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보다 '보여주기'가 적절한 홍보 콘텐츠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 사진 한 장으로 표현된다. 사회공헌이나 현장안전 활동, 신제품 출시와 기념행사, 업무협약 체결과 캠페인 등 ‘말하기’보다는 ‘보여주기’가 적절한 홍보 콘텐츠는 포토보도자료가 적당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두일 때였다. 대중교통의 밀집도에 민감한 시기였다. KTX에서도 좌석의 50% 창가 쪽만 발매했다. 꼼꼼한 방역도 진행했다. 열차 출발 전후, 하루 평균 4.5회 방역을 하고 전국 60개 기차역에 열화상카메라를 지자체와 운영하는 등 방역 대책에 열을 올렸다.
버스와 지하철, 항공기 등 다른 대중교통에서도 물샐틈없는 방역으로 정부와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복잡한 설명보다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철도형 K-방역의 현장을 보여줘야 했다.
2020년 3월 당시 홍보실의 사진작가급 직원이 나섰다. 그는 작업자의 우주복 같은 방역복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1시간에 걸쳐 현장을 디렉팅 하면서 촬영했다. 어안렌즈에 저속셔터, 후막동조 등 고급기술을 쏟아 사진을 건졌다.
어안렌즈는 물고기(漁)의 눈(眼)을 모방한 렌즈이다. 10cm 앞 가까운 거리에서도 넓은 시야를 갖는 물고기 눈의 기능을 흉내 냈다. 180도 평면에 가까운 넓은 화각으로 피사체의 형태와 원근감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킨다.
후막동조는 앞뒤 2중으로 구성된 카메라 셔터 중 뒤에 있는 셔터(후막셔터)가 작동하기 직전 플래시를 터지게 하는 촬영기법이다. 후막동조와 저속셔터를 조합시키면 피사체의 움직임이 빛의 잔상으로 담기는 사진이 만들어진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방역의 최전선에서 철도가 힘쓰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사진이 나왔다. 적절한 광량에 선명한 색상, 붉은색과 푸른색 등 보색대비도 강렬했다. 하얗게 빛을 발하는 방역복도 작업을 부각시켰다.
다른 사진기자들과 뉴스, 아침 방송에서도 추가 취재를 요청했다. 같은 장면을 촬영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운행 중인 KTX와 방역자를 취재라는 명목으로 매번 빼둘 수가 없었다. 정중히 거절하고 해당 사진을 공유했다.
2023년 말 이번에는 유럽 빈대의 공포가 국내에도 확산되었다. 열차 내 방역이 다시 강조되었다. 코로나19 때와 같은 사진을 제공할 수 없어 3년 전 사진을 흉내 냈으나 건질 수 없었다. 촬영기법이나 기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포토보도자료에서 사진이 곧 메시지이다. 사진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확실해야 한다. 색이나 구도가 시선을 집중시켜야 효과적이다. 인물의 포즈나 피사체의 배치, 위치와 배경 등의 설정도 주제를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순간을 포착하는 보도용 사진과는 차이가 있다. 공들인 만큼 사진이 나온다. 요행은 말 그대로 요행이다.
코로나19 시기에 KTX 열차 좌석의 반, 그것도 창가 쪽 좌석만 판매하는 제도를 보여주는 언론홍보용 사진이 필요했다. 널리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었고 가운데 통로 옆 좌석을 비워두고 창가 양쪽에만 이용객이 앉아있는 장면이 뚜렷해서 사진으로 쉽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달리 사진에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용객을 대상으로 열차 출발 5분 전에 객실에서 촬영했는데 결과물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좌석 등받이에 꽂혀있는 잡지 KTX 매거진으로 시선이 분산되었다. 창문 블라인드도 내려서 시선을 모으고, 독서등으로 명암을 강조해 창가 좌석에만 앉은 사람들이 더 잘 드러났어야 했다. 많은 인물보다는 서너 줄이 나오더라도 눈에 띄는 연출이 필요했다.
사진의 구도를 짤 때는 양과 질 중 하나를 선택하면 집중하기 쉽다. 다수의 피사체를 담을지 하나의 피사체에 정확한 메시지를 담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중에 열차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제로 주요 일간지 사진기자가 직접 촬영을 했다. 그는 귀성길에 서로 떨어져 앉은 커플 한 쌍의 장면만을 담았다. 눈에 확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