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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Mar 03. 2023

21.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수영 04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21

21.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수영 04


놀랍도록 높았던 경쟁률을 뚫고 수영신청을 접수하고 난 뒤의 내 기분은 놀이공원에 가기 전날 밤의 6살 아이 같았다. 무사히 미션을 성공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축배를 들기 위해 맥주도 샀다.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얼마 못 가서 코로나로 인해 운영이 중단됐지만, 그때의 기분이 아직도 선명하게 생각나는 걸 보면 꽤 기뻤던 건 사실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뭔가를 쟁취했다는 기분과 오랜만에 만나게 될 익숙한 환경을 생각하니 기분을 들뜨게 했었나 보다.


수영장은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은 아예 운영을 중단했다. 집합시설이었고 감염취약층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시간당 수용인원을 정해놓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조금씩 가늘게 운영을 재개했다. 계속 운영시간에 주목하고 있던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수영장은 총 여섯 레인이 있다. 시간당 수용가능인원은 최대 10명이고 1시간을 운영하면 1시간은 방역을 했었다. 코로나의 공포가 고조에 달했을 시기였다.

수영장 발권을 하고 들어섰다. 샤워를 마치고 수영장에 들어서자 거기에는 인명구조원 1명과 관리자 1명, 그리고 나까지 총 세 명이 전부였다. 뭔가 뻘쭘했다. 인명구조원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 시국에 수영을 하러 왔다고?'

준비 운동을 끝내고 중앙의 4번 레인에 몸을 담갔다. 물속에서도, 물밖에서도 고요하고 적막한 수영장은 외국에서 수영을 배웠을 때의 환경처럼 금방 익숙해졌다. 그렇게 한동안은 시설전체를 전세 낸 것처럼 자유롭게 사용했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고 다시 바빠지면서 부지런히 다니던 수영일상은 약 네 달만에 막을 내렸다. 지금은 코로나와 관련된 운영제약사항들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본래의 운영방식을 온전히 찾아갔다.


지금의 수영장은 코로나시국 이전처럼 사람이 참 많다.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소리 지르는 강사들, 첨벙 대는 물소리가 수영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홀로 수영장을 사용했을 때가 그립지는 않다. 그때도 좋고, 지금도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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