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짓 홍보(1/2) 국가유공자 도용

홍보 가치와 뉴스 가치는 다르다

by 문좀열어주세요

언론홍보에서 제일 우선 고려할 사항은 홍보 가치이다. 홍보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홍보하느냐를 고민하는 수순이다. 싱싱한 달걀을 골라야 삶거나 굽거나 프라이를 만들 수 있다. 미쉐린 쓰리스타 셰프라도 썩은 달걀을 요리에 쓰면 독이 된다.


홍보 가치와 뉴스 가치는 다르다. 착각하면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뉴스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할 필요는 없다. 치부는 염라대왕 앞에서 드러낼 일이다. 술 취한 조종사가 여객기를 몰았다면 뉴스가 될지언정 홍보할 필요는 없다. 조종사가 꼴보기 싫다면 제보하면 된다. 무단결근 중인 경찰이 우연히 수배범을 잡았다면 동네방네 방을 붙일 게 아니라 기자 한두 명에게만 알려야 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 건 정치인이고 논란으로 주목을 끌려면 유튜버가 제격이다.


대부분의 사건은 긍정적인 내용과 부정적 면이 섞여 있다. 긍정적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을 때 홍보거리로 착각을 한다.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거나 정보제공자의 편협한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기도 한다. 야전인수식 홍보다.


2024년 11월 국내 유력 일간지에 국가유공자 할인을 도용한 일당이 적발된 기사가 올라왔다. 1년 동안 12명이 백여 건 가깝게 열차 할인 승차권을 부당하게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총 2,013만 원을 징수했다. 일명 ‘국가유공자 자격 부당 할인’ 건이다.


도용자 12명 중에서 부정승차로 확인된 6명은 183만 원을 반값 할인받으려다가 10배인 1,830만 원을 추가로 냈다. 가장 많이 부과한 사람은 4백만 원을 넘었다. 수법도 자세히 기술했다. 유공자 할인증 비밀번호를 공유해 승차권을 발권하거나 타인에게 전달했다. 코레일은 국가유공자와 혐의자 12명 등 총 13명을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수사 의뢰했다.


기사가 나오기 하루 전 저녁 늦게까지 피 튀기는 취재가 이어졌다. 취재 라기보다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요청과 그럴 수 없다는 거절이었다.


발단은 보도자료 요청이었다. 여객 관련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보도자료 초안을 보내왔다. 기사가 나오기 일주일 전이었다. 왜 홍보하려는지를 물었다. “국가유공자 할인을 도용하는 일부 사람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관련 제도를 설명해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고 했다. 통상 일주일 전에 진행하는 보도자료 계획을 마무리한 후이고 시급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당장 배포는 힘들다고 답했다.


코레일이 아니라도 국가보훈부나 경찰 쪽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보도자료로 배포하기에도 위험부담이 있었다. 수백여 개 언론매체에 ‘이것 좀 써주세요’라고 부탁할 자랑인지는 고민이었다. 부정적인 면을 알려줬다.


결국 담당 부서와 협의해 1개 매체에 제보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전달하기로 했다. 유력 일간지 기자에게 관련 내용을 메시지로 전달하고 추가로 설명했다. 부정 승차의 종류와 철도사업법, 여객운송약관에 따른 처분도 함께 알렸다. 유사 사례에 대한 추가 수사 의뢰 20건도 덧붙였다.


실제 도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도용자들과 유공자와의 관계, 실제 이용자는 누구인지? 부당하게 판매도 했는지, 주요 이용구간은 어디였는지 등등. 세세하게 추가 취재에 응대하고 있는데 담당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취소해줘요. 언론에 나오면 안 됩니다”


반나절 취재해 마무리 단계인 기사를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보도자료와 마찬가지로 자료를 제공한 이상 기사는 기자의 것이다. 실제 기사의 저작권도 언론매체(기자)가 갖고 있다. 장황한 설명과 간곡한 부탁이 오가다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담당 처장, 단장까지 연락해 보도되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부탁은 해보겠다고는 했으나 자신이 없었다.


기자에게 앞뒤 상황을 설명했다. 들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기사도 일인 이상 본인도 어쩔 수 없다고... 다음 날 오후 온라인 기사가 올라왔다. 금요일이라 후속보도는 없었다. 닦달도 없었다는 듯이 담당 부서에서는 기사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없었고, 애초 요청대로 보도자료를 냈다면 더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취재지원 형식으로 노선을 변경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할인권 도용 사건의 시초는 본인이었다. 국가유공자 본인이 대전보훈지청에 직접 연락했다. “자기 정보로 누군가 열차 할인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전보훈지청과 협력해 코레일에서 점검해 본 결과 100여 건에 가까운 부당행위가 적발되었다. 국가유공자 본인도 할인을 받은 이후 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었다. 그 과정에서 비밀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기사의 시초도 담당 부서였다. 12명을 수사의뢰하고 2,013만 원을 징수한 사실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나름 성과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홍보 결정이 판단 착오라고 깨달았다면 취재를 지원하면서 세부 논의가 필요했다.


자료를 주고 기사를 쓰지 말라는 것은 기름에 불 붙이고 타지 말라고 것과 같았다. 기자도 반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마음속 홍보와 현실에서 뉴스는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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