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인공 단비를 (2/2)

by 문좀열어주세요

2주가 지난 7월 셋째 주 다른 지상파 뉴스팀과 해당 아이템을 취재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도 날씨 변동은 심했다. 사흘 가까이 폭우가 쏟아졌고 다시 폭염이 찾아왔다. 불볕더위가 밤까지 이어졌다. 열대야와 함께 철도 시설물의 폭염대책을 취재하고 싶다고 기자는 말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회부 기자여서 믿고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전에 섭외했던 현장에 다시 요청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 KTX가 다니는 고속선은 오전 1시간 정도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이 있다. 그때 선로에 들어가 취재하기로 했다. 장소는 경기도 군포시 둔대동의 나대지였다. 야산으로 둘러싸여 건물이나 시설물은 없고 수풀만 우거졌다. 선로 밑으로 승용차 한 대 지날 수 있는 지하도가 있었다. 지하도를 지나 수풀 우거진 비탈면을 오르면 선로 옆으로 긴 철조망 사이에 출입문이 있다.


촬영하는 날에는 구름이 있어서 온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1시간 남짓 운전해 가는 동안에는 경기도 의왕시 인근에 들어서자 이슬비도 내렸다. 온도가 48도 이하에 머무를까 걱정했다. 현장에는 작업자 10여 명이 도착해있었다. 작업계획서상 취재진도 현장에 들어가겠다고 사전 허가받았다.

KTX가 운행이 없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차단시간’을 확인하고 선로에 들어갔다. 반대편 선로에는 KTX가 시간 맞춰 달린다. 자갈에서 미끄러지는 사고 등 걱정거리도 항상 존재한다. 취재기자와 촬영감독, 스태프 등에게 몇 차례 주의를 전달하고, 보호구를 갖추고 현장에 들어갔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현장 안전교육을 추가로 했다.


교육은 열차가 지나가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다. 혹시 모를 이례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FM대로 실시한다.

첫 번째, 열차 감시원이 ‘열차접근’이라고 알리면 무조건 선로 밖으로 떨어져라. 행여 놀라서 반대쪽으로 피하지 않게 방향을 꼭 바깥쪽으로 대피하라는 주의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등등 절대 하면 안 되는 행위를 나열한다. 맞은편 선로로 진입하면 안 된다. 촬영용 봉 마이크가 전차선에 닿는 것도 치명적 주의사항이다. 철도 건널목에서 낚싯대를 들고 가다가 감전되는 사고도 같은 경우였다. 직접 전선에 닿지 않아도 근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유도전류에 피해를 입기도 한다. 촬영팀은 다행히 봉마이크가 없었다.


선로를 밟는 것도 금기이다. 선로는 1m당 50kg에서 60kg까지 이르는 강철 덩어리다. 여기에 선로 윗부분은 열차 바퀴로 마찰되어 매끈매끈하다. 물까지 뿌려졌는데 밟다가 미끄러지면 다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정강이 뼈가 부러진 사고도 과거에 있었다. 추억 속 영화에는 철길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위험하다.


취재진도 진중하게 들었다.


현장 책임자가 자동살수장치를 설명하고 기기를 작동시켰다. 물을 트는 순간 수백 m 길이의 살수 장치에서 차례대로 물이 뿜어져 장관을 이뤘다.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물을 내뿜는 것이 비행기 활주로에서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는 것 같았다. 물방울과 햇빛의 조화로 작은 무지개가 바닥에서부터 무릎높이까지 만들어졌다. 태양이 구름으로 들어가자 무지개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역동적인 장면을 위해 운행 시간에 맞춰 KTX를 기다려야 했다. 역을 지나는 시간은 정해졌으나 촬영 위치를 지나는 시점은 특정하지 못했다. 통과할 때쯤, 비슷한 시간에 준비하고 있었다. 멀리서 KTX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음이 커질수록 긴장감도 배가 됐다. 이번을 놓치면 얼마나 기다릴지 몰랐다. KTX가 순식간에 카메라 옆을 지나치자 물줄기가 공중으로 떠올라 선로 위 3~4m까지 올라갔다. 물보라가 햇빛을 가렸다가 높이 흩어졌다.


안개처럼 물줄기가 흩어지는 순간 맞은편 선로에서도 KTX가 통과했다. 운이 좋게 멋진 장면이 담겼다.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기 위해 감독님과 취재기자는 쏟아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온몸이 홀딱 젖었다. 낮은 포복 자세로 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시청역 분수대 아이들처럼 물줄기 사이사이에서도 카메라 렌즈를 돌렸다. 책임자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장치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효과는 무엇인지 등등


이어 취재기자의 스탠딩이 이어졌다. 방송 뉴스는 현장에서 꼭 취재기자가 말하는 장면을 삽입한다.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서이다. 카메라 감독 지시 아래 여러 차례 촬영하곤 하는데, 이때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철수한 이후에는 다시 촬영할 수 없다. 환경이 어떻든 간에 스탠딩 멘트를 위한 자료를 미리 제공하고, 멘트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마무리는 드론 촬영이었다. 최근 야외 촬영에서는 의례적으로 동원된다. 영상을 풍성하게 하고, 장면이 돋보이게도 한다. 드론 금지구역인지를 확인하고, 주변에 위험물은 없는지 민가나 축산, 농작물 등에 피해 우려는 없는지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뉴스 반응은 뜨거웠다. 종합편성 뉴스채널에서도 취재 요청이 왔다. 지상파 뉴스에서 나온 것은 종편에서도 취재 요청이 온다. 본인들이 오기 편한 곳이나 사고 등 자극적인 뉴스와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정중한 거절을 위해서는 매체를 차별하지 않는 논리가 필요하다. 안전상의 문제나 사전 협의 등 준비 절차가 까다로워 모든 매체를 지원할 수 없다. 먼저 연락 온 한 두 곳 정도만 취재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여름을 기약해야 한다.


고속선로 자동살수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에 젖으면서 촬영하는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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