의 사람들이 구조와 수습을 펼치고 있었다.


사고 초기 정보가 부족할 때 보는 관점에서 추론하는 원인은 제각각이다. 대구본부에서는 외주 작업자의 안전 수칙 준수를 먼저 점검한다. 외주 작업자는 대구본부 감독자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업환경에서 간파하지 못한 위험 요인에 주목할지 모른다. 교통안전공단은 열차가 작업자를 치고 지나간 시스템에 더 무게를 둘 것이다.


수개월 후에 발표되는 사고 결과 보고서에 전기 열차의 무소음이 사고 원인이라고 언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부분적 정보만으로 원인을 속단하는 브리핑은 오보를 낳는다.

250817청도역 사고 현장 브리핑.jpg 2025년 8월 청도역 인근 무궁화호 사고 관련 현장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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