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목소리가 정확해야 한다(3/3)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가 신중해야

by 문좀열어주세요

공식적인 브리핑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사고 현장에서는 카메라 앞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2025년 6월 수도권전철 경의선 가좌-신촌역 구간에서 이삿짐 사다리차가 옆으로 쓰러져 선로 위에 ‘전차선’을 접촉했다. 전차선은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다. 5시간 열차 운행에 차질을 입었다.

62m(25층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는 5톤 이삿짐 사다리가 40m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쓰러졌다. 바퀴가 있는 하부가 경사 부분에서 수평을 제대로 맞추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소방 브리핑이 있었고 “아파트 이사를 위해 사다리를 올리던 중 15층 높이에서 쓰러지면서 선로와 건너편 주택 3채를 덮쳤다”고 발표했다. 이어 피해복구 계획과 열차 지연, 정상화 계획은 관할 구청과 코레일 측에 확인하라고 했다. 사고 초기였으나 원인과 피해가 비교적 일찍 밝혀졌다. 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4시간 만에 사다리차를 치웠다.


사건 개요가 명확하게 드러났음에도 취재진은 새로운 정보가 필요했다. 경찰서에서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경찰은 사다리차 운전자의 음주 상태를 조사했다. 사다리차 운전자인 40대 남성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고 현장 근처에 서성이고 있었다.


사다리차 옆을 배회하던 운전자는 얼떨결에 뉴스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다. 보도전문채널과 종편에서 마이크를 A씨 앞에 놓고 방송기자 대표가 질문을 시작했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쯤 소주 한 병을 마셨다”고 진술하며 이번 사고와 음주는 무관하다고 말했으나, 경찰은 아파트까지 운전해 이동한 점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소방 브리핑만큼이나 모자이크 처리된 A씨 화면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언론 노출의 파장을 모르는 채 얼떨결에 카메라 앞에서 전날 술을 마셨다고 실토하고 있었다. ‘음주와 사고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소주 한 병을 마셨다’는 부분만 강조되었다.


재난과 사고 시 소방 당국은 국민과 언론에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현장 브리핑을 한다. 응급처치와 부상자 이송을 최우선하는 한편, 현장 수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 자리에서 ○○시에 ○○소방서 ○○○ (예방안전과장)이 현장 브리핑을 한다”고 통보한다.


주요 내용은 사고 개요(언제, 어디서, 사고 설명), 현장 상황(피해, 복구, 확산 방지, 추가 피해), 소방 활동(투입 인원, 향후 계획) 등이다.


소방에서는 주로 인명 피해 상황과 수습 경과 전달에 초점을 맞춘다. 취재진은 초기에는 알 수 없는 사고 원인과 복구 완료 시점에 관심사항이다.


대부분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수사기관, 관계 전문기관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집요한 질문은 이어진다.


소방은 중앙소방학교에서 ‘언론대응 과정’을 운영해 재난상황 언론브리핑을 교육한다. 전국 소방서 소방경급 등 일정 경력을 쌓아 구급 현장을 대표할 수 있는 직급의 소방관이다.


정확성, 신속성, 팀워크 등 재난 상황에서 언론 대응을 단계별로 구분해 알맞은 브리핑을 가르친다. 또한 대변인을 지정해 기자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기자 등 취재진을 현장에서 안내하고 통솔한다. 가정형 질문이나 악의적 질문에 대응 방법, 왜곡 보도나 확산 보도가 될 수 있는 답변에 주의하는 방법 등도 물론 알려준다.

그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답변이 사고 원인으로 둔갑된다. 취재진은 여러 곳에 덫을 놓는다.


2025년 6월 13일 오전 8시 20분께 서울 경의중앙선 가좌∼신촌역 구간 사다리차가 넘어져 열차 운행에 차질이 있었다.
사고 현장 브리핑을 하는 소방서와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선 사다리차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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