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22
기다렸던 경칩이 찾아왔다. 밖을 나가보면 체감되는 기온이 높아진 걸 느낄 수 있다. 추위의 사그라듬과 함께 찾아오는 미세먼지가 그 사실을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나에게 겨울나기란 꽤 어려운 난제 중 하나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겨울의 초입에서 찬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잔뜩 긴장을 한다.
어릴 때는 눈 내리는 것도 좋아했고, 계절에 상관없이 바깥활동을 즐기는 여느 어린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더위에는 좀 더 강한 편이었다. 심지어 체질상 땀도 잘 안 흘렸다.
추위를 이정도로 싫어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게 군복무가 기점임이 확실하다. 싫어하기도 하지만 추위에 약한 몸이기도 하다.
강원도 산골짜기의 겨울추위는 혹한을 향한 안 좋은 기억들을 양성해 내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추위도 싫도, 강원도도 싫어졌는지 군복무 이후에는 강원도 땅을 밟아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마저도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억지강요 수준의 '끌려감'이었다.
이 때문에 가장 싫어하는 조합은 '눈 내리는 겨울의 산'이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썰매장과 스키장 역시 군시절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가본일이 없다. 앞으로도 대단히 위중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나의 남은 생에 눈덮힌 산을 방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몸이 추위에 약해지는 것과 반대로 더위에는 더욱 강해지는 것은 반사작용일지도 모른다. 예전만큼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닌다던가, 한 여름에도 따뜻한 물만 마신다던가, 혹서기의 옥외활동 금지권고에도 야외운동을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것을 입증하는 듯하다. 심지어 예전에 살던 옥탑방에 보통인간이었으면 진작에 달았어야 할 에어컨도 전입을 하고 난 뒤 4년 만에 처음 설치했었다. 아마도 옥탑방의 여름을 지내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옥탑방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우려했던 겨울한파는 느끼지 못했다. 옥탑이라 그런지 큰 창에는 햇볕이 잘 들었었고, 단열도 잘 돼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계약했을 때도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하여튼 난 겨울이 참 힘들다. 동물들의 삶이 부러울 때가 있다면 바로 겨울이다. 겨울을 잠으로 생략해 버려도 삶에 큰 영향이 없다면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을 정도다.
어쨌든 봄을 환영한다.